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지난 2017년 경쟁업체 bhc에 물류용역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은 효력이 없으며 이에 따라 bhc측에 133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원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이원석 부장판사)는 전날 bhc가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와 계열사 두 곳을 상대로 낸 물류용역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제너시스BBQ와 계열사들이 bhc에 물류용역대금으로 총 33억7000여만원, 손해배상금으로 99억7000여만원 등 총 133억5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물류용역 대금에는 BBQ가 계약 해지를 통보한 지난 2017년 이후 연 6∼8%의 지연손해금을 추가해 판결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실제 지급할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BBQ는 과거 자회사였던 bhc를 지난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bhc가 BBQ 계열사에 물류 용역과 식자재를 10년간 공급하도록 해주겠다'는 취지의 계약을 맺고 물류센터도 매각했다.
이후 BBQ는 bhc로부터 물류를 공급받는 과정에서 신메뉴 개발정보 등의 영업비밀이 유출되고 있다는 이유로 2017년 4월 물류용역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bhc는 "BBQ 측의 계약 해지 통보는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을 사유로 한 것으로 부적법하다"면서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을 경우 받게될 비용에 대해 용역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BBQ측은 bhc가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정보를 부정하게 취득, 사용하는 등 상호 신뢰 관계를 파괴한 만큼 계약 해지 통보는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bhc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들(제너시스BBQ와 계열사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할 당시 신뢰관계 파괴의 근거로 삼았던 사유들은 그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인정되지 않거나 신뢰 관계를 파괴할 만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해지 통고는 부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아 해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앞서 BBQ측이 bhc측 임직원들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나, 대부분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된 바 있으며, 유일하게 기소된 직원 역시 1∼3심 모두 무죄를 선고 받은 점도 이번 재판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BBQ가 2017년 4∼7월 물류용역 대금을 지급하고, 이후 계약 만료 시점인 2023년까지 bhc의 계상 기대 수익 비용을 손해배상금으로 산정해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당초 bhc가 기대한 금액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bhc는 BBQ와의 물류용역 계약상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오는 2028년까지 추가로 5년 연장되는 조건으로, 이를 감안하면 기대 수익은 1천억원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연하게 계약이 연장됐을 것이라 보기 어렵고, bhc가 추산한 비용보다는 기대 이익이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bhc측이 제기한 손해배상금 청구액의 일부만 인정했다.
bhc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BBQ가 신뢰관계 파괴의 근거로 삼았던 '영업비밀 침해'와 '정보 부정취득' 등이 모두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BBQ가 주장한 사실관계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이들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BBQ 관계자는 "손해배상금으로 책정된 금액은 약 99억7천만원으로, bhc가 청구했던 2400억원의 4%에 불과하다"며 "bhc가 얼마나 터무니없고 억지스러운 액수를 청구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원의) 판단이 아쉬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항소심에서 계약해지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백승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