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가 밝았지만, 유통업계의 업황은 쉽사리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업계 '혹한기'의 내면에는 내수 부진, 고물가 기조 지속, 원자재 부담 상승 등의 요인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각 산업 군은 생존을 넘어 소비자들에게 더욱 합리적이고 차별화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플랫폼·외식업을 비롯해 뷰티·패션 등 주요 유통 산업의 생존 전략과 올해 트렌드를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제1의 목표는 '생존'"…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혹한기 지속에 '허덕'
(中) 이커머스·배달앱 "AI·퀵커머스 시장" 대세…외식업계 "초개인화 식사" 확산
(下) 패션업계 "변화하되 꺾이지 않는 '유연함'에 주목"...뷰티 "'내면' 중심 건강 관리가 핵심"
【 청년일보 】 녹록치 않은 대내외적 경제 상황으로 인해 유통업계가 혹한기를 겪고 있다.
2026년 새로운 해가 밝았지만, 업계 내 주요 산업에서는 지난 2025년과 유사하게 '확장'보다는 '생존'에 방점을 둔 사업 전략과 트렌드가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백화점 업계는 소비 양극화 트렌드에 기반한 럭셔리, 콘텐츠 중심의 소비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대형마트 업계는 신선 식품과 이를 위한 콜드 체인 경쟁이 가속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으로 편의점 업계는 과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매장 출점' 경쟁보다는 매장·공간 차별화를 두고 치열한 트렌드 선점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소비 양극화, 메가 트렌드로 자리매김"…"럭셔리·콘텐츠 경쟁 가속"
백화점 업계에서는 내수 부진으로 인한 소비 양극화 현상이 하나의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먼저 백화점 업계는 럭셔리 브랜드 소비를 즐기는 VIP 고객을 집중적으로 관리·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소비 양극화 시기로 접어들며 VIP 고객은 백화점 업체 입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견인하는 중요한 고객으로 굳게 자리한 상황이다.
백화점 업계는 소비 양극화로 인해 되려 반사 효과를 본 드문 유통 산업군 중 하나로 거론된다.
실제 지난 3분기 기준 롯데백화점은 각각 7천343억원과 796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0.7%, 9.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6천227억원과 영업이익 84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시기 매출 5천786억원과 영업이익 893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5.8%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매출은 0.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9% 감소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유통업계가 유례없는 혹한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신세계백화점 역시 상당 부분 선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 역시 소비 양극화 현상에 기인한 소비 트렌드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VIP 고객을 대상으로는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를 소개해 1인당 객단가를 올리는 데 집중하는 한편, 비교적 적은 규모의 소비가 이뤄지는 2030 소비층을 겨냥해서는 다양한 '콘텐츠'로 집객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략이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업계 내에서 소비 양극화 현상은 올해 들어 더욱 극명하게 심화할 것"이라며 "매출이 잘 나오던 기존 점포에서는 아직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시장 점유율이 전이되지 않은 럭셔리 중심의 소비가 더욱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차별화된 상품기획(MD) 및 브랜드 소싱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일반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대중을 대상으로는 명품뿐만 아니라 MZ세대(1980년~2012년 출생 세대)가 즐길 수 있는 팝업스토어 등 '콘텐츠' 중심의 판매 전략을 통해 트렌드를 이끌게 될 것"이라며 "특히 이와 같은 콘텐츠 중심의 사업 전략은 일반 고객뿐만 아니라 VIP 역시 더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에도 유효한 트렌드로 역할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업계는 최근 백화점 업계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식음료(F&B) 분야에서도 이와 유사한 추세의 트렌드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른 오프라인 채널이나 이커머스에서 만나볼 수 없는 F&B 브랜드와 상품을 소개하기 위해 상품기획자(MD)들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백화점이 "살아남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기로에 섰다는 데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다른 유통 채널과 중복되는 상품과 브랜드는 과감히 포기하고, 럭셔리 브랜드 혹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변화하기 위해 업계가 공통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한편 업계는 올해 ▲고매출 점포와 저매출 점포의 양극화 현상도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업계 종사자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고매출 점포의 경우 소비자가 집중되고 브랜드 유치도 수월하다는 점에서 비수도권 저매출 점포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비수도권에 저매출 점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업체의 경우 올해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소모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대형마트 "신선 식품·콜드체인 경쟁 지속"…홈플러스 인한 '시장 공백' 변수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신선 식품 중심 경쟁 지속 ▲상품 신선도 극대화를 위한 콜드 체인 구축 ▲홈플러스 기업 회생으로 인한 점유율 경쟁 등을 중심으로 전략 및 트렌드가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업계 관계자들은 신선 식품 상품 구색 위주의 경쟁이 올해 역시 이어질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에서 경쟁 상품군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형마트 업계에서 가장 중심적인 상품군은 신선 식품"이라며 "올해 역시 기존에 소비자들이 만나지 못했던 해외 과일과 산지 다변화를 통한 가성비 높은 상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업체 간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지난 2022년 홈플러스가 간석점을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신선 식품 경쟁에 돌입했다. 메가푸드마켓은 기존 매장에 비해 신선식품 구색을 크게 확대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롯데마트도 신선식품 중심 매장인 '그랑그로서리'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그랑그로서리는 대형마트 최초로 매장의 약 90%를 식료품으로 채운 '그로서리 전문 마켓'이다.
이마트는 이들보다 한발 늦은 2025년에 '그로서리 디스카운트 매장'인 '이마트 푸드마켓'을 대구 수성에 오픈했다. 이 매장은 대형마트 최초로 식품과 비식품 매장의 비중을 9대 1로 구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업계는 올해 기존 매장을 '신선식품 특화 매장'으로 리뉴얼하는 데 각 업체가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업계 관계자는 "신선 식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성이 얼마나 유효하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현재로서 대형마트가 다른 유통 채널 대비 내세우고 경쟁할 수 있는 영역은 신선 식품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며 "새로운 포맷의 매장을 시도하기보다는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신선 식품 중심 매장의 리뉴얼이 여전한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업계는 비단 매장 리뉴얼뿐만 아니라 각 업체가 신선 식품의 신선도 강화를 위한 콜드 체인 구축 및 효율화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콜드 체인은 온도에 민감한 제품을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 걸쳐 일정한 저온 상태를 유지해 신선도와 품질을 보존하는 통합 물류 시스템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롯데마트는 이를 위해 영국의 리테일 기업 오카도(Ocado)와 손잡고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첫 자동화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를 건설하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콜드 체인이 구축될 경우 이를 소비자들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롯데마트 제타(ZETTA)' 애플리케이션(앱)도 내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다 신선한 제품으로 승부하기 위한 콜드 체인 경쟁도 올해 대형마트 업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라며 "신선도 유지는 곧 상품의 품질로, 상품의 품질은 곧 기업의 매출로 직결되는 구조로 업계가 재편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투자는 필연적"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시장에 미칠 파장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기존 2위를 차지하던 홈플러스가 올해는 본격적으로 3위로 주저앉는 한편, 발생한 빈틈을 공략할 롯데마트의 약진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특히 홈플러스가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인 익스프레스를 부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존 '알짜 매장' 선점을 둘러싼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도 시장 트렌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홈플러스가 향후 6년간 41개 점포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는 점도 소비자와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주된 대형마트로서 역할하던 주요 상권을 어느 업체가 더욱 빠르게 선점하느냐에 따라 시장 점유율에 유의미한 변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종사자는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서 시장 점유율에 공백이 생기게 됐다"며 "공격적인 투자 자체가 어려운 업황이지만, 홈플러스의 기존 고수익 대형 매장 점포나 익스프레스 점포를 두고 나머지 두 업체가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성비·공간 차별화·해외 진출"…편의점 업계, 고물가 속 '생존 전략' 고심
편의점 업계에서 역시 소비 침체에 기반한 '가성비 소비'가 올해 확연한 트렌드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구체적으로 업계는 ▲기존 점포 중심의 매출 신장 ▲차별화 매장 및 PB 상품 강화 ▲해외 진출 등이 주된 트렌드로 자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먼저 업계는 공통적으로 국내에서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하는 '출점 경쟁'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2024년 기준 한국 국민 1천 명당 편의점은 1개 수준으로, 전국적으로 5만5천 개 이상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편의점의 나라'로 거론되는 일본이나 대만보다 높은 밀집도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시장은 과도한 출점 경쟁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기존 점포의 매출을 신장하는 방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점포 출점 경쟁을 지양하는 가운데 점포당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일련의 활동들이 매우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날씨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긍정적으로 뒷받침해준다면 편의점 업계의 전체적인 업황은 아직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업계는 편의점이 점포당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점포 차별화'와 '가성비 PB 상품 강화'를 지속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는 각기 다른 콘셉트의 차별화 매장을 선보이며 기존의 일반적인 편의점과는 다른 특화 기능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CU는 올해 '뷰티 특화 매장'을 1천 점 이상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뷰티 특화 편의점은 전용 매대를 갖추고 기초 화장품과 마스크팩 등 300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CU는 2023년부터 뷰티 관련 상품 출시를 시작해 전국 주요 상권에 뷰티 특화 편의점을 도입해왔다.
GS25는 '신선강화형 매장(FCS)'을 750호점 이상 도입·운영하고 있다. FCS는 농축수산물, 조미료, 소스류, 두부, 간편식 등 장보기 상품을 300~500종 이상 운영하는 장보기 특화 매장이다. GS25 역시 FCS를 올해까지 1천 점 이상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세븐일레븐도 차세대 콘셉트 가맹 모델인 '뉴웨이브'를 확대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웨이브는 세븐일레븐의 중점 추진 전략 콘텐츠로, 편의점의 핵심이자 근간인 푸드부터 새 콘텐츠인 패션·뷰티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상권 분석을 통한 고객 맞춤형 상품을 구성·배치했다는 게 특징이다.
세븐일레븐은 올해도 전국 주요 상권에 뉴웨이브 모델의 가맹화 전략을 적극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이마트24도 작년 11월 성수동에 '트렌드랩' 1호점을 오픈하며 새로운 차별화 매장을 선보였다.
트렌드랩은 젠지세대(GenZ, 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세대)와 트렌드에 민감한 30대 고객을 겨냥한 특화 매장으로, 인기 제품은 물론 실험적 제품까지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트렌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마트24는 올해까지 총 4개의 플래그십 스토어 확대를 통해 다양한 소비층을 세부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공간 차별화 전략과 함께 고물가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가성비 PB 상품 개발 역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지적재산권(IP), 이종 브랜드 간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기본적인 상품 경쟁 외에도 '공간 소비' 역시 중요한 트렌드로, 매장을 차별화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PB 상품 역시 가성비와 협업에 방점을 두고 각 업체가 기존의 자신 있는 스테디셀러 상품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한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업계는 올해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더 많은 역량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현재 이와 같은 움직임을 주도하는 업체는 각각 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CU와 GS25다. CU는 현재 해외에서 75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GS25는 686개 점포를 출점했다. 이마트24 역시 112개의 점포를 출점 중이다. 주요 진출국으로는 몽골·말레이시아·베트남 등 아시아권 국가들이 포함돼 있다.
시장은 이들 지역뿐만 아니라 아직 K-편의점이 진출하지 못한 지역에도 활발한 점포 출점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CU는 작년 11월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최대 중심 상업지구인 다운타운 오피스가에 1호점 'CU 다운타운점'을 개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종사자는 "국내 편의점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올해에는 해외 시장에 더 많은 출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특히 기존에 좋은 성적을 거뒀던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일부 미주 지역 등 미개척 국가에도 출점을 시도할 계획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