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가 국내 최대 국적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 본사의 부산 이전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추진 중인 가운데 HMM 노조가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사무금융노조 HMM지부의 육상노동조합(이하 노조)은 4일 오전 11시 대통령실이 위치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정문에서 '본사 강제 이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현장에는 정성철 HMM 육상노조 위원장과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으며, '가족·생존권 파괴', '국가 해운 경쟁력 갈아먹는 HMM 본사 강제 이전 반대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특히 노조는 본사 이전이 단순한 건물 이동이 아니라 회사의 조직·경영·전략 전반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라며, 이를 강요하는 것은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HMM 본사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 균형 발전이란 명목 하에 대선후보 시절 내세운 대표적 공약 중 하나다.
당시 이 대통령은 "부산을 해운 항만의 중심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해운 물류회사를 부산으로 집중시키는 게 매우 도움이 된다. 그래서 HMM을 부산으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둔 직원들의 생존권 문제와 해외 고객사와의 소통 비효율로 인한 경쟁력 저하 등을 우려하며 반대의 입장을 거듭 표명해왔다.
특히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1월 HMM의 이전 로드맵을 발표하며 불씨를 지폈다.
정부 입장에선 본사 이전을 위해 노조 설득 여부가 최대 관건이었지만 노조가 반대의 뜻을 견지하며 입장 간극을 좁히기 어려워진 셈이다.
노조는 지난 1일 800여 명 노조원에게 부산 이전 반대 피켓을 배포했으며, 노조원들은 서울 여의도 본사 사무실에서 '본사 이전 결사 반대', '노동자 생존권 사수' 문구가 적힌 피켓을 컴퓨터 모니터 등에 부착하기도 했다.
이날 이재진 위원장은 발언을 통해 "HMM은 대한민국 수출 기업의 운송망과 해운산업의 명맥을 지켜냈으며, 국가 경쟁력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면서 "기업이 성장한 환경을 이해하지 않고 지방 이전을 지역 발전이라는 도식적 공식만 들이대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전 강행시 120만 민주노총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해 HMM 부산 이전을 막아내겠다"고 덧붙였다.
정성철 위원장은 "(본사 이전이) 지방 균형 발전이 필요함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철저한 사전 준비와 투명한 협의 과정, 기업과 노동자가 실제로 정착하고 이점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타당성 없는 본사 이전은 회사와 주주 및 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면서 "나아가 회사 경쟁력의 하락은 곧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이전 추진은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HMM에서 근무 중인 워킹맘이라는 조 모 씨는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본사 이전이라는 행정적 결정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삶의 터전 전체가 흔들리는 문제"라면서 "갑작스러운 본사 이전이 현실화된다면 주말 부부를 하거나 경력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총파업 태세에 돌입, 중단 없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정부와 대주주가 노조의 동의없이 이전 강행 절차를 진행한다면, 지체없이 총파업 태세에 돌입할 것"이라면서 "경영진은 (이전) 타당성조차 없는 본사 이전과 관련해, 어떤 입장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