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국내 정치 불안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며,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6일 발표한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10년 전인 2014년 12월에 비해 3.4배 증가한 365.14를 기록했다. 이는 한일무역분쟁 당시인 2019년 8월(538.18)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국가별 주요 언론에서 경제, 정책, 불확실성 관련 용어의 빈도를 분석하여 산출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불확실성 지수가 10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국내 설비투자는 약 6개월 뒤 8.7%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보고서는 불확실성 지수가 6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함에 따라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 설비투자는 지난해 12월 대비 14.2% 감소하며, 투자 감소가 현실화된 상황이다.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특별한 국내외 사건 발생 시 더욱 큰 변동성을 보인다.

박가희 SGI 연구위원은 "정치적, 대외적 충격으로 경제정책이 자주 바뀌면 기업들이 투자 시점과 규모를 결정하기 어렵게 되어 이미 계획된 투자마저 취소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며 "불확실성 해소와 기업의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수요와 기술 경쟁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어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SGI는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은 기술 혁신과 시장 선점이 중요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들 업종은 글로벌 공급망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GI는 기업들의 투자 환경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일관된 경제정책을 통해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경제정책 변경 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전 예고하여 기업들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투자세액공제 확대와 한시적 규제 완화, 환율 변동 보험·보증 제도의 확대, 환위험 관리 비용 지원 등의 필요성과 함께, 중소기업 간 네트워크 형성 및 해외 공동투자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기업 측에서는 잠재력 있는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투자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개발(R&D) 투자 강화 및 기술 경쟁력 확보 또한 중요한 대응 전략으로 꼽혔다.

박양수 SGI 원장은 "반도체, 자동차 등의 업종은 경제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고 국가 전체의 투자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반도체특별법 등을 조속히 통과시켜 기업들의 장기 안정적인 투자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