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4일 첫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며, 안보·경제 전반에 걸친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중요한 이웃 나라인 한국과는 정상 간 대화를 통해 관계 강화를 모색하겠다"며 한일 협력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 글로벌 사우스(신흥국·개도국)와의 협력 강화에 힘쓸 것"이라며 외교 다변화를 천명했다.
그는 지난 2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힌 바 있어, 협력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일 관계를 외교·안보정책의 핵심 축으로 규정했다. 그는 "일미 동맹은 일본 외교·안전보장의 기축"이라며 "내주 일본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구축해 양국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또한 "일·미·한, 일·미·필리핀, 일·미·호주·인도 등 다각적 안전보장 협의를 심화할 것"이라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지역 안보 네트워크 강화를 예고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국제질서는 지정학 경쟁 격화로 흔들리고 있다"며 중국·북한·러시아를 '심각한 안보 우려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중요한 이웃 국가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으나 "안보·경제안보상 우려가 존재한다"며 경계의 시선을 유지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는 "단연코 용인할 수 없다"며 일본인 납북 피해자의 조기 귀국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방위비 증액 및 자위대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새로운 전투 방식이 나타나는 등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주체적으로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2% 달성 시점을 기존 2027회계연도에서 2025년으로 앞당기겠다고 공식화했다.
그는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2025년도 중으로 2% 달성을 추진하겠다"며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2022년 12월 개정된 안보 문서에서 2027년까지 GDP 대비 방위비를 2%로 늘리기로 했으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압박과 안보 환경 악화를 이유로 시점을 2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방위 생산기지와 기술기반 강화, 자위대 대원 처우 개선에도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자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일본유신회가 추진 중인 '원자력 잠수함 보유' 구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경제 분야에서는 "생활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희망으로 바꾸고 강한 경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기조로 첨단기술 중심의 성장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일본성장전략회의'를 신설해 혁신 기반의 경제 체질 전환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정책과 관련해서는 "일부 외국인의 위법 행위로 국민이 불안과 불공평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규칙 준수를 요구하고, 외국인의 토지 취득 규제 검토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평화헌법 개정 문제에 대해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국회 발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당파를 초월한 건설적 논의가 가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