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가 엔비디아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물량을 내년 2월부터 중소기업·스타트업과 학계·연구계, 국가 인공지능(AI) 프로젝트에 본격 배분한다. AI 모델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온 연산 자원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첨단 GPU 확보·배분 계획'과 'K-엔비디아 육성 전략', 'AI 고속도로 구축 계획' 등을 발표했다.

이번에 배분되는 GPU는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1조4천600억원으로 확보한 물량 중 약 1만장이다. 정부는 이를 단일 GPU가 아닌 대규모 클러스터 형태로 구축해 연산 속도와 처리량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고성능 추론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과제 신청은 내년 1월 28일까지 온라인 플랫폼(AIinfrahub.kr)을 통해 접수한다. 과제당 지원 규모는 H200 기준 최대 256장, B200 기준 최대 128장으로, 최대 12개월간 사용할 수 있다. 학계·연구계에는 무상 제공되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시장 가격의 5~10% 수준만 부담하면 된다. 청년기업은 추가 할인도 적용된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엔비디아로부터 총 5만2천장의 GPU를 확보할 계획이며, 이후 도입되는 B200 물량은 국가대표 AI 모델을 개발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국산 AI 반도체 육성도 병행된다. 정부는 추론·피지컬 AI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를 2030년까지 해외 GPU 대비 전력 효율이 2배 이상 높은 AI 서버로 고도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엔비디아의 CUDA에 대응하는 개방형 'K-NPU'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개발하고, 공공기관 시범 구매를 통해 초기 수요도 창출한다. 자동차, 로봇, 가전, 방산 등 주력 산업에서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상용화도 지원한다.

AI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한 투·융자, 초기 스타트업 대상 장기 지분 투자도 추진된다. NPU 기반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는 AI 시대를 뒷받침할 네트워크 전략도 함께 공개했다. '하이퍼 AI 네트워크 전략'은 2030년 6G 상용화와 AI 기반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이동통신·유선망·해저케이블·위성통신 등 국가 네트워크 전반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내용이다.

2030년까지 전국 산업·서비스 거점에 6G 기반 AI-RAN 500개 이상을 구축하고, 현재 5G 비단독모드(NSA)를 단독모드(SA)로 전면 전환한다. 국가 백본망 용량은 4배 이상 확대하고, 해저케이블 용량도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위해 내년부터 기술 개발과 실증, 사업화에 2천900억원을 투자하고, 2030년까지 글로벌 6G·AI 네트워크 시장 점유율 20%, 매출 5천억원 이상 기업 5곳 육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배경훈 부총리는 "AI 중심 대전환 속에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 확대와 정부와 산·학·연 역량을 하나로 모아 국가 핵심 전략산업인 네트워크 산업 재도약을 이끌고 '제2의 CDMA 신화'를 다시 써나가겠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