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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은 오르지만 사고력은 떨어진다"…OECD, 'AI 의존' 경고

GPT-4 실험…단기 점수 급등, AI 차단 후 성취도는 하락
'인지적 외주화'와 '거짓된 숙달'이 만든 AI 학습의 역설
"AI 활용 경쟁이 교육·사고력 격차로 번질 수 있어" 우려

 

【 청년일보 】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교실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지만, 학습 효과를 둘러싼 경고음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단기 성적은 눈에 띄게 오르지만, AI를 끄는 순간 학생들의 문제 해결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국제기구의 분석이 나왔다.

 

3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공개한 '디지털 교육 전망 2026' 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는 이른바 'AI 학습의 역설'을 지적하며 무분별한 AI 활용이 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계산기를 쓰면 답은 빨리 나오지만, 계산기를 내려놓으면 기본 연산조차 어려워지는 현상이 AI 시대에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핵심 근거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연구진이 튀르키예 고등학생 약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증 실험이다. 연구진은 2023~2024학년 동안 수학 관련 과목 수강생을 무작위로 나눠 GPT-4 기반 생성형 AI를 학습 보조 도구로 제공하고 성취도를 추적했다.

 

AI를 자유롭게 질문·응답 형태로 사용한 학생 그룹은 통제 집단보다 실전형 문제 점수가 평균 약 48% 높았다. 정답 대신 단계별 힌트를 제시하는 '튜터형 AI'를 사용한 그룹은 성과 개선 폭이 최대 127%에 달했다. 단기 성취도만 놓고 보면 AI가 학습 효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그러나 AI 사용을 중단한 뒤 동일한 유형의 시험을 치르게 하자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전에 GPT-4에 의존했던 학생들의 점수는 AI 없이 학습해 온 학생들보다 평균 약 17% 낮았다. 단기간의 성적 향상이 장기적인 사고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OECD는 이를 두고 "AI가 학습 과정을 일정 부분 대체하면서 학생의 문제 해결 능력과 전이 능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즉 성적표상의 점수는 올랐지만, 실제 사고 능력은 오히려 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보고서는 '인지적 외주화'와 '학습의 착시'를 꼽았다. 학생들이 AI를 사고를 돕는 도구가 아닌 '사고 자체의 대체재'로 활용하면서, 깊이 이해하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느끼는 착각에 빠진다는 설명이다. OECD는 이를 "고품질 AI 답변이 만들어내는 '거짓된 숙달의 신기루'"라고 표현했다.

 

AI가 문제를 진단하고 풀이 전략까지 제시하는 동안 학생의 뇌는 탐색·추론·판단 같은 핵심 인지 과정을 거의 수행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스스로 이해했다고 믿는 착시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내비게이션에만 의존하다 길 찾는 능력을 잃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 교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다.

 

AI 의존의 문제는 학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OECD의 '교수·학습 국제조사(TALIS) 2024' 예비 결과에 따르면 회원국 중등 교사의 약 36~37%가 최근 1년간 수업 준비나 행정 업무에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일부 도시권이나 기술 선도국에서는 이 비율이 60~70%까지 높아졌다.

 

교재 탐색이나 자료 정리 등 업무 효율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OECD는 AI가 교육과정 설계나 평가 등 교사의 핵심 전문 영역까지 침투할 경우 교사가 알고리즘을 전달하는 '집행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추천 커리큘럼을 비판 없이 수용하면 교실의 주도권이 인간 교사에서 알고리즘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경고다.

 

보고서는 해법으로 '하이브리드 휴먼-AI 스킬'을 제시했다. 이는 AI 결과물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메타인지와 비판적 사고 역량을 의미한다. 핵심은 AI 사용 여부가 아니라, 인간과 AI의 역할을 어떻게 분담하고 통제하느냐다.

 

AI가 교육 격차를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에도 보고서는 선을 그었다. 디지털 격차가 단순한 기기 접근성 문제가 아니라, 고급형 AI와 질 높은 인간 교사에 동시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로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부유한 계층은 인간 교사와 AI를 병행해 사고력을 확장하는 반면, 저소득층 학생은 '정답만 주는 저가형 AI 튜터'에 의존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OECD는 "당장의 시험 점수 격차는 줄어들 수 있지만, 복잡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진짜 역량의 격차는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AI는 훌륭한 보조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평생 의존할 보조 바퀴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질문은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AI 없이도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학생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지적 고통'의 시간을 통째로 생략하는 AI 활용은 편리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사고력을 약화시키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OECD의 경고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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