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증권사들이 신용공여 한도 소진과 시장 변동성 확대를 이유로 잇따라 대출을 중단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은 지난달 초부터 예탁증권담보대출이나 신용융자 신규 취급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개인 투자자의 차입 투자 급증으로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면서 증권사들의 추가 대출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다.
증시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 위험과 지정학적 리스크도 증권사들의 보수적인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주가가 급락할 경우 담보 가치 하락으로 증권사가 손실을 부담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신용융자 잔고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경우 대출 재개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초부터 예탁증권담보대출 신규대출 및 신용거래 신규약정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 외 다른 주요 증권사들도 대출 중단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4일부터 신규 증권 담보대출을 중단했다. KB증권도 지난달 3일부터 신용융자를 일시 중단했다.
증권사들이 대출을 중단한 이유는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됐기 때문이다. 현행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신용공여 합계액이 자기자본의 10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신용공여 한도 소진에 따라 담보대출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되면서 신규 증권 담보대출을 중단했다”며 “예년에 비해 올해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첫 소진이 이뤄진 편”이라고 덧붙였다.
KB증권 관계자는 “현재 신용융자는 5억원까지 가능하며 담보대출은 지난달부터 중단한 상태”라며 “레버리지가 늘어나면서 리스크가 상승해 자율 제한 조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차입 투자가 급증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1월 29일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한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27일 32조원을 넘어섰으며, 지난 3일에는 32조8천4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자기자본 11조1천623억원), NH투자증권(8조6천129억원), KB증권(6조6천928억원) 등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합계액이 자기자본 한도에 근접하면서 추가 대출 여력이 사라진 상황이다.
아울러 증권사들 대출 중단에는 증시 폭락에 따른 반대매매 위험 및 대외적인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증시 변동성 확대도 영향을 줬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고조로 지난 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98.37포인트(12.06%) 폭락한 5,093.54에 장을 마쳤으며, 코스닥 역시 14% 폭락했다. 이후 지난 5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157.38포인트(3.09%) 오른 5,250.92에 개장했다. 코스닥도 45.40포인트(4.64%) 상승한 1,023.84에 거래를 시작했다.
주가가 급격히 하락할 시 투자자가 담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주가 하락 압력이 더욱 가중돼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고, 담보 가치가 대출금에 못 미칠 경우 증권사가 직접적인 손실을 떠안을 위험이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중단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융자 잔고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한편 코스피가 단기간에 급등했다가 또 급락하는 국면에 놓인 만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대출을 중단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대출 한도에 여유가 생긴다고 해도 쉽게 대출을 재개하진 못할 것 같다”며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