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한국화재보험협회 등 임기가 만료 또는 만료가 도래하는 보험업계의 유관기관들이 후임 기관장 인선 작업을 둘러싸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현 기관장들의 임기가 만료됐거나,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후임 기관장 인선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 처럼 이들 유관기관들이 후임 기관장 인선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이 그 동안 관행처럼 제시해온 인선 일정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즉 금융당국이 과거 이들 기관들의 수장 인선을 좌지우지하다보니 일종의 가이드라린이 제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급기야 기관 운영에 차질이 예상되자, 정관까지 개정하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7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한국화재보험협회(이하 화보협회)가 신청한 정관개정안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관 개정안의 골자는 쉽게 말해 현 이사장의 경우 후임 이사장이 선출되기 전에 임기가 만료될 경우 후임 이사장이 선임될때 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기존 내용을 이사장에서 상임이사(등기임원)로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즉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대상 범위를 기존에는 이사장 1인에 국한했으나, 이를 상임이사로 확대한 셈이다.
이 처럼 화보협회가 정관개정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점은 현 강영구 이사장의 임기가 이미 지난 2월 만료된 상태에서 이승우 부이사장 역시 오는 15일 임기 만료를 코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처리해야 할 안건 중 2인이 승인해야 할 사안들이 있는데, 임기만료 된 이사장에 이어 부이사장의 임기 만료까지 다가온 상황"이라며 "부이사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할 경우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정관 개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 역시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정관 개정안을 승인해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개발원 역시 마찬가지다. 허창언 현 원장도 지난 6일자로 임기가 만료됐으나, 여전히 후임 인선 일정은 안갯속이다. 더구나 내달 초 비상임이사들의 임기까지 도래하면서 정관 개정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보험개발원 역시 허 원장도 기존 정관대로 후임 인사가 선임될 때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나, 문제는 비상임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될 경우 기관 운영에 적잖은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보험개발원 역시 향후 기관 운영의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조만간 금융당국에 정관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면 여타 보험업계의 유관기관인 보험협회들은 대상 범위를 확대해 놓은 상태다. 즉 생명보험협회의 경우 후임자 선임때 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대상 범위를 임원으로, 손해보험협회는 회장과 상임이사, 감사로 확대, 규정해 놓은 상태다.
전직 보험업계 한 대표이사는 "과거부터 금융 및 보험 유관기관들의 기관장 인사는 금융당국이 결정권을 쥐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인선 일정은 물론 특정 인물을 지목해 온 경우가 대부분"고 말했다.
이어 "피감기관이자 정책 등 업무를 조율해야 하는 입장에선 금융당국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시대가 흘러 분위기도 많이 바뀐 상태인데다, 수년전부터 정부의 민간기관 인사 개입이 직권남용이란 위법 소지가 부각되면서 다소 완화된 부분이 있어 보이긴 하나 여전히 금융당국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기관장 인선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로 그 동안 기관장들의 업무 능력 및 성과는 배제된 채 연임은 생각하지도 못했고, 선임권을 쥐고 있는 회원사인 보험사들도 암묵적으로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르고 있는 게 관행"이라며 "이른바 관치의 부작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불만이 있어도 사실상 눈치만 보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 유관기관장의 자리는 금융당국의 몫이란 공식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시대"라며 "기득권층의 이른바 낙하산 인사는 개선하고, 출신 성분은 배제하고 오로지 능력과 자질 경쟁으로 기관을 이끌어 나갈 적임자를 선임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현행법 상 정부가 민간기관의 인사에 개입해 권한을 행사할 경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게 해석이 중론이다.
모 법무법인의 한 대표변호사는 "민간 유관단체의 인사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어떠한 법적 권한이나 근거가 없기 때문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해도 직권남용으로 문제를 제기할 경우 지시 등 관련자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형법 제123조(직권남용)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청년일보=김양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