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 영어·국어의 난이도가 전년 대비 대폭 상승했다는 평가 속에, 수험생들의 입시 준비에 적잖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4일 발표한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영어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은 전체의 3.11%(1만5천154명)에 그쳤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4% 안에 들면 1등급을 받는 상대평가 과목과 비교해도 비율이 낮다.
영어 1등급 인원이 감소하면서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하는 상위권대 수시 지원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대학은 내신 외에도 최소한의 수능 성적을 요구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수시에 지원한 대학에 갈 수 없다. 이 경우 정시 지원을 노려야 한다.
입시업계에선 정시에서의 '키'는 국어 영역이 쥐고 있다고 본다.
어려웠던 이번 수능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전년보다 8점 오른 147점이다. 반면 다소 쉬웠던 수학은 139점으로 전년보다 1점 하락했다.
똑같은 원점수 100점이라 해도 국어 만점자와 수학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8점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종로학원은 "수학 만점을 받고도 국어 고득점 학생을 이길 수 없는 구도가 형성됐다"면서 "상위권의 핵심 변별 과목은 국어"라고 강조했다.
진학사 역시 "올해 의대 등을 노리는 최상위권 수험생의 당락은 수학에서의 실수를 국어에서 얼마나 커버하느냐가 아니라 '국어 고득점 여부'에서 결정될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입시업계에선 비슷한 수준의 대학이라 해도 수능 영역별 점수 반영 비율은 상이하기 때문에 자신이 잘 본 과목을 많이 반영하는 대학을 추려 정시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예컨대 영어 영역에서 쓴맛을 본 수험생이라면 영어 반영 비율이 큰 대학 지원에 신중해야 한다. 현재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영어 반영 비중은 연세대, 고려대, 서울대 순으로 높다.
비상교육은 "대학의 환산 점수 유불리 파악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목표 대학의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과 자기 성적을 비교해 보고, 비슷한 점수대 학생의 정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탐구과목 중 사탐의 상위등급 인원은 급증하고 과탐은 급감한 점도 정시 도전에 있어 고려해야 할 주요 변수다.
자연계 학생이 과탐 대신 상대적으로 공부 부담이 적은 사탐으로 갈아타는 '사탐런' 현상이 번지면서 이 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수능 사탐에서 2등급 이내에 든 수험생은 전년 대비 30.0%(1만8천375명) 증가했으나 과탐의 경우 25.3%(1만2천612명) 줄었다.
종로학원은 "사탐 고득점자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 정시에서 치열한 경쟁 구도가 불가피해졌다"고 짚었다.
진학사는 "사탐런을 했으나 성적이 월등히 높지 않은 경우 인문계열로 교차지원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고, 자연계열로 지원하기에는 가산점을 받지 못해 불리하기 때문에 이중고를 겪을 개연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사탐과 과탐 모두 세부 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는 크지 않아 선택 과목별 유불리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입시업계는 또 사탐·과탐 점수의 경우 국어와 수학, 영어와 달리 성적표에 표기된 점수를 대학이 그대로 반영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서울대와 홍익대, 국민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대학은 정시에서 수험생의 탐구영역 점수를 볼 때 각기 다른 변환표준점수 체계를 활용한다.
대성학원은 "많은 대학이 탐구 영역에서 백분위 기반 변환표준점수를 사용한다"며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은 표준점수를 적용하므로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크게 발생할 수 있어 수험생은 목표하는 대학의 변환표준점수 적용 방식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