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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종 위험의 해법은 데이터로부터

 

【 청년일보 】 현대 자본주의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험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였다. 개인이나 기업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 경제적인 피해로 인해 회복 불가능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아무리 만전을 기한다고 해도 사고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여기에서 위험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된다. 그냥 감수할 것인가?(보유) 아니면 사업을 아예 시작도 안하는 선택도 있다.(회피) 어느 쪽도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여기에서 보험이 등장한다. 보험은 비슷한 위험을 보유한 사람들이 자신의 위험을 제3자인 보험회사에 전가하는 사회적 시스템이다. 위험을 예측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다수의 보험가입자들에게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보험이 없었더라면 개인과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을 시도하고 성장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롭게 발전하는 기술로 인해 전통적인 대수의 법칙으로 위험을 담보하는 방법의 적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보험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위험이 다수 존재하고, 충분한 시간동안 관찰되어 위험이 계량이 가능해야 한다.

 

그렇게 계산된 보험료로 예상되는 확률범위 내에서 발생하는 사고피해를 보상하고 보험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 새롭게 등장한 기술은 본질적으로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고, 보험이 성립하기 위한 대수의 법칙을 만족시키기 어려우므로 보험사로서는 이러한 신종 위험을 담보하는 것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ESS화재를 들 수 있다. 환경오염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신재생 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는 탄소저감,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맞추고 주로 태양광, 풍력발전 같은 친환경 에너지원에 집중된다. 그러한 친환경 에너지의 가장 큰 단점은 전력생산이 기상 조건에 따라 불규칙하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전기를 저장할 필요가 증대하면서 ESS설비가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ESS화재는 특성상 발화 후에는 전소될 때까지 소화가 어려우며, 소화활동은 화재의 추가 확산 방지에만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ESS를 일반적인 전력설비의 요율을 적용하기 어려워 보험 가입 거부 사례가 빈발한다.

 

또한 최근 발생한 물류창고 화재도 보험업계에 난제를 던지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이로 인한 온라인 쇼핑의 급속한 성장으로 대규모 물류센터가 급증하였다. 물동량 폭증을 소화하기 위해 물류센터는 규모가 커지고 보관 물품의 집적도가 올라가는데, 이러한 집중 보관시설에서는 화재로 인한 손실 규모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물류창고의 화재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이천 물류창고 단지에는 보험 가입 거부로 인해 화재보험에 가입한 창고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한다.

 

이처럼 세상의 변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이로 인해 적정한 보험료 산출을 위한 데이터가 축적되기에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사회 안전망의 한 축인 보험이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 손해보험업계 뿐만이 아닌 사회 전체적인 손실이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데이터 생산량도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종 전자기기와 인터넷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의 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빅데이터라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전통적인 통계 기반 보험료가 산출되지 않는 업종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근거로 적정한 위험 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화재보험협회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 전담 조직을 신설하여, 기존 보유 데이터의 디지털화는 물론 각종 데이터 제작 및 분석을 통해 새로운 기술에 동반되는 위험을 계량화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손해보험업계가 데이터를 활용하여 신종 위험을 담보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제공의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 안승일 (한국화재보험협회 인슈데이터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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