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이재명 정부 초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사장 최종 후보군에 복수의 한국전력 출신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인선 구도가 당초 예상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차기 한수원 사장으로 지난 6일 정부로부터 취업 승인을 받은 인사 중에는 2024년 11월 퇴직한 한국남동발전 임원과 2024년 2월 퇴직한 한전 1급 상당 직원이 포함됐다.
이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접수한 퇴직공직자의 취업 심사 요청 82건을 심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현행법상 4급 이상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임원 등은 퇴직 후 3년 이내 취업심사 대상 기관으로 취업할 경우 사전에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최종 후보가 5명이며 이중 한수원 출신이 4명, 한전 출신은 1명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한전 출신 인사가 최소 2명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당초 5배수 설이 파다했으나 검증 과정에서 3명으로 줄었다는 얘기부터 최종 2명만 남았다는 얘기까지 다양한 설이 들린다"고 전했다.
새 사장은 장관 제청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업계에서는 3월 초에 선임이 완료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9월 황주호 전 사장이 사임한 이후 약 5개월 동안 리더십 공백 사태를 겪고 있다. 대행 체제가 길어지면서 한수원의 내부 인사가 지연되고 주요 의사결정도 늦어지고 있다.
그사이에 해결해야 할 현안은 쌓여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모회사 한전과의 공사비 정산 갈등이다.
한수원은 설계 변경 등으로 늘어난 추가 공사비 10억달러(약 1조4천억원)를 주계약자인 한전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전은 UAE 측으로부터 먼저 정산을 받아야 줄 수 있다고 맞섰다.
결국 한전과 한수원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해 5월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한전은 이번 소송으로 법무법인 피터앤김에 140억원, 한수원은 김앤장에 228억원을 쓰겠다고 잡아둔 상태다. 현재까지 계획된 소송 비용만 총 368억원이고, 중재가 길어지면 추가 비용이 더 책정될 수 있다.
정부는 공기업들이 혈세를 낭비하며 해외에서 소송을 벌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8일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영국까지 가서 국부를 유출하면서 너무 많은 돈을 (법률 비용 등으로) 쓰고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중재에 나섰지만 일단 한수원 사장이 임명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중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수원 신임 사장이 임명되면 문제 해결을 위해 이른 시일 안에 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급변하는 해외 사업 환경도 인선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현재 100GW(기가와트) 수준인 원전 발전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4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까지 신규 원전 10기 건설도 추진된다.
이를 반영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원전 건설이 유력하게 꼽히는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한전과 한수원 간의 내부 갈등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조직 간 조율을 통해 대응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업계에서 한수원의 차기 사장으로 한전 출신 인사를 유력하게 거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전 출신이 임명될 경우 모·자회사 간의 갈등을 정리하고 해외 원전 수출 체계를 일원화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원자력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글로벌 원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갈등 조정력보다 국내 원전 건설과 수출을 직접 추진할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누가 한수원의 새 사장이 되더라도 정부와 보조를 맞춰서 한전과 한수원의 협력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