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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In] "정서적 연대와 관계의 지속"...정선욱 교수의 자립준비청년 회복과 치유

 

'청년In'은 청년의 열정과 패기를 시대정신으로 도전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주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편집자주] 


【 청년일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나 고충을 청취하고 정부차원의 지원 정책 강화를 약속했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어 홀로서기에 나서는 청년이다. 

 

19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 위치한 충남자립지원전담기관을 방문, 자립준비청년들과의 간담회에서 "사실 자립준비청년들의 문제점을 잘 몰랐다"면서 지낸해 대선 과정에서 운동선수인 자립준비청년과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18살이 되면 별 준비 없이 돈 500만 원 딱 쥐여주고 사회에 나가 알아서 살아라"였다며 "대부분 소식이 끊겨 관리도 안되니 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방치 한 것은 아닌지 부모세대로서 부끄러웠다"며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은 우리 미래를 위한 의무이자 배려"라고 언급하며 더 과감한 지원과 기회의 평등 보장을 강조했다.

 

사회적약자로서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내실화에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련 지난 15일 안상훈 사회수석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지속 가능한 한국형 복지국가의 기반을 다지겠다면서 "현금 복지는 일을 할 수 없거나, 일을 해도 소득이 불충분한 취약계층 위주로 내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안 수석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으면서도 정치적으로 조직화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최약자부터 정성껏 챙겨야 한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이 자주 강조하는 '약자 복지'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이날 언급된 대표적인 사회적약자로 장애인과 저소득 노인, 그리고 자립준비청년이 해당한다.      

 

청년일보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정부의 복지정책 내실화 방침과 관련 정선욱 덕성여자대학교 교수를 만나 제도로써의 정책 수립과 집행과정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작용하며 정책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지 물었다.  

 

정 교수는 "제가 박사학위 논문에서 (다룬 주제가)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의 관계 경험이 실제 우울이나 불안, 공격성 등 내면화된 문제나 외재화된 문제에 어떻게 영향을 주느냐였다"면서 "관계 경험의 첫 단계는 애착이라고 하는 관계부터 시작을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 이제 만나는 사람이 보통은 부모님이고, 부모님이 아니면 다른 보호자가 되겠지만 그 사람하고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느냐가 관계 형성의 원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그걸 가지고 컸을 때 계속 커가면서 계속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 바탕이 되는 거다"면서도 "초기에 그 관계의 원형이 만들어지는 애착 관계 형성 시기에 안정적이지 못하고 단절되고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면 이후에  타인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나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사랑받지 못하고 내가 신뢰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라면서 "나에 대한 신뢰도 무너지고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도 무너지게 되기 때문에 자존감도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관계 맺음에 힘이 들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혼자 고립되거나 아니면은 관계에 계속 몰입하거나, 전 관계가 끊어지는 거에 못 견뎌하고 끌려가고 착취적인 관계를 맺기도 쉽고 이런 경험들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초기 형성된 애착관계가 반드시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정책 집행과정에서 사회적약자로서의 취약청년들에 대한 긍정적 변화의 과정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는 "그런데 이제 꼭 초기에 그렇게 애착 관계가 부정적으로 형성되었다고 해서 장기적으로 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고 관계가 회복될 수 있고 회복될 수 있는 관계가 이제 치유될 수 있는 그런 경험이 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의 논점은 관계의 회복을 위한 치유 과정에 정책이 중요 변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그래서 과거 초창기의 애착 이론 모델에서는 초기 관계 경험이 너무 중요하고 그렇게만 얘기했었지만 이후에는 자라면서 성장하면서 보완되고 회복되고 치유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정 교수는 "그러려면 이제 그다음 단계에서 누구랑 어떻게 맺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분리 보호된 경우에는 초기의 관계도 좋지 못했고 그 이후에도 이렇게 대단위로 모여 있는 시설에 있다보니 눈맞춤이 안 되고 내가 막 울어서 힘든데 나의 얘기를 들어주는 경우도 없고 사람도 자주 바뀌고, 너무 사람들도 많고 그러다 보니까 이게 회복이 안 되는 것이다"며 고충을 언급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다가)이제 보호 종료돼서 나오면 사랑을 받아본 적도 별로 많지 않고 내가 누구를 줘본 적도 별로 없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그게 굉장히 고립과 외로움과 네 이런 걸로 나타나서 그런 사건이 생기게 되는 그런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일련의 악순환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정부에서 추진 중인 정책과 관련 통상 15세 이후 자립 준비 계획을 세우지만 시기가 늦다고 지적하고 "근본적인 것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거는 이제 분명한 상황이다"며 수혜 대상에 대한 정책 집행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안으로 "분리가 안 되게 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면서 "분리가 필요한 경우도 물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분리가 안 되게 할까, 가족 내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할까, 그리고 분리가 되더라도 어떻게 하면 빨리 아이들을 회복시키고 가족의 기능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할 시점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집에 있다가 죽은 아이들이 너무도 많으니까 분리를 하게 되는데 안전에 더해 아이의 삶과 관계와 정서 심리 이런 걸 생각하면 고려할 것들이 더 많다"고 지적하고 분리가 능사가 아닌 상황에 대한 구체적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있어 정책의 집행 시점과 관련 중요한 것은 정서적 연대와 관계를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일정 연령이 되면 보호시설을 떠나야 하는 등의 기준들이 재 검토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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