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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경고등' 켜진 가계부채···부동산 위기로 칼 뽑았지만 "글쎄"

가계부채 잡기 위해 DSR 확대 적용, 신용대출 제한, 금리 인상 등 3종 세트 동원
급격히 가계부채 조절 나서면 취약계층 직격탄···금융규제보다 주택공급이 '해답'

 

【 청년일보 】 가계부채(家計負債)는 가구의 빚을 말한다. 가계부채는 2000년대 들어와 주택 구매와 연동되는 양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초래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풀린 어마어마한 유동성이 주택 등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면서 집값 폭등은 물론 가계부채의 몸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계부채가 국가의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의 고통을 감수했지만 우리나라는 이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가계부채가 '괴물'처럼 몸집을 키우면 무엇보다 통화정책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게 된다. 소비 여력의 감소로 인한 내수 불황형 침체 가능성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외적인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외국 투자의 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자산시장이 경착륙할 경우 금융권의 연쇄적 부실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코로나 19보다 가계부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全) 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액은 78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 잔액이 1631조5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7월 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1710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이는 코로나 19 이전인 2019년 말의 1504조6000억원보다 13.6%인 205조7000억원 불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1666조원으로 1년 전보다 9.5%인 144조2000억원 늘었다. 증가율, 증가액 모두 사상 최대치다.

 

시중에 풀린 통화량도 엄청나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인 M2는 6월 평균 341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의 3191조3000억원보다 6.9%인 220조5000억원 늘었다. 코로나 19 이전인 2019년 12월의 2909조1000억원과 비교해서는 17.2%인 502조7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이렇게 풀린 유동성이 실물 경제에 흘러들어 경제 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 집값을 폭등시키는 것은 물론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은 통계에 잡힌다. 만일 통계에서 누락된 개인 빚까지 합치면 국내 가계부채는 317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가처분소득 대비 230%, 국내총생산(GDP)의 162%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수준의 두 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규모 뿐 아니라 최근 5년간 가계부채 증가세도 미국, 영국,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3배에 달한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주택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4.26%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 폭은 지난 2002년의 16.57% 이후 최대다. 아파트 기준으로 전국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7월 4억1000만원에서 올해 7월에는 5억1000만원으로 1억원이 뛰었다. 특히 서울은 9억5000만원에서 11억5000만원으로 2억원이 치솟았다. 

 

가계부채가 폭발하고 집값이 천장을 뚫고 오르자 위기론이 정부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취임식에서 대출 부실과 자산의 가격 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에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봄 대선을 앞두고 대출을 죄는 것에는 정치적 부담이 따르지만 집값을 잡지 못하면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권을 창구관리 수준으로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올들어 지난달까지 월별로 9% 안팎을 오르내리는 가계부채 증가를 관리목표(5∼6%) 내에서 통제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가계대출 관리에 구멍을 낸 2금융권의 방만한 대출에 철퇴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7월 2조4000억원 줄었던 2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같은 기간에 무려 27조4000억원 늘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3년에 걸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기로 하고, 7월부터 투기과열 및 조정대상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이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DSR 40%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를 예정보다 앞당겨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종전 연소득의 1.5∼2배 수준이었던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축소할 것을 금융권에 주문했다. 또한 차주가 주택담보대출 약정을 위반할 경우 예외없이 대출을 회수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초강력 대응'을 요구받은 NH농협은행은 오는 11월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NH농협은행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한국은행은 이르면 오는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에도 가계부채 급증이 진정되지 않는데다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금융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금융통화위원들 사이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의 위험이 워낙 심각한 상황이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19 감염자가 다시 급증하고, 실물경기 회복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움직임으로 금융시장의 불투명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처럼 위기가 아직도 진행형인데, 가계부채 문제가 급하다고 거칠게 접근할 경우 득(得)보다 실(失)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대출 접근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고 투기적 대출 수요만 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생계비로 쓰거나 점포 운영비로 충당하는 자영업자도 있을 수 있는데, 대출 창구에서 어느 것이 투기성인지 가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출규제 강화는 취약계층을 더 어렵게 한다. 집값을 잡으려면 주택공급을 확대해야지 금융규제로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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