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서민들의 꿈에 세금을 매길 수 없다" 영화 '마스터'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이병헌의 대사다.
이 대사는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지만 월급은 제자리 걸음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무거운 삶의 짐을 짊어진 청년들이 가상자산 투자에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약 645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7.5%다.
전체 투자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청년세대는 가상자산을 단순한 투기 수단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마지막 희망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들에게 돌아갈 보호막을 마련하기도 전에 과세라는 카드를 먼저 꺼내 들었다.
물론 세금을 걷는 행위가 불합리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소득이 발생하면 과세는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아직 기초적인 규제와 투자자 보호 장치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명확하다.
물론 올 여름 국내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상자산 시장은 주식시장과 비교했을 때 투자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 수준이 미흡하다. 주식시장에서 특정 종목이 폭락하면 '서킷 브레이커', 'VI' 등 변동성 완화 장치를 통해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아직 이런 안전장치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하루아침에 수익은 물론 원금까지 날릴 수 있다.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체에 위험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논의에 대해 단순한 경제적 부담을 넘어 마지막 희망에 대한 차가운 배신으로 느끼고 있다.
과세를 하고자 한다면 정부는 과세에 앞서 시장의 신뢰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이 더 이상 무법지대가 아닌 건전한 투자처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철저한 규제와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꿈에 세금을 매길 수 없다"는 한 줄의 대사가 의미하는 것은 단지 감성적인 울림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의 목소리이며, 그들의 좌절과 기대를 담은 외침이다.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논의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세금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청년들의 꿈은 단지 개인의 욕망이 아닌 사회의 미래다. 과세를 논의하기에 앞서 이들이 안전하게 꿈을 꿀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진정한 국가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