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에 정부의 공공주택지구 사업 계획에 반발하는 서울역 용산구 후암특계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강정욱 기자]](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207/art_16136603125313_a1f9c8.jpg)
【 청년일보 】정부가 최근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에 대한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사업이 구체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지난 5일 국내 최대 규모의 쪽방촌인 서울 용산구 동자동 일대 4만7000㎡를 공공주택지구 사업을 통해 고층 아파트 단지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공공주택 1450호, 민간분양 960호 등 총 2410호의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이 추진되기도 전에 해당 지역의 토지‧건물 소유주들은 정부의 토지 보상 등에 대해 문제를 삼으며 공공개발 사업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게다가 쪽방촌에 살고 있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령인 주민들을 중심으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입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향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히 보상을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중에서도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 토지‧건물주들 “정부, 사유재산권 침해…계획 백지화해야”
서울 동자동 지역 토지‧건물 소유주들은 정부에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도 정비사업을 전면 취소하고 당초 서울시와 용산구가 계획 중이던 민간 주도의 복합 도시 계획안을 추진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후암특별계획1구역(동자)준비추진위원회 오정자 추진위원장은 17일 청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역 토지 소유주들은 지역의 토지 소유권을 획득하고 서울역 주변을 복합상업시설과 주거‧공공주택이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개발하려고 했다”며 “이를 위해 지자체와 구체적인 해법 마련을 위한 용역사업을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이에 따라 서울시와 용산구는 복합 도시 계획안을 올해 말에 발표하려고 용역을 진행 중”이었다“며 ”그런데 정부가 이 같은 계획을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동자동 공동주택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오 위원장은 정부가 해당 지역 토지 소유주들의 사유재산을 마음대로 침해하려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토지 소유주에 대한 보상도 ‘공시지가’에 따라 현금청산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는 헐값에 우리 땅을 강제로 수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내세우면서 사유재산권을 강압적으로 박탈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성토했다.
![서울 용산구 후암특별계획1구역(동자)준비추진위원회의 오정자 추진위원장(오른쪽)이 17일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강정욱 기자]](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207/art_16136438547516_0de101.jpg)
또한 “정부는 이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는 무조건 현금청산 방침을 세웠는데, 수십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환경이 열악해 주민의 90% 가량이 타 지역으로 이주해 사는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면서 “이 때문에 토지·건물주 대부분은 실거주 요건을 갖추기 어려워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소한 토지 소유주의 의견을 반영해 협의를 거친 후 계획을 발표하던지 했어야 한다. 하지만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계획을 발표했고, 의견서 제출 기한도 구정 연휴를 포함해 단 2주안에 제출하라고 했다”며 “특히 우편을 통한 의견 전달로 시간을 소모해 주민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반대할 시간을 단축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사람들은 토지 소유주들의 이 같은 사정을 잘 모르고 단순히 보상금을 많이 받아내려고 서민들을 위한 공공정비 사업을 반대하는 단순 투기꾼으로 보고 있다”며 “서울시와 용산구의 복합 도시 계획안에는 쪽방촌 주민들에 대한 상생안도 포함돼 있다. 우리는 투기꾼이 아니라 정당하게 사유재산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 위원장은 “토지 소유주들이 원하는 것은 충분한 보상을 넘어 정부가 사업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원래 추진해왔던 대로 민간 주도의 개발을 원한다”라며 “만약 정부가 사업을 강행한다면 법적 대응을 포함해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변창흠 “사업지 사전 고지는 ‘중범죄’…논의 불가능” 해명
이처럼 해당 지역 건물‧토지 소유주들이 정부가 개발 사업 계획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면서 밀실 행정을 비판하고 나서자 정부는 법에 따라 사전에 논의가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서울역 쪽방촌 사업은 공공주택 특별법에 의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사업을 하는 방식”이라며 “지구지정 여부는 공시 전 공개될 경우 형법상 처벌을 받게 되는 중범죄로, 부득이 집주인과 토지주의 사전 논의가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쪽방촌은 공공주택지구 방식이 아니면 이주대책과 사업성 등 문제로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실제 쪽방촌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은 만큼 토지주, 집주인도 충분한 보상과 설득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19일까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서를 받고 공공주택지구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오 위원장과 후암특별계획1구역(동자)준비추진위는 정부에 의견서 제출 시한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건물‧토지 소유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줄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은 정부의 공공주택지구 사업에 대해 대체적으로 환영하면서도 아파트 건설 후 재입주에 대해서는 기대감이 낮았다. 사진은 17일 동자동 쪽방촌의 모습[사진=강정욱 기자]](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207/art_16136438502123_1a5c3f.jpg)
◆ “사업 추진해도 재입주 가능할까”…주민들 우려 섞인 반응
이러한 가운데 이 지역에 주민들 중에서도 정부의 계획 발표에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재입주에 대한 기대감이 생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자동 쪽방에서 거주하고 있는 69세 A씨는 “정부가 공공주택사업을 벌여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집을 준다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내 나이가 이제 70이 다 됐는데 사업이 언제 끝나서 집을 들어갈 수는 있을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작은 구멍가게를 하는 73세 B씨는 “요즘 동네 공원에서는 매일 사람들이 모였다 하면 정부의 공공주택사업계획 이야기를 한다”며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일단 정부가 이주 비용도 준다니 싫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또다른 거주자 68세 C씨는 “이 동네가 개발된다고 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들어왔지만, 오히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면서 공염불에 그친 게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이번에도 말만 무성하고 정작 제대로 진행도 안된 채 개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사그러들 것”이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17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모습[사진=강정욱 기자]](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207/art_16136438518739_5830b9.jpg)
부동산 업계는 정부가 사업 후보지에 대해 제대로 공지를 하지 않고 계획을 발표한 것이 원인이라며 앞으로 사업을 순탄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략적인 사업 계획을 발표만 했을 뿐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잡음이 심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공공을 위한 목적’이라면서 사업을 밀어붙인다면 사회적으로 상당한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건물‧토지 소유주는 물론 해당 지역에 임차 거주하는 주민들의 의견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건물‧토지 소유주들이 납득할만한 보상 대책을 세우고 협의를 끝내야 더 이상의 오해와 반발은 물론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는 상황도 막을 수 있다”며 “그래야 이번 사업이 ‘2‧4 주택 공급대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남게되고 앞으로 이어질 사업들이 모두 순탄하게 진행될텐데 벌써부터 삐걱거리면 앞으로의 사업들도 극심한 난항을 겪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청년일보 기동취재반=이승구 기자(반장) / 강정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