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권의 지점 감축 속도가 예년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다음달 28일까지 13개 지점(지점 6개, 출장소 6개, PB센터 1개)을 줄이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28일까지 안국역점 등 5개 지점과 2개의 출장소를 통폐합 방식으로 줄인다. 다음달 11일에는 충북 북문로지점을 충북영업부금융센터와 통합한다.
우리은행은 이달 2일부로 종로6가 지점 등 11개(출장소 5개)를 없앤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아직 지점 통폐합 계획 수립을 마치지 못했으나, 기존보다 더 줄이기로 큰 방향을 잡았다.
아직 지점 통폐합 계획을 마치지 못한 KEB하나은행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1분기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점(출장소 포함) 31개가 사라진다. 지난해 1분기 하나은행을 포함한 4대 시중은행의 지점 수가 단 3개만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속도가 매우 빨라진 것이다.
실제로 각 은행은 올해부터 지점 축소 속도를 이전보다 끌어올릴 예정이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이자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은행은 효율성에 초점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의 지점 감소는 비용에서 효과가 즉시 나타난다. 은행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시중은행 지점 수는 3321개다. 2017년 9월말 기준 3412개보다 91개가 줄었다.
지난해에 9월 말까지 시중은행이 임차료로 낸 금액은 8048억27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에 9월 말까지 지급한 8199억400만원 대비 151억1300만원 줄었고, 2016년(1~9월) 8267억100만원 보다는 218억7400만원 감소한 수치다. 2016년 이후 임대료가 전반적으로 많이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는 더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지점 폐쇄를 최소화하라고 권고한 금융감독원의 눈치를 보느라 속 시원하게 줄일 수는 없는 처지다. 지난해 7월 씨티은행이 대규모 지점 폐쇄를 시행했지만, 이는 이용 고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외국계 은행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금감원은 지점 폐쇄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점 폐쇄 모범규준'을 만들고 있다. 이는 올해 안에 적용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이는 대신 탄력 점포를 운영하는 것도 금감원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은행권의 탄력점포 수는 720개로 지난 2016년 말(596개) 대비 20.8% 늘었다. 이 중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은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로 2년 새 215.4%(84개)가 급증했다. 탄력 점포는 일반적인 영업시간(평일 오전 9시~오후 4시)과 달리 운영되는 점포를 말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사실 금융당국의 눈치가 보여서 (지점감축) 속도가 더딘 것으로 안다"며 "사실 당국의 지점 폐쇄 간섭이 과도한 경영개입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어서 발표 이전에 미리 줄여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