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중국 인민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CBDC)의 역외 결제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우리나라도 CBDC 상용화를 대비해 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일 발표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글로벌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과 미국, 한국 등의 현금 사용 비중은 10년 새 절반가량 줄었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전경련은 "CBDC 상용화에는 수년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통화정책과 외환시장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물론 인근 국가 간 역외결제 검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인근국 및 주요 무역파트너와 무역·투자 결제 개선을 위한 CBDC 브릿지 추진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로, 민간이 발행 주체인 비트코인이나 디엠(구 리브라) 등과 비교해 가격이 안정적이고, 결제 수단 기능을 한다는 장점을 가진다.
CBDC 도입 논의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 등 민간의 디지털화폐 출시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최근 주요국을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현금 사용이 급감한 것도 CBDC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전경련은 분석했다.
매켄지 글로벌 페이먼트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 한국 등의 현금 사용 비중은 10년 새 절반가량 줄었다. 중국의 경우 총 거래량 대비 현금 사용 비율이 2010년 99%에서 지난해 41%까지 떨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2014년부터 디지털 위안화(DCEP) 도입을 검토하는 등 CBDC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중국은 소매용 CBDC의 기술적 측면 및 안정성 등을 점검하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과 민간이 함께 디지털 위안화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다.
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화의 상용화를 위해 광둥(廣東)성 선전을 비롯한 쑤저우(蘇州), 베이징(北京)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실제 거래에 쓰도록 나눠주는 시험을 진행해 왔다.
더욱이 3일 외신에 따르면 인민은행의 왕신(王信) 연구국장은 지난 1일 베이징(北京)에서 브리핑을 통해 홍콩 통화당국인 홍콩금융관리국(HKMA)과 이미 기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여건이 성숙되면' 위안화 역외결제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의 역외 결제를 위해 박차를 가하는 것은 세계 화폐의 기준으로 통용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견제이자 앞으로 자국 디지털 화폐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홍콩은 현재 위안화 역외 결제를 위한 주요 거점이며,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발전시키려는 중국의 야망을 실현할 수 있는 도약대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미국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중심으로 디지털 달러를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도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부양 지급결제 수단으로 CBDC가 부상하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023년 디지털 달러 공개를 언급하기도 했다.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2월 "디지털 달러에 대한 미국의 정책적 우선순위는 높다"며 "미국이 첫 번째로 CBDC를 발행하는 국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디지털 화폐를 제대로 발행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역시 올해 중으로 가상환경에서 CBDC 파일럿 테스트(시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CBDC 설계와 기술면에서 검토가 거의 마무리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CBDC는 개인정보 침해, 은행·핀테크 사업영역 침해, 통화 주권 약화 등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어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