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415/art_1618480951803_fe8793.jpg)
【 청년일보 】 남양유업이 자사가 판매 중인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억제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후 이 같은 주장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이 같은 주장을 한 배경 및 의도를 두고도 적잖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지난 13일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의 항 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자사가 판매 중인 발효유 완제품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이날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의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했고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효과 연구에서도 77.78% 저감효과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상당수의 언론들이 박 소장의 이 같은 주장을 보도했고, 인터넷 쇼핑몰이나 마트에서는 해당 상품이 품절되는 등 품귀현상까지 빚었다.
뿐만 아니다. 13일 남양유업 측의 연구결과 발표 이후 수혜를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이 해당 주식을 대거 매수하면서 14일 장중 28.68% 상승폭을 기록하는 등 상한가 부근에 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실험은 임상실험이 아닌 원숭이 폐 세포를 숙주로 불가리스를 넣은 쪽과 넣지 않은 쪽을 비교, 넣은 쪽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77.8% 감소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4일 “(연구 결과가)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작동 원리)을 검증한 것이 아니어서 실제 예방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식약처의 발표 이후 날개를 단듯 상승하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예방접종피해조사반 자문위원인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4일 오전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남양유업측이) 이렇게 발표하게 되면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심어줄 수 있고, 잘못된 정보가 방역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실험실에서는 어떤 약물도 효과가 다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회사에 직접적 지원을 받은 실험결과를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대서 특필하진 않으며, 이는 올바른 과학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힐난했다.
일각에서도 실험이 남양유업의 지원을 통해 시행되는 한편 발표자로 나선 박 소장도 남양유업의 현직 임원이라는 점에 과장된 마케팅 수준을 넘어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우기 위해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한편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행위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논란이 커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의 발표에대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금융당국 역시 남양유업의 행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거래소가 주가 급등에 따른 모니터링을 통해 심리 여부를 결정하면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며 "매매패턴이나 계좌 등을 확인해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 거래 정황이나 이상여부 등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15일 남양유업이 자체 실시한 연구결과를 통해 의도적으로 자사의 주가를 부양했다는 의혹과 관련 시장감시에 나섰다.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415/art_16184809522985_082c62.jpg)
이에 남양유업 측은 학술적 성과를 발표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남양유업측은 논란이 커진데 대해 최근 연구 성과를 발료하는 과정에서 불가리스가 세포단계 실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점을 알린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관련 자료집에서도 세포단계 실험이라는 점을 명시했고, 인체 효능에 관한 문의에는 임상시험 전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혔다고 주장하는 한편 실험결과와 관련된 내용이 내부통제를 벗어나 재확산 되는 과정에서 오해를 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 최근 남양유업의 행보를 감안하면 석연치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수요가 많지 않은 상품들을 대리점에 강매하는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사건’과 ‘아인슈타인 우유’, ‘임페리얼 드림 XO’, ‘떠먹는 불가리스’ 등 자사 제품 과대광고하는 한편 경쟁사 비방 등으로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12년 ‘카제인 논쟁’에서는 카제인나트륨이 유해한 원료인 것인 마냥 홍보하던 남양유업은 동서식품을 향해 카세인나트륨 첨가를 숨기고 무지방 우유로 대체하는 등 허위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주장해 충돌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업체에 유기농 우유를 납품하는 목장이 원자력발전소와 멀지 않아 방사능 영향이 있을 것이다', '○○업체의 우유에서 쇳가루 맛이 난다' 등 경쟁사 비방 댓글을 올린 이른바 ‘경쟁사 비방 댓글’ 사건을 유발하기도 했다.
당시 남양유업측은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 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면서 "당사자는 1년여간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대측은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 경쟁이라는데 우린 남양유업을 비방하지 않았다"면서 "남양유업의 입장문을 봤을때 마치 떳떳하다는 태도여서 어이가 없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 청년일보=정은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