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이 코스피 불장 등에 힘입어 대부분 개선됐지만 대형사를 중심으로 한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당기순이익 2조원을 돌파한 한편 NH투자·삼성·키움증권 등이 ‘1조 클럽’에 합류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여기에 주요 증권사를 중심으로 IMA(종합투자계좌) 및 발행어음 인가가 부여되면서 증권사들 간 자본 활용 여력과 수익 창출 기반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중소형 증권사들 입장에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성장 동력 발굴 등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총 9조11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6조2천986억원) 대비 43.1% 급증한 수치다.
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이 2조13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증권업계 역대 최고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2조3천42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82%, 79.9% 증가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는 브로커리지 및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운용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결과다. 특히 운용 부문에서 1조2천762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실적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또한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5천93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2%의 성장률을 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은 특히 해외법인 세전이익이 약 5천억원에 달하며 글로벌 비즈니스 부문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증권사들 실적에서 또 눈여겨볼 부분은 연간 순이익 1조원을 넘긴 증권사가 대거 등장했다는 것이다.
먼저 키움증권은 지난해 1조1천15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증권 또한 1조8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NH투자증권 역시 ‘4·3·2·1 법칙’(WM 4, IB 3, 운용 2, 기타 1)이라는 수익 구조 개편 전략에 힘입어 순이익 1조315억원을 달성했다.
이같은 호실적의 주요한 배경으로는 증시 호황을 들 수 있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의 연간 거래대금은 7천735조원으로 전년(5천575조원)보다 38.7%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증권사 7곳(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메리츠·신한투자·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총 4조4천62억원으로 전년(3조2천409억원)대비 36% 늘었다.
주식·채권·파생상품 투자로 얻은 운용손익(트레이딩) 부문도 크게 불어나, 관련 공시를 한 8개 증권사 8곳(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메리츠·KB·신한투자·키움증권)의 운용손익은 총 6조4천709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가운데서는 KB증권이 우위를 보였다. KB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9천116억원, 당기순이익 6천797억원을 기록하며 금융지주 내 이익 기여도(11.6%)에서 신한투자증권을 앞섰다. 신한투자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13% 증가한 3천816억원으로 지주 내 기여도 7.7%를 나타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의 지주 내 기여도는 2023년 2.3%, 2024년 4%로 증가세에 있다.
이 외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 메리츠증권(7천663억원) 및 대신증권(2천130억원), 하나증권(2천60억원) 등이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다만 이같은 실적 호조는 대형사에 치중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 역시 불장의 영향으로 대부분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체급의 격차가 확연해진 모습이다.
지난해 iM증권은 영업이익 874억원, 당기순이익 75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IBK투자증권은 575억원, 다올투자증권 및 LS증권은 각각 423억원, 2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밖에 지난해 유안타증권(956억원)과 교보증권(1천541억원), 현대차증권(577억원), DB증권(955억원) 등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증권사별 실적은 개선됐지만 대형사와 규모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준 한국투자·미래에셋·키움·NH투자·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82조414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증권업 19개사 전체 시가총액(86조5천979억원)의 94.7%를 점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IMA 및 발행어음 인가가 주어지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상대적인 열위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IMA는 고객 자금을 모아 다양한 금융자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로, 증권사가 자산 운용 기반을 확대하고 장기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기자본 대비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 자본 운용 유연성을 높여준다고 알려졌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최초 IMA 사업자로 지정됐으며, 발행어음 인가는 기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에 이어 키움증권 및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에 주어진 상태다.
향후 중소형 증권사들이 대형 증권사들과의 경쟁에서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선 증권사별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등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MA 및 발행어음 인가 등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활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중소형사들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사실상 증시 호황에 따른 수혜는 대형사들에 쏠렸다고 볼 수 있다”며 “중소형사들은 본래 시장 점유율이 낮아 증시 상황에 큰 영향을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관리 외에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