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연내 마련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여신업계에서 이에 대응하는 선제적인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협회 및 개별사 차원에서 상표권을 출원하는 한편 유관부서 중심으로 TF(태스크포스)를 꾸리는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유통 주체로서 역할할 수 있는 길을 적극 모색하는 모습이다.
10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8월 19일 특허청에 KCARDWON, KCardCoinWON, KCARD KRW 등 32종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했다. 앞서 지난 7월 말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및 관련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TF를 구성해 운영하기도 했다.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와 NH농협카드의 실무자들 및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TF는 주 1회 이상 모여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수반되는 기술·법·제도적 측면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개별 카드사들도 스테이블 코인 제도 도입에 대비해 상표권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카드 51건, 롯데카드 36건, KB국민카드 35건, 우리카드 9건, 신한카드 8건, BC카드 5건, 하나카드 2건 순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 주체로서 역할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협회뿐만 아니라 개별 카드사 차원에서도 TF를 구성하는 등 다방면에서 준비에 분주한 모양새다.
신한카드는 영업기획부를 중심으로 유관부서와 워킹그룹을 구성해 내부 검토 및 대응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올 하반기 조직개편 때 신설된 미래전략추진실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KB금융지주 차원에서도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위한 행보를 시작한 모습이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9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의 미국 특화 법인 '테더 USAT'의 보 하인스(Bo Hines)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실물자산 토큰화(STO) 등 사업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용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정책과 보완적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카드도 금융지주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 도입에 앞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 국내 금융사 중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를 공식화한 곳은 하나금융이 처음이다. 하나금융은 은행과 카드사·증권사를 포함해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전담 TF를 지주사에 신설하기로 했다.
TF는 스테이블코인과 가상화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토큰증권공개(STO) 등 디지털자산과 연계된 사업 전반을 다룬다.
세부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준비금 관리 ▲실생활 연계를 위한 유통망 확보 ▲안전한 보안 체계 확립 ▲AI 기술 연계 ▲통화·외환 관련 정부 정책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한다. 현재 하나금융은 파트너사들과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등에 대한 기술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보안 체계와 인프라 구축 연구도 병행 중이다.
비씨카드도 신사업 부서에서 TF를 꾸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비해 사전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7월 상표권을 출원한 데 이어 지난 9월 18일에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처리에 필요한 핵심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
이번 특허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 고객의 전자지갑에서 차감할 코인의 개수를 확정하는 기술에 관한 것으로, 동일한 스테이블코인이라도 거래소별로 상장 물량과 거래량에 따라 미세한 시세 차이가 발생하는 점에 착안했다.
실시간 시세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거래승인 및 잔고 차감 과정에서 고객에게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정산금액을 확정하는 것이 골자다.
비씨카드는 지난달 30일 블록체인 인프라 전문기업 디에스알브이랩스(DSRV)와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공동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비씨카드 결제 인프라 및 DSRV 블록체인 인프라 간 상호운용성 구축, 페이북 플랫폼 내 월렛 솔루션 연동을 위한 공동 실증 사업(POC)과 디지털자산 관련 추가 공동 사업 발굴 등에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양사는 국내 제도권 금융 시스템 내에서 안전하고 투명한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 개발 등의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결제 및 송금이 실물 상거래에 활용될 수 있도록 블록체인 결제 기술의 표준을 새롭게 마련하고 상용화한다.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을 조기에 활성화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비씨카드는 “보유한 가맹점 네트워크와 파트너사의 스테이블코인 서비스를 연결해 고객이 카드나 QR 결제 등 기존에 사용하던 익숙한 방식으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카드 역시 향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도 및 규제 정비가 본격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관련 동향을 면밀히 검토하며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여신금융협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및 관련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TF에서 로드맵을 비롯해 향후 금융당국에 제출할 건의사항 등을 도출했다. 이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공식적으로 제도화되면 이와 관련한 여신업계의 건의사항을 전달하고 협의 등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여신금융협회에서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안 발의에 맞춰 금융당국에 이와 관련한 업계의 건의사항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