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CU 홍대상상점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라면을 먹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522/art_17485047651088_e97003.jpg)
【 청년일보 】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인한 내수 부진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일본 식품업계의 변화가 국내 식음료 기업의 미래 성장 전략 마련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내수 의존에서 벗어나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하며 ‘포스트 내수 시대’라는 생존 전략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 일본의 인구구조 변화…식품 소비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켜
30일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겪은 국가”라며 “이로 인해 일본 식품업체들이 밸류에이션 양극화를 경험한 만큼, 국내 기업들도 해외 확장 여부에 따라 가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2008년을 기점으로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됐으며, 당시 약 1억2천806만명이었던 총인구는 올해 1억2천301만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생산가능 인구는 6천421만명에서 5천877만명으로 줄었고, 고령화율은 22%에서 30%로 크게 상승했다. 이는 초고령사회 기준인 20%를 10%p나 상회하는 수치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됐다. 고령화율은 2020년 15.8%에서 올해 20.3%로 상승하며 일본보다 약 10년 후행하고 있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라면, 한국은 인구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인 셈이다.
극심한 내수 부진을 경험한 일본의 식음료 기업들은 생존방안으로 해외사업 확대전략을 추진했다. 아베노믹스의 양적 완화와 엔저 기조가 이를 뒷받침했고, 인수합병(M&A)과 생산설비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 결과 일본 대표 식품 상장사 3곳(아지노모토, 키코망, 니신푸드)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2년 30%에서 2018년 50%로, 지난해에는 60%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세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2012년 약 1조2천억엔에서 2018년 3조엔을 돌파, 2023년에는 6조1천억엔으로 증가했다. 12년간 연평균 14% 성장한 셈이다.
◆ 한국도 시작된 내수 침체…소비 절벽, 모든 식음료 품목으로 확산
한국 역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2.2% 감소하며, 2022년부터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역대 최장기간 하락세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소비 절벽은 내구재, 준내구재, 비내구재를 가리지 않고 모든 카테고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점이 특징”이라며 “식음료품 소비도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연속 증가했으나, 최근 2~3년 간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의 배경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승, 관세 강화로 인한 수출 부진 전망 등이 지목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경기부양책에 따른 단기 반등 가능성은 있으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 위축이 장기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8천300명으로, 2015년 43만8천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00년 7%에서 올해 20%까지 늘어나며, 전체 소비 여력에 부담을 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우리나라의 내수 소비는 1996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이후 추세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며 "내수 소비 부진의 중장기 요인으로는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와 고령층 소비성향의 감소가 꼽힌다"고 진단했다.
◆ 국내 식품업계도 ‘포스트 내수’ 전략…해외사업 확대 본격화
이에 국내 식음료 기업들 역시 해외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은주 연구원은 “한국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장기 소비 둔화의 초입에 들어선 만큼, 중장기적으로 해외 확장성이 높은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내수 중심 기업은 실적 가시성이 낮아지고, 밸류에이션은 점점 더 양극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주요 식음료 기업들의 평균 해외 매출 비중은 약 28%로 추산된다. 삼양식품(85%)을 제외하면 약 24% 수준에 그친다.
올해는 삼양식품(85%), 오리온(65%), CJ제일제당 식품부문(50%), 농심(44%), KT&G(37%), 대상(31%) 등의 기업이 평균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K-푸드 가운데 글로벌에서 성과가 검증된 라면 기업들의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하나증권은 삼양식품, 농심, KT&G, 롯데웰푸드 등을 해외 확장 속도가 빠른 기업으로 지목했다.
심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밀양 2공장 가동을 앞두고 해외 매출 확대가, 농심은 국내 수익성 회복과 함께 일본·미국 등지에서 ‘신라면 툼바’ 신제품 효과가 기대된다”며 “KT&G는 본격적인 글로벌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롯데웰푸드는 인도를 중심으로 가파른 확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소비 시장이 구조적으로 축소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식음료업계에서는 기업들의 해외 확장 전략이 기업 가치의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식음료업계도 내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라며 “단순히 수출 물량을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현지 유통·브랜드·제품까지 통합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내 내수 기반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며 “향후에는 해외사업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에 시장 프리미엄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