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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vs 삼성동...파르나스호텔 '임료 아전인수' 우려

받을 임료 산정 땐 호텔 분야 관행 상반된 계산법으로 무리수 증액 비판받아
줘야할 임료는 코로나19 이유 들어 과감한 감액...사정변경원칙 놓고 갑론을박
GS리테일·무역협회 주요 주주...글로벌 기준 경영판단 모범보여야 요청 대두

 

【 청년일보 】 파르나스호텔이 근래 각종 임대료(이하 임료) 분쟁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1일 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파르나스호텔은 개별 분쟁에 따라, 임료를 받아야 하는 세칭 갑의 입장과 임료를 부담하는 을 양쪽을 오가는 다양한 상황을 겪고 있다. 아울러 갑·을 어느 쪽이든 업계 관행 등과 상반된 주장을 불사하더라도 자사 이익을 최대한 주장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르나스호텔은 GS리테일과 무역협회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호텔업계의 현황은 물론, 물론 굴지의 대기업과 유력 경제단체의 경영 판단을 엿볼 수 있는 분쟁들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나인트리 명동 "임료 줄여달라" 주장...분쟁 법원으로

 

파르나스호텔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등 5성급 호텔과 함께 자회사를 통하는 방식으로 나인트리 명동 등 비즈니스호텔들도 운영한다.  

 

최근 분쟁 대상이 된 곳은 명동10길51에 위치한 나인트리 명동( I ). 파르나스호텔은 2012년 6월 10년짜리 장기 계약을 맺고, 호텔 운영에 나섰다. 파르나스호텔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23억원을 전세권 설정 등기도 진행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해 초여름. 파르나스호텔은 임료를 감액해 달라면서 소가 9억9천만원짜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관광시장 불황 등이었다.

 

다만, 문제삼은 가액이나 시점을 두고 의아한 소송 태도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가액 면에서 23억짜리 전세권 계약에서 상당 부분인 약 10억원을 소가로 잡은 임료 감액 소송을 주장한다는 건 사정변경원칙을 고려해도 이례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 민사법 교수는 "10년짜리 전세권 설정을 해 보호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그 계약 자체도 이미 거의 끝나가는 2021년에 거액의 임료 감액을 구하는 건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부동산 계약에서는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 임료 등을 산정한다. 계약 전반을 한 덩어리로 봐야 하는데, 거의 대부분이 성취된 계약에서 코로나19 상황이라는 편리한 부분만 짚어서 소송을 내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불황에서 임료 감액이나 극한의 경우 계약해지까지 인정 가능하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실제로 법원에서 계약해지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 명동 상업용건물 임대자인 명OO빈을 피고로 한 액서서리 업체가 임대차계약을 해지해 주거나, 그게 어려우면(예비적 청구) 임료를 감액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승소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액서서리 업체 임대차 해지 판결은 90% 이상 매출이 감소한 경우였다. 계약서에 90일 이상 영업을 못할 경우 감액, 해지 등 조건이 있었으며 계약 기간도 3년 단기였다. 그런 계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사정변경원칙을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지 않은가"라는 원론적 지적이 만만찮았다. 때문에, 항소심(올해 1월 원고 승)을 거쳐 대법원까지 간 끝에야 원고 승소로 확정(올해 6월 원고 승)될 수 있었다.

 

파르나스호텔 전반의 형편을 저 액서서리 업체 사례만큼 경영이 어려운 상황으로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파르나스호텔 전반적 매출은 2019년 매출 3천56억원, 영업이익 643억원을 올리며 역대 최대 성과를 낸 바 있다. 이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적자전환했다. 적자전환의 이유로는 이 기간을 활용한 일부 시설 리모델링을 진행한 결과라는 설명이 나온다.

 

심지어 이후 지난해 1년 만에 적자에서 탈출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각 개별 호텔마다 경영 사정은 다를 수 있지만, 나인트리 전체 평균 객실투숙율은 2019년 88%, 2020년에 43%, 2021년에 50%선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명동 액서서리 업체처럼 명운이 걸린 상황에서 임료 인하 내지 계약 해지를 인정받는 경우와는 다소 다르다는 게 산업계의 시각이다.

 

이 사건은 결국 임료 일부 감액 조정을 얻어내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상대 회사는 "(주장을 다 들어줄 수는 없었고) 결국 법원이 나서서 적절히 조정했다. 따라서 승소, 패소를 이야기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나친 임료 감액 주장이 아니냐는 평가를 요청했지만 "자세한 사항을 밝힐 수는 없다"며 의견은 밝히지 않았다. 


IMF 당시 민자사업 참여업체엔 오히려 '임료 과다 산정 요구' 논란  

     

한편 파르나스호텔은 자신이 임료를 받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무리한 과다 산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갑과 을 입장이 되든, 그때마다 아전인수를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며 임료 분쟁들을 바라보는 부동산 분야 관계자 이야기가 나온다.

 

파르나스호텔을 운영하는 주체 중 하나가 무역협회임은 앞서 설명한 바 있다. 무역협회는 컨벤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 무역센터(코엑스)의 개발, 부대시설 건축에 나섰다. 이런 무역협회 판단은 1996년경 ASEM 회의 개최 장소를 준비하면서 이뤄진 것. 민간업체에 자금 투입을 통한 개발참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때 한무OO은 업무시설동 건립과 개발, 운영을 할 계획으로 참여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1997년 연말경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이 되는 등 경제 사정이 갑자기 악화됐다.

 

부득이 한무OO은 이를 업무시설 대신 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낫다고 기대되는 호텔로 바꾸고자 무역협회에 허락을 요청했다. 무역협회에서는 이를 승인했고, 이에 한무OO은 전문호텔업체인 오크우드사와 경영위탁을 맺고 호텔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파르나스호텔을 무역협회와 같이 운영하는 당시 LG건설(이후 이 지분은 GS건설, GS리테일로 인수)이 이에 불만을 뒤늦게 표시하면서, 무역협회 입장이 곤란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파르나스호텔 산하인 인터컨티넨탈 2개가 이 인근 위치에 있어, 시설동에서 오크우드호텔로 변경되면 영업력이 잠식된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뒤늦게 무역협회는 중간에서 중재에 나서서, 한무 측에 오크우드의 장기투숙객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인터컨티넨털 영업 기회를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조정을 했다. 

 

이런 한무 측의 양보에도, 파르나스 측의 요구는 계속됐다. 임료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총이익 수익을 계산하는 방법에서 봉사료 등을 함께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임료를 올려달라는 이야기로 연결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주장은 무리라고 설명했고, 분쟁 중에 이런 내용도 논점이 됐다. 

 

한무 측은 애초 호텔로 업종을 바꿀 때, 임료 등 산정이나 영업방식 등에서 '이미 문서화된 허락과 액수 산정'이 있었는데 추가로 불리한 조건을 추가해 사실상 임료 인상을 요구하는 건 문제'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다툼의 대상이 된 임료 등 소가는 3억5천만원이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20년 9월 원고 한무 측의 손을 들어 파르나스호텔의 임료 산정 등 갑질 논란은 문제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후 지난해 6월에 서울고등법원도 피고 파르나스호텔 측 패소 판단을 내놨다.

 

이 건을 다룬 재판부들은 "총매출액이 아니라 총매출액에서 봉사료 상당의 매출액을 제외한 금액을 기초로 임료를 산정하기로 한 점이 문서상 명확하다"며 변경 주장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소송들을 보면서 파르나스호텔이 논리 일관성 없이 이익과 편의를 좆아 주장을 펼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민사법 교수는 "자신이 임차인인 사례에서 코로나19을 이유로 임료 감액을 요구하는 파르나스 측 태도가 전부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가 갑인 상황에서는 호텔 분야 상관행을 무시하고 갑질 논란을 빚으면서까지 임료 증액을 요구하다가, 자기가 돈을 내야 하는 상황엔 다시 여러 이유를 들어 감액 주장을 편다면 아전인수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두 소송을 한 법원에서 들여다 봤다면, 개별 주장의 무리수 여부는 둘째치고, 신의칙에 어긋난 주장을 그때그때 편다는 인상을 줘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불리한 심증의 추가 문제'를 지적했다.

 

한 부동산 분야 종사자는 "유력 주주들이 경영하는 곳인 만큼 향후에도 부동산 분쟁이 전혀 없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큰 업체로서 부담을 감수하는 건 차치하고라도, 업계 상식에 걸맞은 주장을 펴 모범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임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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