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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획-Life] ② "각종 지원은 영상권, 체감 정도는 영하권"…청년층, 출산 기피 '진행형'

지원 확대에도 체감 낮아…청년층 출산 정책 괴리 여전 '지적'
합계출산율 소폭 반등에도 구조적 저출생 흐름 여전히 '지속'
OECD 평균 크게 하회…대체출산율과도 격차 확대 상황 지속
출산 망설이는 청년들…출산 결정 가로막는 요인은 '경력 공백'
청년층 "단기성 현금 지원보다 안정적 일자리 지원이 더 중요"
육아휴직 눈치 문화 여전…"제도 및 조직 내부 인식 개선 필요"
기업 현장에서도 확인된 부담…"복귀 불안 심리 여전히 존재"
전문가 "국내 저출산 정책, 설계 완성도 측면 보완 과제 여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오늘날의 청년에게 사치가 됐다. 청년이 마주한 일자리(Work)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삶(Life)의 기본 조건인 주거 공간(House)은 만질 수 없는 신기루와 같이 어른거린다. 과거의 청년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워라밸을 추구했다면, 이제 청년은 생존을 고민한다.

 

취업 관문 앞에서 ‘쉬었음’을 강요당한 청년들, 급여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와 대출 이자로 쏟아부으며 독립을 미루는 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수익성과 리스크를 계산해야 하는 복잡한 셈법의 프로젝트로 변모했다.

 

이에 청년일보는 일(Work)과 삶(Life), 그리고 집(House)이 맞물린 교착 상태를 ‘워라하밸(Work·Life·House·Balance)’이라는 확장된 틀로 기록한다. 이를 통해 통계의 숫자 뒤에 숨어있던 청년들의 ‘조건부 포기’와 ‘강요된 선택’을 조명한다. 구직 현장에서 내뱉는 한숨부터 경력 단절의 공포, 그리고 부동산 계약서 앞에서 표류하는 미래 설계까지, 파편화된 청년 담론을 하나로 엮었다. [편집자 주]

 

【 청년일보 】 국내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소폭 반등했지만 청년층이 체감하는 출산·양육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금성 지원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노동 환경 구축 등 정책 설계 전반의 정교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9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5년 1.24명에서 2023년 역대 최저인 0.72명까지 떨어졌다가 2024년 0.75명으로 소폭 반등했다.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반등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제 비교에서는 격차가 여전히 크다.

 

같은 곳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43명(2023년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구 규모 유지를 위한 '대체출산율' 2.1명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청년층이 출산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과 고용 불안이 꼽힌다. 이에 단기적인 현금 지원보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여건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결혼·출산·육아에 관한 4개국 인식 조사'에 따르면, 자녀 출산이 개인 삶에 미치는 영향 평가에서 한국 응답자들은 '경제적 부담 증가'를 가장 크게 우려했으며, 해당 항목 점수는 5점 만점에 4.5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인식은 청년층의 실제 체감에서도 확인됐다.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한 20대 청년은 "주거비와 육아 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을 현실적인 선택으로 고려하려면 육아휴직 사용 시 승진이나 인사 평가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가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인력 공백 부담이 큰 만큼 대체 인력 보충 지원과 일정 운영 보조금 등 현실적인 지원책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력 단절을 큰 부담 요인이라는 토로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한 30대 직장인은 "출산 지원금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이를 낳으면 커리어가 끊길 수 있다는 불안이 더 크다"며 "당장 몇 백만원 지원보다 경력 유지가 가능한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직장인은 "결혼이나 출산을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돈과 일 문제"라며 "경제적 여유와 고용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마련돼야 결혼과 출산도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려면 돌봄 서비스 확대나 관련 지원금 등 실질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기업 현장에서도 감지됐다.

 

서울 종로구 소재 한 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첫째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이 둘째 임신 사실을 알릴 때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며 "육아휴직을 편하게 사용하려면 제도뿐 아니라 조직 내부 인식 개선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일부 현장에서는 육아휴직 사용 이후 정상적인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복귀 후 업무를 이어가더라도 이러한 인식이 해소되지 않으면 직원 개인의 심리적 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과정에서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확대된다면, 경력 단절 없이 보다 안정적인 복귀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공개한 '청년세대의 결혼·출산 인식과 기업의 저출산 대응 및 정책개선 방안'에 따르면, 선행 연구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출산을 꺼리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경력 단절 문제를 지목했다.


기혼이면서 자녀가 있는 20~59세 응답자를 대상으로 경력 단절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남성의 경우 경력 단절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12.7%에 그친 반면 여성은 74.0%가 경력 단절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평균 공백 기간은 6.3년으로 집계됐다. 기간별로 보면 '3년 미만'이 34.5%로 가장 많았고, '3년 이상 7년 미만'이 27.9%로 뒤를 이었다. '7년 이상 15년 미만'은 26.1%, '15년 이상'도 11.5%에 달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출산과 육아로 경제활동이 중단될 경우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경력 공백에 따른 노동 생산성 저하 우려로 기업이 경력 단절자 재고용에 소극적인 측면을 단순히 차별로만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원은 "결혼·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력 단절 우려가 아직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은 근로자의 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경력 단절자에 대한 실질적이고 체감 가능한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력 단절 우려가 출산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저출생 대응 정책 전반의 설계 완성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소영 선임연구위원과 박종서 연구위원은 '2026년 인구정책 전망·과제 보고서'에서 저출생 대응 제도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책 설계의 완성도 측면에서 여전히 보완 과제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제도 신설과 기존 제도 강화 과정에서 촘촘한 제도 설계 미흡으로 일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정책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보육교육 서비스와 방과후 돌봄, 일하는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분야에서 사각지대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제도 간 정합성이 떨어지면서 정책 목표가 불명확해지거나 제도 간 지원 중복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아동수당과 시설 미이용 자녀 양육수당, 부모급여, 첫만남이용권 등 현금(바우처) 지원 정책 간 정합성 등은 추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청년 단체의 한 연구원은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는 아이를 낳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키우기가 어렵다는 말이 더 많이 나온다"며 "출산 이후 양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출산 시 일회성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보다는, 실제 양육 단계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정책이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청년 단체의 한 연구원은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는 아이를 낳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키우기가 어렵다는 말이 더 많이 나온다"며 "출산 이후 양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출산 시 일회성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보다는, 실제 양육 단계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정책이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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