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문학동네 제공]](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00416/art_15871727941611_bddc6f.jpg?iqs=0.7675177063854126&iqs=0.9570489394888267)
【 청년일보 】 지금껏 읽어온 그 모든 『일리아스』를 망각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시인, 소설가, 전직 교수이자 자타공인 '전쟁덕후’인 저자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현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썼다.
저자 존 돌런은 1997년부터 2008년까지 러시아에서 발간된 영문 격주간지 『디 이그자일The eXile』의 공동 편집인으로 있으며 군사전략과 세계사 속 전쟁사를 분석하는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팟캐스트 〈라디오 전쟁 덕후Radio War Nerd〉를 운영하고 있을 만큼 이름난 전쟁 덕후다. 그런 그가 새롭게 다시 쓴 『신과 인간의 전쟁, 일리아스』는 인물들의 일상이나 로맨스보다 전투의 액션 묘사에 공을 들이는 등 전쟁 이야기로서의 속성을 보다 강화하였다.
온갖 방법으로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펼쳐지는데, 잘 쓰인 전쟁 이야기가 언제나 그러하듯 잔혹하고 악독하며 인정사정없다.
아킬레우스, 헬레네, 아테나와 제우스 등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의 이름에는 익숙하나 정작 우리는 고전 '일리아스'를 제대로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저자는 그것이 '일리아스'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이제껏 읽히고 소개되어온 방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저자는 새로운 '일리아스'를 들려주겠다며 이야기 배달꾼을 자처한다.
본래 모닥불가에 모여 앉아 함께 나누던 옛이야기로서의 '일리아스'의 본질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이 책은 원전보다 더 원전의 속성에 가깝게 전투 장면을 보강하고, 이야기에 담긴 신과 인간의 감정들이 날것 그대로 드러나도록 현대의 언어 감각에 맞춰 각색했다.
책을 펼치면 덮을 수 없을 만큼 빠져들도록 새롭게 그려낸 고전 스펙터클로서의 '일리아스'를 접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안성맞춤이다.
더불어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대장정은 한없이 가벼운 유머들로 그 완급이 조절된다. 저자는 수다스럽고 걸쭉한, 능글맞고 아이로니컬한 입말을 살려 전투 중간중간 익살스러운 농담을 선보인다. 피비린내 나는 전투 묘사는 해학적인 유머를 통해 긴장감이 풀어지기도, 잔악함이 배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날것의 '일리아스'라 하여 그저 가볍거나 선정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저자는 혹독하고 가혹한 핏빛 장면들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또다른 모습에 주목한다.
적의 시체만큼 아군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이 전쟁이고, 만약 오늘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자가 있다면, 그자는 삶에 대한 애착뿐 아니라 누군가의 상실 또한 견뎌내야 한다. 슬픔과 회한 역시 전쟁의 속성임을 상기시킨다.
◇ 지은이 존 돌런, John Dolan
시인, 소설가, 수필가, 전직 교수, 그리고 전쟁 덕후. 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뉴질랜드 오타고대학, 이라크 술라이마니야 아메리칸대학 등에서 강의했다. 첫 시집으로 1988년 버클리 시인상을 수상했다. 1997년부터 2008년까지 러시아에서 발간된 영문 격주간지 『디 이그자일The eXile』의 공동 편집인으로 일하며, 게리 브레처Gary Brecher라는 필명으로 군사전략과 세계사 속 전쟁을 분석하는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는 존 돌런과 게리 브레처 두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팟케스트 〈라디오 전쟁 덕후Radio War Nerd〉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책으로 『전쟁 덕후』 『전쟁 덕후 디스패치』 『패배의 박물관』 등이 있다.
◇ 옮긴이 정미현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한양대학교에서 연극영화학을 공부했고, 뉴질랜드 이든즈칼리지에서 TESOL 과정을 마쳤다. 펍헙번역그룹/펍헙에이전시에서 해외의 좋은 책을 찾아 소개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소주 클럽』 『소로의 나무 일기』 『작가의 어머니』 『어느 정신과 의사의 명상 일기』 『WHY: 세 편의 에세이와 일곱 편의 단편소설』 『코리안 쿨』 『결혼해도 괜찮을까?』 『사회주의 100년』(공역) 등이 있다.
【 청년일보=김지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