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뷰티업계를 대표하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잇달아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전통 뷰티 산업이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J올리브영을 중심으로 한 헬스앤뷰티(H&B) 채널의 성장과 인플루언서·유튜브·틱톡 등 온라인 기반 뷰티 소비 확대가 맞물리며, 두 기업이 오프라인 판매조직을 중심으로 인력 재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체질 개선 돌입"...아모레·LG생건, 잇단 희망퇴직
10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창사 이래 두 번째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단행했다.
지난 2020년 12월 첫 시행 이후 5년 만이다. 대상은 지원 조직과 오프라인 영업부서에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 또는 45세 이상 경력 입사자다.
근속 20년 이상 직원에게는 기본급 42개월치가 지급되며, 퇴직 후 2년간 본인·배우자 종합검진 등 다양한 지원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LG생활건강 역시 뷰티 사업부 소속 판매·판촉·교육 직군(BA·BC·ES)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만 35세 이상 재직자와 휴직자를 대상으로 기본급 20개월치와 생활안정자금, 전직 장려금 등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 오프라인 매장 급감…H&B·온라인 중심으로 소비 구조 이동
뷰티업계 일각에서는 두 기업의 결정이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국내 뷰티 유통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뷰티업계는 최근 몇 년간 로드숍을 포함한 오프라인 매장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다. CJ올리브영을 중심으로 한 헬스앤뷰티(H&B) 채널의 성장, 온라인 소비의 일상화로 기존 오프라인 매출 기반이 빠르게 약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 이니스프리 매장 수는 지난 2022년 434곳에서 2023년 338곳, 지난해 304곳으로 감소하며 3년 만에 100곳 이상 줄었다.
에뛰드 역시 2022년 79곳에서 2023년 49곳으로 축소돼 감소세가 이어졌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23년 10월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가맹사업을 전면 철수하며 오프라인 재편에 나섰다.
◆ 뷰티업계 일각 "인디 브랜드·C뷰티 확산…선택과 집중 불가피"
뷰티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뷰티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대형 기업들이 조직 구조 전반을 재정비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이 업계 전체로 확산되지는 않겠지만,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른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며 "인디 브랜드 중심의 빠른 성장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대형 기업들은 변화 대응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제품 품질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되고 C뷰티(중국 화장품) 브랜드까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결국 선택과 집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뷰티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내 뷰티 대기업들의 희망퇴직은 업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변화한 소비 트렌드와 유통 환경에 맞춰 조직을 보다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일부 기업의 인력 조정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소비 방식과 유통 채널 변화에 따라 효율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조직 운영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시장 변화 맞춘 체질 개선"
이 같은 구조조정 흐름에 대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변화한 시장 환경에 맞춰 조직과 사업 전반을 재정비하기 위한 '체질 개선' 차원의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운영 전반의 체질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커리어를 희망하는 직원들에 한해 실질적 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향후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적절한 인력 운영 방안을 위해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최근 올리브영이 국내 뷰티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오프라인 채널로 자리잡은만큼 LG생활건강도 국내 오프라인 전략에서 올리브영을 핵심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