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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전환(轉換)의 시대 (中)] 인문학을 위한 정책 효율 제고...제도 차원 전환 주목

차기 정부에 인문학 진흥 방안 담은 국정과제 제안서 제출..."예산·법률·조직 개혁해야"

 

인문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와 사회적 차원의 제도적 지원 필요성에 공감이 확산하고 있다. 청년일보는 3인의 국내 석학으로부터 인문학 위기에 대한 혜안을 듣고 인문학 발전을 위한 현황과 전망을 이야기한다. 국내 석학 3인 중 첫 번째는 서울대학교 이강재 교수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서울대 이강재 교수 “학문후속 세대 단절이 핵심”

(中) 인문학을 위한 정책 효율 제고...제도 차원 전환 주목 

(下) "학문후속세대는 학문동행세대"..."공존은 인문학 위기 전환의 초석"

 

 

【 청년일보 】 문화적 도약과 연관된 인문학의 역할과 업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강재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 극복과 부흥을 위해 인문학 지원을 목표로 하는 정책의 효율성 제고와 함께 제도적 차원의 지원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인식의 전환을 강조한다.  

 

◆"인문학과를 모두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 현실성 낮아"...인문학 위한 예산·법률·조직 부문에서의 개혁 필요

 

이강재 교수는 "어떻게 하면 인문학이 위기를 타개하고 도약의 길로 나설 수 있는지"를 묻는 청년일보의 질의에 "상당히 많은 생각이 있고 차기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것도 많다"며 답변에 나섰다.

 

이 교수는 "민간 차원에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이 없다면 투자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문학의 진흥과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교수는 차기 정부에 국정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

 

그는 '문명대전환 시대 인문사회 학술정책의 혁신적 재구조화 제안'이라는 이름의 국정과제 제안서에서 "과학기술·인문사회 학술 간 균형발전과 협업을 통해 미래 글로벌 사회를 선도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한국이 '학술경국'(과기입국+인문경국)'의 모습으로 나아갈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당장 대학 내의 인문학 관련 학과를 모두 존속시켜야 한다거나 증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이 떨어진다"면서도 "다만 인문학 관련 연구자가 모두 없어진다면 이것은 중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예산·법률·조직 각각의 분야에 걸친 장고(長考) 끝에 도출한 해법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우선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인문학 학문후속세대가 지속적으로 양성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면서 "이들을 위해 한국연구재단을 통한 연구비 지급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그는 "과학기술계에 비해 현저히 적은 연구비 수혜율을 일정 수준까지 높이는 조치와 함께 연구에 참여하는 학생인건비를 현실화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가 청년 예비 연구인들이 다른 단과대학 대비 장학금 및 연구비 수혜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를 문제점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그는 "이를 위해서는 인문사회분야 순수학술지원예산의 현실적 증액이 필요한데,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현재의 연간 3천600억 수준에서 1조원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인문사회연구분야를 위한 전담 국가 조직 창설에 관한 주장도 전개했다. 이 교수는 "인문학과 그 연구자에 대한 실태 파악과 적확한 국가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학술정책연구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면서 "현재 교육부의 '학술진흥과'가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인해 그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하며 현행 교육부 전담 조직 개혁에 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더 나아가 이 교수는 인문학을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장치의 마련 역시 촉구했다. 그는 "현재도 학술진흥법과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 법률은 시기적으로 너무 오래돼 상징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있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해당 법률은 제정 및 시행 시기가 2016년으로 일각에서는 급변하는 외부 환경과 학계의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시급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가 "이에 대한 시급한 개정과 '학술기본법'의 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한 맥락도 바로 이와 궤를 같이한다.

 

그는 "과학기술계는 연구, 연구자를 위한 20여개의 법률과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다양한 정책연구와 실태조사를 담당하는 조직이 있다"면서 "이에 비해 인문사회분야는 너무 박약한 기반에서 관련 조사 및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어려움이 더욱 가속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며 인문사회분야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전담 조직 신설을 촉구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 교수는 해당 국정과제 제안서에 이러한 주장을 구체화 하여 예산·법률·조직 분야에 걸쳐 각각 ▲학술기본법 제정 ▲한국학술정책연구원 설립 ▲5년 내 인문사회 학술 예산 1조원 시대 개막이라는 내용을 담아 새 정부에 제안했다.

 

그는 이와 같은 조치를 통해 인문학이 "4차 산업혁명 등 문명전환 시대에 산업·기술 발전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깊이있는 인문학이 수준 높은 교양 인문학 만들어"...'과학기술과의 융합' 주장도

 

최근 인문학계 내·외부에서는 인문학의 '교양화'를 둘러싼 아젠다가 형성되고 있다. 인문학적 지식과 소양을 함양하고자 하는 일반 시민의 관심을 기반으로 성장한 유명 TV 프로그램 등을 필두로 이와 같은 트렌드는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인문학계에서는 근래 세미나·토론 등에서 이러한 사회적 흐름이 인문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학계 내부에서 직·간접적인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앞선 청년일보의 기사 '인문학 위기와 반향(反響)'에서도 청년 예비 연구인들 사이에서 관련한 주제에 관한 논의가 각기 뜨거웠다는 사실도 최근 '인문학의 대중화'라는 주제가 하나의 담론으로써 인문학계에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자칫 '인문학의 정통성이냐 대중화냐'라는 이분법적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화두에 이 교수는 "'교양'과 '순수학문으로서의 정통성'은 서로 배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인문학 그 자체로서의 학문적 성취가 되지 않고서 외형적으로만 그럴싸하게만 포장된 '교양'은 힘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강의에 있어 전문성과 교양의 두 가지 성격 어느 것에도 학문적 정통성에 입각한 깊이가 없어서는 안되며 기초학문으로서의 인문학 연구는 당연히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간히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는 소위 '근본없는 대중 인문학'을 직격하며 '교양화'에 앞선 탄탄한 기초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의 모습을 주문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것을 교육으로 확대하여 초중등교육·대학(고등)교육·시민교육·평생교육으로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인문학이 여타의 학문과도 꾸준히 융합해 자기 스스로의 실용적인 쓰임새에 관한 자기 입증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잊지 않았다.

 

이 교수는 "인문학적 깊은 사유에서 출발하여 과학기술과의 만남을 통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융합적 연구로인문학의 입지를 확장해야 한다"면서 "융합에 기반한 사회에서의 실용적 활용, 혹은 융합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에도 인문학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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