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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만 추구, 노동자 안전은 뒷전"...故 이선호씨 시민장 엄수

 

【 청년일보 】경기 평택항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벽체에 깔려 숨진 청년 노동자 이선호(23)씨 장례가 진행됐다.

 

장례식에는 여영국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심상정, 배진교, 강은미, 장혜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과 함께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등 노동계 관계자, 유족 등 200여 명이 참석 이씨의 죽음을 애도했다.

 

'故 이선호씨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이씨의 사망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미뤄왔던 장례를 사망 59일째인 19일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장으로 진행했다.

 

아버지 이재훈 씨는 "선호가 떠나고 모든 걸 포기하려는 순간도 있었지만, 2개월 동안 이름도 알지 못하던 분들이 내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시고 약해져 가는 제 마음을 추슬러주셨다"며 "오늘 이 자리에 모여주신 여러분들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제 아이는 비록 23년 살다 갔지만 이 사회와 세상에 많은 숙제를 주고 떠난 것 같아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마냥 슬퍼하는 것보다 아이의 죽음이 잘못된 법령을 다시 고치는 초석이 됐다는 자부심으로 다시 살아가려 한다"고 말을 이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우리는 구의역 김군, 김용균 씨, 김한빛 씨 이후 각 분야 노동자들이 죽음에 내몰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선호 님을 잃고 나서야 우리는 항만의 노동자들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300㎏ 쇳덩이는 23살 청춘을 덮치고 삶의 희망을 산산조각 내며 제2, 제3의 김용균만은 막아보자던 우리 심정을 산산조각 냈다"며 "사람 목숨 앗아가도 기업주는 멀쩡하고 함께 일하던 노동자만 처벌받는 세상의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사망사고 당시 지게차 기사 구속영장 발부

 

이선호씨는 지난 4월 22일 오후 평택항 내 'FR(Flat Rack) 컨테이너'(천장 없이 앞·뒷면만 고정한 개방형 컨테이너)에서 화물 고정용 나무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지게차가 갑자기 왼쪽 벽체를 접은 탓에 발생한 충격으로 오른쪽 벽체가 넘어지면서 그 밑에 깔려 숨졌다.

 

현행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시 사전계획과 함께 필요한 안전조치 방안 마련을 규정하고 지게차가 동원되는 작업은 반드시 신호수를 배치해야지만 사고 당시 이씨가 투입된 작업은 사전에 계획된 바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안전관리자나 신호수가 없는 현장에 안전모 등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다. 또 사고가 난 컨테이너의 자체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앞서 수원지법 평택지원 정재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 사망사고 당시 지게차 기사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판사는 "범죄가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인정된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사망사고 원청업체 안전투자액...매출의 0.04% 불과


고(故) 이선호씨 사망사고의 원청 업체인 '동방'이 노동자 안전을 위해 투자한 예산은 매출액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이선호씨 사망사고를 낸 동방 평택지사를 포함한 전국 14개 지사, 동방 본사, 평택지사의 도급사인 '동방아이포트'를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진행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진행된 특별감독 결과를 지난 18일 발표했다. 노동부는 "동방의 안전보건 투자는 매출액 대비 극히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조사결과 올해 동방의 안전보건 투자 예산은 2억7천만원으로, 지난해 매출액(5천921억원)의 0.04%에 불과했다. 노동부는 동방 본사 차원의 안전보건 방침이 없는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노동계 일각에서 중대재해법이 시행 중이라면 동방의 미미한 안전보건 투자 예산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1월 시행에 들어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는 또 동방 본사 차원의 안전보건 방침이 없는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해마다 안전보건 목표를 세우지만 일정, 예산, 업무 분장 등 세부 추진 계획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동방 본사의 부실한 안전보건 관리체계는 현장의 위험 요인을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방 전국 지사에 대한 감독에서는 이처럼 작업 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지게차 등으로 작업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위험 구간 출입 금지와 안전 통로 확보 등의 조치도 소홀했다. 노동자에게 안전 교육을 하지 않고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는 등 법규 위반도 확인됐다.

 

노동부는 이번 감독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197건을 적발했다. 이 중 108건에는 사법 조치를 하고 나머지는 과태료 약 1억8천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한편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축에 주력해달라고 산하 기관장들에게 당부했다. 안 장관은 근로복지공단 등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12곳의 기관장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산업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사망사고 감축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재 사망사고 예방은 기본을 지키는 게 중요하므로 현장 지도·감독과 함께 안전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사망 사고 등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야 조치에 나서는 등 선제적 조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며 "현장에서 위법성을 피하는 소극적 산업 안전 대책을 탈피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의 위험성을 선제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시행령 등을 통한 구체적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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