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가계대출 증가세가 9월 들어 급격히 둔화됐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 대책과 비(非)이사철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었고, 신용대출은 한도 축소와 부실채권 상각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은행(한은)이 16일 발표한 '9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천170조2천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원 증가했다. 이는 8월(4조원 증가)의 절반 수준이며, 6월(6조2천억원) 이후 가계대출 증가 폭이 3개월 만에 다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2조5천억원 늘었지만, 전세자금 수요가 줄면서 증가 폭은 7∼8월보다 둔화했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5천억원 감소,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6·27 대책 영향이 이어진 데다 7∼8월 이사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전세자금 수요가 적은 계절적 요인 등으로 증가 폭이 축소됐다"며 "기타 대출은 신용대출 한도 축소 효과가 지속되고, 분기 말 부실채권 매·상각 영향까지 더해져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같은 날 발표한 '9월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조1천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전월(4조7천억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올해 3월(+7천억원) 이후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은행권 대출은 2조원 늘었으나, 2금융권에서는 9천억원 감소했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3조6천억원 증가했지만, 8월(+5조1천억원)보다 1조5천억원 줄었다. 반면 기타 대출은 2조4천억원 급감, 올해 3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박 차장은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 '10·15 부동산 대책'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아직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9월 거래량 증가가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택구입용 대출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대출은 5조3천억원 증가해 잔액이 1천360조1천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8월(+8조4천억원)보다는 증가 폭이 줄었다. 대기업 대출은 1조3천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4조원 증가했다.

박 차장은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상환 등으로 기업 대출 증가 규모는 8월보다 줄었지만, 은행들이 기업 여신 확대 전략을 추진하는 데다 추석 자금 수요도 겹쳐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다"며 "앞으로 은행이 기업 여신 공급을 계속 늘리더라도 미국 관세 등 불확실성이 커 당분간 기업의 대출 수요가 큰 폭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금은행의 수신(예금)은 31조9천억원 증가해 잔액이 2천513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분기 말 법인자금 유입 등으로 35조5천억원 늘었고, 반면 정기예금은 지방자치단체 재정 집행과 기업의 추석 자금 수요로 4천억원 감소했다.

자산운용사에서는 머니마켓펀드(MMF)에서 28조원이 빠져나갔지만, 주식형(+10조9천억원)·기타펀드(+11조5천억원)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