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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관혼상제 vs 무단점거'...이태원 유가족·서울시, 분향소 갈등

이태원 참사 100일···서울광장 분향소 놓고 경찰vs유가족 충돌
서울시 "규정에 따라 불법시설물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
유가족, 분향소 철거 예고 강력 규탄···"분향소 끝까지 지킨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물리적 충돌 위기·고성 해프닝 이어져
서울시, 참사 분향소 8일까지 자진 철거 '2차 계고서' 전달해
시민단체·유가족, 통지서 강력 반발···양측 간 대립 격화 우려

 

【청년일보】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서울광장에 시민분향소를 기습 설치하면서 서울시와 마찰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불법으로 설치한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향후 갈등이 증폭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태원 참사는 지난해 10월 29일 용산구 이태원동 119-3번지 일대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인 다수의 인파가 뒤엉키면서 대규모의 압사 사상자가 발생한 참사다. 이 같은 대규모 인명피해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것은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처음이다. 

 

이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지난 5일로 100일째가 됐다. 유가족들은 전날 광화문광장 옆 세종대로까지 거리 행진을 하던 중 서울광장에 예고 없이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에 서울시는 6일 오후 1시까지 불법 점거물을 자진 철거하라는 1차 계고장을 전달했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광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에 사용신고서를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지 않고 광장을 무단 점유한 경우 시설물의 철거를 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만약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시설물을 철거하고 그 비용을 징수할 수 있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서울광장 분향소에 대한 시의 대응 방안을 묻자 "행정기관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있어 법령과 판례에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가족 측은 기자회견을 열며 자진 철거 의사가 없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전날 오후 1시 유가족들은 서울시청 시민분향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의 분향소 철거 예고를 강력 규탄하면서 분향소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청사 주변에는 경찰기동대 7개 부대 약 420여명이 배치됐으며 소방당국도 만일의 안전사고에 대비해 임시 진료소를 운영했다. 기자회견을 라이브로 생중계하는 다수의 유튜버들도 눈에 띄었다. 

 

유가족들은 주로 ▲온전한 애도 탄압하는 서울시·경찰 규탄 ▲분향소 철거시도 즉각 중단 ▲분향소 설치 운영 협조 ▲차벽 및 펜스 철거·1인 시위 보장 등의 내용들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민과 유가족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분향소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감정에서 비롯된 ‘관혼상제’로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면서 "서울시는 과거 수차례 분향소의 설치가 규제대상이 아닌 관혼상제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시가 분향소를 철거하라고 명령할 정당한 이유가 애초에 없는 것"이라면서 "나아가 48시간도 안되는 시간 내에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계고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은 채, 공익적 이유도 없이 행정대집행 절차를 밟겠다는 것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15조에 따르면 관혼상제나 국경행사 등과 관련한 집회는 옥외 집회 신고 의무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다만 서울시는 ‘서울광장의 사용·관리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광장을 사용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유가족은 정부와 서울시에 인도적으로 요구한다"면서 "지난해 11월 2일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차린 것처럼 분향소를 차려 달라, 그때는 영정과 위패가 없었지만 지금은 영정과 위패가 있다"고 말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대책본부장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 야당 정치권 인사들도 참여해 유가족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들은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공언했다. 남 의원은 발언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얼마 안있어 시청역 5번 출구 앞에선 일부 시민들끼리 말싸움이 오가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유가족으로 보이는 사람이 스케치북에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파면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의 글귀를 적고 들자 이를 본 한 시민은 “이태원 참사를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이젠 가엾은 아이들을 편하게 보내줘라”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반면 또 다른 시민은 "수 많은 젊은이들이 안타깝게 사망한 사고다. 당신 자식이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서로 간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뻔 했지만 경찰관들이 저지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한편 같은날 오후 서울시 직원들은 설치를 주도한 시민단체 측에 서울광장 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분향소를 오는 8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라고 2차 계고서를 전달했다. 시민단체와 유가족들은 시의 계고 통지서를 거부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손팻말로 계고서를 덮고 땅바닥에 테이프로 붙였다.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선 점거, 후 허가 요구에 대한 서울시 대응 원칙은 단호합니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법 집행기관으로서 서울시는 단호한 원칙이 있다"면서 "어떤 명분으로도 사전 통보조차 없이 불법, 무단, 기습적으로 설치된 시설물에 대해서는 사후 허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오 부시장은 "유가족분의 슬픔, 위로의 마음을 서울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피력하면서도 "그러나 기습적이고 불법적으로 광장을 점유한 시설을 온정만으로 방치한다면 공공 시설관리의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고 무질서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광장 대신 분향소를 녹사평역 지하 4층에 설치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유가족 측은 추모공간으로 적합하지 않고, 광화문이나 서울광장에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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