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한국은행도 당분간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며 물가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연준은 17∼18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지난해 세 차례 금리 인하 이후 올해 들어서는 동결 기조를 이어가며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습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동결 배경으로 인플레이션을 지목했다. 코로나19와 관세 충격에 이어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겹치면서 물가 기대 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연준은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상향 조정했다.
점도표상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3.4%로 유지됐지만,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은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연내 1회 수준의 추가 인하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직접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한·미 금리 격차는 1.25%포인트 수준으로, 추가 인하 시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부담이 더욱 크다. 실제로 중동 긴장 고조 이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달러 수요가 증가했고,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유가 상승도 변수다. 2월 수입물가지수는 8개월 연속 상승했고, 원유와 나프타, 제트유 가격이 크게 올랐다. 여기에 2월 말 이후 본격화된 이란 관련 충돌 영향은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3월 이후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유가 상승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통해 소비자물가에 빠르게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물가와 환율이 동시에 불안한 상황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금통위원 점도표에서도 6개월 뒤 기준금리를 2.50%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다만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NH금융연구소는 '이란 전쟁 전개 시나리오별 경영 환경 변화·대응 포인트' 보고서에서 전쟁 지속 기간에 따라 통화정책 경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이 약 1년 내 마무리될 경우 경기 충격 완화를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에서 인하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전쟁이 1년 이상 장기화돼 고유가 상황이 고착될 경우에는 물가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오히려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통위원들의 인식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수형 금통위원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2월 점도표는 전쟁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며 "현재는 물가 상방 리스크와 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모두 확대된 만큼 기존 전망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