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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vs 증권, 넓어지는 신탁 영역 파이 전쟁

상반기 수익 비교해 보니...4대 은행 중심 판세 큰 변화 확연
보험 등 각 분야 특색 살린 시장 분점 각축적 치열해질 전망

 

【 청년일보 】 금융시장이 고금리 등 새 추세를 겪고 있는 가운데, 신탁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탁은 위탁자가 자산을 수탁자(은행 등 신탁회사)의 관리 운용망에 맡기는 제도다. 수탁자가 이를 운용 및 관리한 다음, 향후 위탁자가 설정한 수익자에게 수수료를 제외한 자산을 다시 넘겨주는 제도다. 대단히 신뢰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지 않고서는 진입,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물론 현재 시장 재편 본격화 전망에 회의적인 업계 시각도 없지는 않다. 최근 일부 은행이 겪고 있는 신탁 수수료 수익 감소가 다름아닌 고금리 여파라는 점을 거론한다. 현재 구도에서 신탁 전쟁에 주력하는 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훨씬 많은 기회를 갖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대결을 해 볼만하다는 반론도 오히려 상당하다. 이들은 우선 규제 완화로 운신의 폭이 넓어질 상황에서 신탁이 '종합재산관리서비스'의 대표적인 꽃으로 조명받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불황 우려 속에 금융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기조가 강해질 상황에서 금융권에서는 포기 못할 시장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름 아닌 고금리 뉴노멀로 시장이 축소될 사정과 그 와중에 틈새시장을 찾아야 할 애로사항이 증권이나 은행 등 금융 각 영역마다 존재하는데, 일단 성장 가능성이 확실한 시장을 이런저런 저울질로 고스란히 경쟁업계에 양보할 이유가 없는 것.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에 신탁재산(투자일임재산)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신탁의 운용 자율성 강화를 포함했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신탁업자의 수탁 범위는 ▲금전 ▲증권 ▲금전채권 ▲동산 ▲부동산 ▲지상권, 전세권, 부동산임차권,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청구권 등의 부동산 관련 권리 ▲무체재산권(지식재산권 포함) 등으로 정하고 있다. 이렇게 한정된 신탁재산에 더해 부채, 담보권, 보험금 등까지 범위를 넓혀주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렇게 향후 신탁 가능 재산의 확대가 마무리되면 증권사들의 신탁업이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언대용신탁 등 종합재산관리 서비스가 더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시장 공략이 이뤄질 가능성에 주목하는 해석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신탁재산 업권별 수탁고 규모를 보면, 은행이 495조4천억원으로 전체의 49.7%를 장악하고 있다. 이어 증권사 222조원(24.0%), 부동산신탁회사 219조원(23.8%) 등이며 보험사는 23조4천억원(2.5%)을 차지한다. 이 중 증권사는 최근 5년 새 신탁재산 규모를 62.1% 늘리며(같은 기간 은행은 39.1%) 이미 추격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근래 제도 변경 국면이 이들의 속도를 더 빨리해 줄지 관심을 모은다.


유언대용신탁은 고인이 생전에 수탁자인 은행, 증권사, 보험사, 신탁회사 등과 신탁 계약을 맺고 각종 재산의 소유권을 이전한 뒤 생전 혹은 사후 관리와 배분을 맡기는 것으로 노후 설계에 유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은행권의 수성 노력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미 은행별로 다양한 신탁 상담서비스를 선보이며 신탁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단 시각을 4대 은행으로 한정해 보자. 금년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신탁 수수료 수익은 3천711억원으로 전년 동기(4,135억원) 대비 10.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앞서 거론한 대로 고금리 여파와 증시 부진 때문. 금융회사는 신탁 상품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며 수수료율은 통상 1% 내외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증시 부진으로 인한 펀드 판매 감소 상황이 신탁 수수료 수익 감소에 직격탄이 됐다는 설명이 나온다.

 

하지만 또다른 움직임이 감지된다. 같은 기간 후발 주자격이던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신탁수익을 같은 기간 오히려 늘렸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상반기(834억)보다 9.1% 정도 신탁 수수료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도 금전신탁 등 신탁 판매 증가를 위해 뛴 결과, 하면서 작년 동기 기준 수익이 28.8%나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시장 자체의 냉각이라고 할 대목은 아니라는 의견도 여기에 뿌리를 둔다. 은행권의 신탁 관련 노력도 여전히 치열하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1대1 맞춤형 토털 케어 솔루션 'The First 서비스'의 시행에 돌입했는데, 세무·법률·상속·증여·부동산은 물론 신탁 등에까지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편 우리은행은 '우리내리사랑 공증서 보관서비스'를 내놓음으로써 신탁서비스의 활용이 부담스러운 경우 서류 보관만 위탁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신탁의 하위 호환 버젼 내지 잠재고객 관리 서비스의 일석이조 상품으로 본다. 

 

은행권은 앞서 살핀 것처럼 신탁업 1위 영역으로서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각 은행의 시장 개척 노력과 이 과정에서 얻은 법리 구축 등이 탄탄하다. 하나은행에 수탁된 재산을 놓고 유류분 제도 위반인지를 둘러싼 분쟁이 있었는데, 2020년 수원고등법원에서 "사망 시점 1년 이전에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자산은 유류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얻어내면서 신탁 제도에 새 페이지를 연 것으로 평가된다.

 

신탁 재산이 민법상 기본 원칙인 유류분 제도를 회피하는 못된 금융 상품 내지 금융회사가 돈벌이 욕심에 미리 고객을 유혹해 미래의 상속재산 흐름에 변동을 일으켜 놓는다는 시각 대신, 신탁 고객 개인이 자산을 어떻게 정리할지 신탁을 이용하는 자유가 유류분 등이 예상하는 정의에 결코 못하지 않다는 인식이 넓게 퍼진 계기가 되어서다. 

 

 

은행권의 묵직한 선두업체 행보에 도전하는 증권사의 신탁 시장에 대한 개척 노력도 치열하다. 그에 뒤따라 신탁 보수 수익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서 올해 1분기 국내 21개 증권사의 신탁보수는 총 826억6천796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709억6천898만원)과 비교해 16%가량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KB증권은 7월 종합재산신탁 서비스를 출시하고 신탁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특히 증여세 면제 혜택을 활용해 장애인 가족을 보살필 수 있는 장애인부양 신탁, 고령자를 위한 시니어 헬스케어신탁, 미성년과 장애인 후견을 위한 복지형 신탁 등까지 확장해 나갈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수익성 확대가 점쳐진다. 확장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도 '100세시대 대대손손 신탁' 상품으로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회사마다 종합 솔루션 제공을 위해 노력 중이다.

 

 

【 청년일보=임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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