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1천339억원에 달하는 국가 손실을 초래한 '헐값 매각' 실태와, 600억원대 알짜 부지마저 경쟁 없이 넘긴 '깜깜이 수의계약' 관행이 드러났다.
87조원대 '세수 펑크'를 메우기 위해 2024년 12월 한 달에만 2천억원이 넘는 국유지를 '연말 떨이' 식으로 졸속 처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국유재산 매각' 전면 중단 및 전수조사를 긴급 지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국유재산 매각 논란은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대통령의 전수조사 지시를 뒷받침해, 공정하고 투명한 매각 절차를 확립하고 책임 소재를 엄중히 규명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정부도 즉각적인 후속 조치에 나섰다.
이 같은 정부의 강경 대응은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된 '헐값 매각' 의혹이 구체적인 통계와 대규모 자산의 '연말 떨이' 실태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운영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캠코로부터 제출받은 '국유재산 매각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가격'과 '방식'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전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 활성화 방안 발표(2022년 8월) 이후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곤두박질쳤다.
2021년 101.8%(감정가 165억원, 낙찰가 168억원)로 감정가보다 높게 팔리던 국유재산 낙찰가율은 2024년 77.7%(감정가 2천895억원, 낙찰가 2천248억원)로 떨어졌고, 2025년에는 8월까지만 감정가 2천178억원이 1천609억원에 팔려나가며 낙찰가율이 73.9%까지 추락했다.
이로 인해 2023년부터 2025년 8월까지 발생한 국가 손실(감정가-낙찰가)은 총 1천339억원에 달했다.
'헐값 매각'은 특정 지역에서 더욱 심각했다.
캠코의 '2024년 지역별 매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울산광역시는 감정가 198억원의 국유재산이 70억원에 매각돼 낙찰가율이 35.4%에 불과했다.
경기도는 감정가 512억원이 424억원에, 경상남도는 180억원이 127억원에 팔리는 등 감정가보다 수백억원씩 낮게 매각된 사례가 속출했다.
'매각 방식'은 법적 원칙이 무시된 수준이었다.
허영 의원실이 확보한 '10억원 이상 고액 국유재산 매각 현황'(2020~2024년)에 따르면, 총 1천215건의 매각 중 1천137건(93.6%)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금액 기준으로는 5조5천756억원 중 5조3천761억원이 현행 국유재산법이 원칙으로 정한 '일반 경쟁입찰' 없이 특정 대상에게 팔려나갔다.
물론 국유재산법 시행령 등에는 공공기관 매각이나 공익사업 등을 근거로 수의계약이 가능한 예외 조항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캠코는 이 '예외' 조항을 사실상 '원칙'처럼 남발, 전체 매각액의 96%를 경쟁 없이 처분하면서 법의 취지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제는 수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알짜 자산'마저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10억원 이상 매각 리스트' 원본을 확인한 결과, 2024년 12월 26일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의 토지(3만5천266㎡, 약 1만670평)가 약 639억원에 '수의계약'으로 매각됐다.
이외에도 같은 해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의 부지가 500억원대에, 12월 16일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의 토지(1만9천403㎡, 약 5천870평)가 약 560억원에 '수의계약'으로 처분되는 등 대형 국유지 매각에서 투명성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이들 초고액 매각 건이 2024년 12월 말에 집중된 점은 '세수 펑크' 의혹과 맞물린다.
2023년(-56조4천억원)과 2024년(-30조8천억원) 2년간 87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당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권남주 캠코 사장 체제에서 회계 마감을 앞둔 12월에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국유재산을 '연말 떨이' 식으로 급히 현금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2024년 한 해(10억원 이상 건) 매각된 국유재산 약 2천470억원 가운데 87.7%에 달하는 2천167억원이 12월 한 달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헐값 매각과 깜깜이 수의계약 방식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2022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의계약이 경쟁입찰보다 최대 23%가량 낮게 팔릴 수 있다고 지적했듯, 캠코의 '깜깜이 수의계약' 관행은 '헐값 매각'의 주요 통로로 작용한 셈이다.
결국 정부가 지시한 전수조사는 최근 2~3년간 이뤄진 이 '깜깜이 헐값 매각'의 최종 수혜자가 누구인지, '특혜 의혹'을 규명하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영 의원은 “전 정부의 무리한 매각 확대 정책으로 국민의 소중한 자산이 헐값에 처분된 것은 명백한 국정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의 자산매각을 전면 중단하고, 현재 진행·검토 중인 매각 사업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그동안 잘못된 매각 정책의 폐해를 바로잡고, 국민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허 의원은 “국유재산 정책을 바로잡고, 국민의 자산을 제대로 보호하는 새로운 국유재산 관리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캠코 관계자는 "전 정부의 국유재산 활성화에 따라 작년과 재작년 국유 재산의 매각이 늘어났다"라며 "국유재산법 시행령에 따라 자투리땅이나 부정형의 토지는 인접 소유주에게, 대규모 개발사업 구역 내 토지는 사업시행자에게 매각하는 등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수의계약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가 지시한 전수조사는 최근 2~3년간 이뤄진 이 '깜깜이 헐값 매각'의 최종 수혜자가 누구인지, '특혜 의혹'을 규명하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