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대국민 연설 이후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석화)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란을 향한 강력한 군사적 타격 예고로 중동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면서 전쟁 장기화에 따른 후폭풍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앞으로 2~3주간 이란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해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강경 발언은 중동 전쟁의 장기화 우려를 낳고 있다. 석화업계는 이에 따른 고민이 큰 대표적인 산업이다. 전쟁 여파로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국내 나프타 수요의 약 45%를 수입에 의존하는 가운데, 중동산 비중이 77%에 달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업체들의 나프타 재고는 2~3주 분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주요 업체들은 가동률 감축 등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일례로 롯데케미칼은 여수공장 정기보수를 당초 예정보다 3주 앞당겨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했다. 여천NCC는 프로필렌 전용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NCC 가동률을 60%까지 낮췄다.
LG화학 역시 지난달 23일부터 연산 80만 톤 규모의 여수 2공장 가동을 멈추고 1공장에 재고를 집중하는 고육책을 택했다. 일부 업체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불가항력(Force Majeure)' 선언 가능성을 통보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유업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원유 수급 차질과 국제 유가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약 70% 수준으로, 전쟁 장기화 시 수급 불균형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정유 설비 상당수가 중동산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어, 단기간 내 타 지역 유종으로 대체하기에는 공정 효율과 비용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물리적 봉쇄가 풀리더라도 '경제적 폐쇄'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정학적 위험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보험사의 전쟁 위험 할증료 부과와 선주들의 운항 거부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경제적 폐쇄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업계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40여 개국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했으나, 정작 핵심 당사자인 미국은 불참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공급망 구조가 복잡해지고 대응력은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업계가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근본 원인인 전쟁과 해협 봉쇄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정상화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영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