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6개월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이번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청 기업과 직접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계는 법 시행 초기로 당분간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반면, 노동계는 원청 교섭권 확대를 발판 삼아 현장 교섭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개정된 노조법 2·3조는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강화와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 범위 확대를 골자로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본격 시행된다.
해당 법안은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2014년 법원이 노조에 47억원이라는 손해배상 가압류 판결을 내리자, 시민단체들이 이를 돕기 위해 성금을 노란봉투에 담아 보낸 것에서 유래했다.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정치권으로 이어져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최초 발의했다. 이후 여러 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결국 폐기된 바 있다.
그러다가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들이 파업 후 47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것을 계기로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노란봉투법은 21대와 22대 들어 국회 본회의에서 한 차례씩 통과됐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란봉투법이 재추진됐고, 경영계의 우려에도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해 9월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개정 노조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화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이 주요 내용이다. 법안은 크게 사용자 및 노동쟁의의 개념을 규정한 2조와, 노조 활동 관련 손해배상 청구 및 배상 책임을 다룬 3조로 나뉜다.
2조에서는 '사용자'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하청업체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노동쟁의 개념'은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구조조정 등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확대됐다.
3조에서는 사용자가 손해를 입었을 시에도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조건에 단체교섭, 쟁의행위 외 선전전·피케팅 등 노조법에 따른 정당한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을 추가했다.
또한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손해를 가한 경우엔 배상 책임이 없다"는 조항과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노조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노동부가 지난 6개월의 유예 기간 동안 개정법 해석 지침과 '원·하청 상생 교섭 절차 매뉴얼' 등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경영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입장문에서 "노동부에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마련했지만 일부 노동계는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 의제에 대해서도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노사 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경총은 법 시행 전부터 산업 현장에선 벌써부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청 노조가 원청의 교섭 참여를 압박하며 사업장 점거 농성에 돌입하는 등 불법적 실력 행사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경총은 "노동계는 원청기업과의 단체교섭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 외의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거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면서 "교섭 절차 매뉴얼에서 벗어나는 노동계의 교섭 요구나 쟁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엄정한 판단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법 전문가는 "하청 노조는 대부분 원청의 우산 아래 들어가고 싶어 하기 때문에 법 시행과 동시에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급증할 것"이라면서 "과거에는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판단을 일일이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사용자 정의가 법에 명문화된 만큼 교섭 요구 가능성은 훨씬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초기에는 산업 현장에서 소송 증가 등 경영계 내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법 시행이 본격화되면서 노사 양측의 행보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개정안 시행을 원청 교섭 확대와 현장 교섭력 강화의 결정적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법 시행과 동시에 주요 원청 기업들을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일제히 발송한다는 계획이다.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등 약 14만 명의 간접고용 노동자가 소속된 8개 산별노조는 이미 교섭 요구 공고를 냈거나 시행 직후 발송을 마칠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계도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주요 기업들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상황을 대비해 전담 태스크포스(TF) 구성, 다양한 갈등 시나리오 검토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