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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선업계 '슈퍼 사이클'의 그림자… K-조선 원동력은 외국인 근로자

 

【 청년일보 】 K-조선이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2010년대의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이제는 LNG 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도크(Dock)를 가득 채웠다. 향후 3~4년 치 일감이 쌓였다는 소식에 업계는 '슈퍼 사이클'의 장밋빛 청사진을 그린다.

 

하지만 정작 배를 만드는 조선소 현장의 공기는 잿빛에 가깝다. 한국인 숙련공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우고 있어서다.

 

지방자치단체들까지 나서서 외국인 근로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울산시는 광역형 비자 제도를 통해 올해 89명을 입국시킨 데 이어, 내년까지 440명을 추가로 조선소에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언 발에 오줌누기와 같은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조선소를 떠난 이유는 명확하다. 고강도 노동, 위험한 작업 환경, 낮은 급여 등이다. 경남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조선업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4천340만원으로 제조업 종사자 평균보다 1.5배 높았다. 고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따랐던 시절이다.

 

그러나 2020년 제조업 종사자 평균임금이 4천780만원까지 오를 동안 조선업 종사자 평균임금은 4천620만 원에 머물렀다. 청년들에게 조선소는 공장보다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면서도 돈은 더 적게 받는 곳이 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하청 중심의 인력 구조다. 거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종사자의 60.41%가 협력업체 직원이다. 배를 만드는 실질적인 인력 10명 중 6명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라는 뜻이다. 슈퍼 사이클의 온기가 원청의 실적을 데울 동안 하청업체가 자리 잡은 말단 현장에는 여전히 한기가 감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지역 경제의 붕괴로 이어졌다. 한화오션의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 옥포의 상가 공실률은 올해 3분기 기준 22.6%에 달했다. 경남 평균 13.4%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숙련공이 떠나고 지갑이 닫힌 상권에는 호황기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썰렁하다.

 

조선업계도 수습에 나섰다. 한화오션이 사내 협력사 직원의 성과급을 본사 직원과 동일한 비율로 맞추기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10년 넘게 쌓인 불신을 씻어내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다.

 

이 같은 풍경은 조선업이 황폐화한 미국을 떠올리게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매년 수천 척의 배를 생산하던 미국은 이제 한국에 조선업 부흥을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은 사람들이 떠난 현장을 채우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 수혈이라는 '쉬운 길'에만 안주하는 동안, 대한민국 조선업의 기술 근간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임금 구조의 근본적 개편과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용단이 없다면 K-조선의 슈퍼 사이클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할 뿐이다.

 


【 청년일보=강필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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