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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술 유출해도 집행유예"···산업스파이 솜방망이 처벌 '빈축'

檢, '삼성 반도체 기술 유출' 집행유예에 1심 항소
대검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건수···5년간 112건
韓과 달리 주요 경쟁국···기술유출 처벌 엄격 적용

 

【청년일보】 최근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해마다 산업기술 유출 수법이 한 층 교묘해진 반면 법적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면서 기업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일각에선 자칫 국내 산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각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해외 법적 사례들과 같이 처벌 수위 강화와 함께 정치권 안팎에서 위기감을 공감해 입법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法, '반도체 기술 유출 혐의' 전직 삼성 엔지니어 집행유예 2년 선고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성범)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 및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삼성전자 엔지니어 A(44)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에 지난달 31일 항소를 제기했다. 

 

검찰은 A씨가 경쟁업체인 미국기업 '인텔'로 이직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기술을 빼돌린 혐의(산업기술보호법위반, 부정경쟁방지법위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한 바 있다.

 

A씨는 최신 반도체 초미세 공정과 관련된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 등 33개 파일을 이메일로 링크한 뒤 외부에서 이를 열람하면서 사진촬영해 부정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핵심기술인 삼성전자의 'SPICE 모델링' 자료 등도 유출자료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빼돌린 자료들이 실제 해외나 경쟁사로 흘러들어가지 않아 현실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참작했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밖에 올해 초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가 개발한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기술을 빼내 장비를 만든 뒤 이를 중국으로 넘긴 일당들이 기소되기도 했다. 

 

B씨 등은 2018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3년여간 세메스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부정취득해 장비 24대를 만들고 이 중 710억원 상당의 장비 14대를 중국 경쟁업체 또는 반도체 연구소에 넘겼다.

 

이들은 세메스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부탁하거나 퇴사 시 관련 정보를 반납하지 않는 등 방식으로 세메스 세정장비 관련 기술정보 및 설계도면, 작업표준서 등을 부정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역시 산업기술보호법위반, 부정경쟁방지법위반 등의 위반 혐의를 적용받았다.

 

초임계 세정 장비는 약액 등으로 반도체 웨이퍼를 세정한 뒤 웨이퍼를 건조시키는 단계에서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웨이퍼를 건조하는 장비다. 

 

특히 초미세 반도체의 불량률을 줄이는 세메스의 대표적인 핵심 기술로 꼽힌다. 당시 검찰은 이번 기술 유출 사건과 관련해 세메스가 약 350억원 상당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여기에 B씨와 공모해 반도체 세정장비를 만들고 이를 중국에 넘기는 데 적극 가담한 직원 4명에게 각각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韓, 산업기술 유출 인한 연간 피해 규모···약 56조 원 추정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해 업계 안팎에선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지적을 하고 있다. 기업에선 기술유출로 인해 자칫 산업 경쟁력 저하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작 법원의 판결은 미약한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검찰청의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건수를 살펴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5년간 총 112건으로 집계됐으며 그중에서 국가핵심기술 유출사건도 36건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처벌 수위는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대법원 사법연감을 기반으로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 81건을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집행유예가 39.5%에 달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경쟁국인 대만이나 미국, 일본 등에선 기술유출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른바 '경제 스파이법'으로 국가 전략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 적발 시 간첩죄로 가중 처벌한다. 

 

일본은 범죄 수익에 대한 몰수 규정을 강화하고 지난해 기술유출 방지와 중요 물자의 공급망 안정을 위해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했다. 대만은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핵심기술 유출에 대해 경제간첩죄를 적용하며 12년의 징역과 벌금 1억 대만달러(한화 약 43억원)를 부과한다.

 

지난해 10월엔 전경련이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우리나라의 연간 피해 규모가 약 56조 원으로 추정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 명목 GDP(전년 기준 약 2천71조 원)의 약 2.7%, 2020년 우리나라 총연구개발비(약 93조1천억 원)의 약 60.4% 수준이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의 세계적인 연구개발(R&D) 역량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첨단기술 보호 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는 전경련의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이처럼 업계의 속앓이가 지속되자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갑)은 지난해 6월 초, 국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주로 해외기술유출 범죄가 계속 발생했음에도 정작 솜방망이 처벌과 범죄에 대한 입증이 까다로운 현행법의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내용이다.

 

같은해인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주요 경쟁국 대비 처벌 수위가 여전히 미약하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들어 기술 패권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상황 속에서 국가전략기술 유출은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사실상 망국행위나 다름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기술 유출을 막지 못할 시 우리나라가 그간 초격차를 유지해온 첨단산업 분야가 중국에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라면서 "자칫 국가안보와도 직결될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경쟁력을 지키려면 처벌 강화 및 양형기준 상향 조정은 물론 경쟁국들처럼 산업스파이 특별법 등을 제정해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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