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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현황과 전망 中] 담론을 넘어 삶의 현장으로..."절반의 완성"

중대재해법 제정 실무에 참여 한국노총 서강훈 차장..."산안법이 남긴 숙제 절반 풀어"
산업재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에 긍정적 평가..."노사 모두 산업현장 안전에 관심"
새정부 법 개정 시도 "법리적·정치적 측면에서 모두 어려워"..."일부 경영계 비판 모순"
정부 50인 미만 사업장 지원책에 대한 '롤모델' 제시...안전보건판 '러브하우스' 제언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지났다. 노동 현실을 반영하며 생존권에 대한 위협을 표명한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법 시행 후에도 인명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처벌 강화를 주장하는 노동계와 완화를 촉구하는 경영계의 첨예한 대립 속에 청년일보는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노사 갈등 '뇌관'

(中) 담론을 넘어 삶의 현장으로..."절반의 완성"

(下) "사업주 잠재적 범죄자 우려"..."규제개혁 시급"

 

【 청년일보 】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각계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이 분출되고 있다. 이는 해당 법이 시행된지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경영·노동계의 담론 수준의 논의를 넘어 각 업계를 비롯한 일반 시민 사회에 실제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새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시절에서부터 중대재해법에 관한 '개정' 논의를 공식화한 바 있다.

 

지난 5월 언론에 유출된 당시 인수위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보면 새 정부는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정비 등"의 내용을 담아 중대재해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인수위는 당시 시행령 개정 시기를 현 시점에서도 머지 않은 '2022년 하반기'로 명시하기도 했다.

 

중대재해법 그 자체를 바라보는 경영계와 노동계 등 각계의 시선과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청년일보는 중대재해법 제정 논의 과정에 실무자로 참여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서강훈 차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행 중대재해법의 입법 및 시행 과정에 대해 개괄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시는가?

 

서강훈 차장은 현행 중대재해법 입법 과정 및 시행 현황에 관한 총평 요청에 대해 "중대재해법은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에서 풀지 못했던 숙제를 반 정도 풀고 반 정도 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입을 뗐다.

 

서 차장은 "산안법에 포함하고자 했었던 '경영책임자에 대한 책임 적시'와 '강화된 처벌'이 중대재해법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며 "중대재해법 입법 과정에서 후퇴해 한번에 포함되지 못한 내용들이 결과적으로는 건설안전특별법에 포함돼 이제야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의 경우도 결과적으로는 시민과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상을 입는 사고로 기록됐다"며 “최초 중대재해법 입법 당시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면 일부 방지할 수도 있었던 사안인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서 차장은 현 시점에서 퍼진 중대재해법에 관한 다양한 논의에 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중대재해법에 걸리면 무조건처벌을 받는다"와 같은 경영계의 우려는 법의 취지와 내용을 왜곡해 인식한 '오해'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대재해법이) 작년에 공포된 뒤 시행까지 1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일부 로펌, 경영계,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공포 마케팅'이 이뤄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논의에 있어 일부 로펌·기업·매체에 관해 아쉬움을 표했다.

 

먼저 서 차장은 "일부 로펌에서는 경우 중대재해법을 이른바 '특수'로 여기고 "돈을 벌고 빠지자"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면서 "중대재해법이 로펌을 먹여 살리는 법이 된다는 말이 도는 것도 현실"이라며 일부 로펌에 비판을 가했다.

 

아울러 서 차장은 일부 기업에 대해서도 "중대재해법의 목적은 '기업의 안전역량 강화'인데, 처벌 회피에만 급급해 하는 측면이 있다"며 경영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중대재해법이 적용돼 수사 대상이된 기업들에 관한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보면 기초적인 안전보건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로 보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당국에서조차 사고의 원인이 노동자의 부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안전보건조치 미준수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면서 "중대재해법 공포 이후 시행에 오기까지 일부 기업의 미비한 준비 태세가 현 시점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서 차장은 "일부 언론 매체에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안전보건 사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라면서 "예를 들어 노동자가 사상을 입어 중대재해법으로 처벌 받는 1호 기업이 어디인지 드러나기만을 기다리는 행태 등이 그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과 후를 비교해 봤을 때 가장 체감되는 변화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가?

 

그는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안전보건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가장 큰 변화점으로 꼽았다.

 

서 차장은 "건설업계 현장만 하더라도 안전을 관리하는 부서의 지위가 낮았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안전보건관리 의무 이행보다는 건물 건설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가운데 노동계에서 느끼는 변화라면 산업재해 예방 및 감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라면서 "그동안 이와 같은 사안은 말로만 그 중요성을 강조할 뿐이지 언제나 후(後)순위였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중대재해법으로 인해 산업재해 발생에 관한 처벌이 강화되다 보니 노사 모두 산업재해 예방을 비롯한 안전보건경영 대해서 더욱 신경쓰게 됐다"면서 "노사를 비롯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성과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새 정부가 들어서며 중대재해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먼저 현행 징역형을 빼고 재산형 벌금 체계로 개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두 번째로 '경영책임자'라는 용어나 일부 조항 등에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그는 "입법 과정에서 징역형을 빼자는 의견도 고려를 안해본 것은 아니다"라며 운을 뗐다.

 

실제로 서강훈 차장은 중대재해법 재정 당시 관련 정당과 함께 실무자로써 입법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어 그는 "한국의 법 체계는 대륙법 체계로 가는 추세"라면서 "법률적으로 법인이라는 무생물한테 단독으로 죄를 부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서 차장은 "(한국의 법 체계는) 법 위반 행위자를 처벌하고 집단을 처벌하는 양벌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오직 벌금형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불가할 것으로 보는 것이 한국노총 자체 법률 자문의 의견"이라고 분석했다.

 

서 차장은 현재의 정치적인 상황에서 실제 법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통령령으로 개정할 수 있는 시행령의 경우는 몰라도 법 개정 자체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또한 '국정과제와 이행계획서'에서 중대재해법을 2024년 개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이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대재해법의 일부 조항이나 용어 등이 애매모호하다는 일부 경영계의 지적에 대해서도 "굉장히 모순적"이라며 반박했다.

 

서 차장은 "산안법에는 900~1200개의 규정이 있는데, 일부 경영계는 규정이 너무 세세해서 지킬수 없다고 말함과 동시에 중대재해법은 규정이 너무 모호하고 불분명해서 지킬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와 같이 된 이유는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의 목적과 수범자(受範者)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안법은 현장노동자, 관리감독자, 안전보건관리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와 같은 현장의 노동자와 가까운 분들에 대한 법률이기 때문에 상세한 규정들이 존재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법으로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경영책임자는 책임이 규정되지 않아 처벌 받지 않았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난점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해 제정된 법이 바로 중대재해법”이라며 “인력, 예산, 조직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경영책임자에게 부여한 것"이라면서 "인력, 예산, 조직은 각 사업장의 업종과 규모에 따라서 매우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은 어려워 이 같이 제정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중대재해법이 산안법을 보완하는 특별법의 성격을 띄고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두 법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각각의 법에 해당하는 수범자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준이 나눠져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중대재해법은 2024년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시행 될 예정에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적확(的確)한 법 시행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정부이 필요하다고 보시는가?

 

서 차장은 "가이드북을 던져주고 알아서 숙지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한 고용노동부 정책관을 만나 "50인 미만 사업장 지원을 위해 어떤 것을 하고 있나"라고 여쭤보니 "50인 이상 사업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면서 "50인 미만 사업장은 아직도 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 예방, 지원 사업에만 치중돼 있고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지난 5월 19일자 본지 '50인미만 사업장 시행까지 '2년'...정부, 중대재해법 지원 미비' 기사 참조]

 

이어 그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산안법의 여러 사항이 면제되거나 경영상의 이유로 안전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아 기초적인 안전보건관리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시행 준비를 위한 지원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중소기업의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 차장은 "안전보건적 관점에서 중소기업의 기준이 되는 인원은 300인인데, 이 인원이 충족되는 사업장 약 5천여곳을 제외한 270만 개에 이르는 사업장은 전부 '300인 미만' 사업장이며 업종과 범위 또한 매우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서 차장은 “중소기업기본법에서는 중소기업을 300인, 소기업을 50인으로 보고 있는데,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거나 업종별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직군에 집중해 처음부터 끝까지 지원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노총에서 진행 중인 50인 미만 중소기업 사업장에 대한 지원책 '안전보건 혁신사업'을 그 예시로 소개했다.

 

서 차장은 "안전보건 혁신사업'은 안전보건판 '러브하우스'"라면서 "시설개선, 위험성 평가, 안전보건 체계관리 구축이라는 경영시스템 인증까지 해주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의 담당자와 연계해 사후 모니터링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라면서 "이 같은 지원을 정부가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지원 사업은 기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각 업종·사업장별 '맞춤형' 지원을 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영계와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산안법, 중대재해법, 건설안전특별법(논의 중) 등 '안전법 쓰나미'가 지나친 '법률주의'가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로 인한 경영책임자에 대한 중복 혹은 과잉 처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서 차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쓰나미라는 것은 전조 현상이 있고, 그 뒤에 큰 해일이 몰려오는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다"면서"안전보건적 차원에서 전조 현상은 대형 산업 재해의 반복과 그에 대한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 받지 않는 사태의 악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정부나 일부 경영계 등에서 관련법을 후퇴시켜 2파, 3파로 중대재해법, 건안특별법 등이 쓰나미가 돼 몰려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으로 그는 "안전법이 개별적으로 제정되는 현상에서 오는 현장의 혼란 등은 백번 이해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안전관리 의무사항이 규율되는 현상은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서 차장은 “산안법 테두리 안에서 각 주체의 의무와 책임이 제대로 규정이 되고 이들이 법을 준수했다면 중대재해법이 제정되는 등 그 이후의 논의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루고 미루다 기어코 터진 것이 오늘날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노동자의 부주의 혹은 순전히 운(運)적 요소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책임도 경영책임자가 쥐어야 하느냐는 비판이 있다.

 

서 차장은 “물론 노동자의 부주의나 운에 의해서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중대재해법 시행령에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면서 “그것을 제대로 이행하면 경영책임자는 면책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기 위해서는 중대재해 발생과 안전보건 확보 의무 미이행 사이의 분명한 인과 관계가 있어야 한다"면서 경영책임자가 시행령에 규정된 의무를 잘 이행하면 자연스럽게 사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서 차장은 "운적인 요소, 천재지변, 노동자의 극단적인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의 내사로 사건이 종결되거나 재판까지 진행되더라도 경영책임자가 처벌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그는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역사를 보면 언제나 노동자 개인 차원의 문제로 치부하는 관점이 있었다"면서 "이 같은 역사를 조망해보면 구조적으로 노동자 개인 차원의 부주의만을 따지기에는 현대에는 구조적 압박이 매우 거세진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 사회 풍토만 봐도 국민들이 기업에 모든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납득하지 않는다"면서 "핵심은 인력, 예산, 조직을 구조적으로 그와 같이 편성해 노동자가 '내가 다치거나 죽을수 있다'는 위험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일하게 하는 구조적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차장은 "예를 들어, 돈과 인력이 없다고 말하며 2인 1조가 아닌 혼자서 작업을 하도록 하다 숨진 것과 같이 노동자 차원에서 해소 불가능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노동자가 위험에 노출돼 변을 당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2016년 구의역 김군이나 2018년 김용균씨가 당한 변의 본질도 바로 이런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서 차장은 "안전보건경영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기업은 한국에서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고덧붙였다.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의 5년을 맡게 됐다. 향후 5년간 이뤄질 새 정부의 중대재해법 개정 행보와 관련해 희망하는 점이 있으신지?

 

서강훈 차장은 기자의 질문에 긴 침묵 끝에 답변을 이어갔다.

 

서 차장은 "정권마다 성향이 존재하니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행 논의에서 후퇴시키지만 않았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중대재해법 강화 필요성에 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중대재해법 제정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던 개인 실무자 입장에서는 수사 상황과 재판을 지켜보고 추가 논의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 차장은 "정부, 정파에 관계 없이 산업 재해가 발생하면 생기는 유가족 등을 정치 현장에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정부부터 지금까지 산업 재해 예방 조치에 관해 노사정이 합의를 본 사항이 많다"면서 "산재예방을 정부 일반 영역에 확대하는 사안과 같이 이견이 적은 합의 사항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와 함께 그는 "산업 재해 예방을 위해 공단 차원에서 안전보건관리 체계 형성을 위한 융자 지원 사업 등을 하고 있지만 인력 지원 등과 같은 조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하며 "산업 재해 예방을 위한 예산 확대에 노사정이 2006년, 2008 2020년에 걸쳐 세 차례 합의를 했는데, 이행되지 않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서 차장은 "예산이 없으니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본부도 자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가 없다" "정부가 민간을 이끌어서 모범을 모여야 하는데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예산 확보 등 기존 합의 내용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새 정부가 노사정의 관련한 합의 내용을 이행해줄 것을 촉구했다.

 

◆산업 현장의 안전과 관련한 그 밖의 주제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서 차장은 "5년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나름의 치적을 위해서 유무형의 정책이 많이 나오곤 한다"며 "안전보건이 화두가 됐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타국의 사람이 죽는 것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대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자국의 산업 재해 피해자와 사고 예방에 큰 관심을 크게 갖지 않는 것이 늘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 이행계획서' 등을 보면 솔직한 마음으로 아쉽다"면서 "새 정부가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다 다치거나 죽는 우리 국민이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일부 경영계에서는 노동자의 극단적인 부주의를 말하고 있고, 극단적인 노동계에서는 '기업살인'을 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법과 제도에 관한 논의에서 양 극단의 입장은 다소 배제될 필요가 있다"며 합리적인 통념 사이에서 이뤄지는 노사 사이의 합의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강훈 차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차마 담지 못했던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중대재해처벌법에 포함됐다는 사실에 대해 평가했다. 그러나 서 차장은 중대재해법에서 역시 실제적인 입법 과정에서 처벌 조항 등이 크게 약화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 산안법이 남긴 숙제를 "절반은 풀고 절반은 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중대재해법이 산업재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증대시켰다는 점에서 이미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대재해법에서 '징역형을 배제하고 재산형 징벌 중심으로의 완화'해야 한다거나, '애매모호한 조항' 등이 있다는 경영계의 비판을 "자기 모순적"이라며 일축했다.

 

아울러 서 차장은 한국노총의 '안전보건판 러브하우스' 지원 사업을 예시로, 다가오는 2024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법 시행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끝으로 그는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경영·노동계가 합리적인 합의 과정을 걸쳐 중대재해법에 대한 논의와 합의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면서, 대한민국 기업의 경영 문화에 '안전보건경영'이 핵심이 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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