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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상품 선택의 역설

 

【 청년일보 】 우리나라는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과 기대수명 증가로 노후대비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도 매년 증가해 올해 1분기 말에는 약 338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 퇴직연금 제도가 노후보장 수단으로 아직 부족하다는 우려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낮은 수익률과 일시에 자금을 인출, 사용하면서 노후대비가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맥킨지 한국사무소는 지난 11일 우리나라 전체 연금제도의 소득대체율을 약 45~50%로 추산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8%보다 낮고, 권고치인 65~75%보다는 20~25%포인트를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퇴직연금 소득대체율은 12% 수준으로 OECD 권고치인 20~30% 대비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제도)가 최근 도입됐다. 디폴트옵션 제도는 DC형과 IRP 가입자가 거래하는 퇴직연금 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또는 포트폴리오)을 지정해 주면 자동으로 매수 및 운용해 주는 편리한 제도이다.


지난 1년에 걸친 시범 운용기간을 거쳐 올해 7월 12일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시범 운용기간에 대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공개된 자료를 살펴보자.


우선,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의 목적인 수익률 부문은 나름 선방했다. 전체 디폴트옵션 평균 수익률은 3.06%로 꽤 높은 편이다. 참고로 최근 5년간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1.96%에 불과했다.


위험유형별로는 초저위험은 1.10%, 저위험 2.33%, 중위험 3.22%, 고위험 4.81%로 위험도가 높을수록 수익률이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입자가 선택한 유형은 초저위험에 집중됐다. 초저위험에 몰린 적립금 규모는 2천544억원으로 전체 3천13억원 중 84.4%에 이르렀다. 이는 퇴직연금의 안전자산 선호와 작년 연말 고금리 영향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DC형 및 IRP의 원리금 보장상품 선택비율은 각각 74.6%, 57.6%였다.


이처럼 원리금보장 상품을 선호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원금손실에 대한 불안감과 투자상품의 이해나 정보 부족 등이 꼽힌다. 대다수 가입자는 실적배당형 상품 수익률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률보다 더 높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투자상품 수익률의 변동성(편차)이 심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한 원리금 보장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심리가 변화나 귀찮은 것을 기피하는 현상유지 심리, 손실을 참지 못하는 손실회피 성향 그리고 미래보다 눈앞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현재 편향적 성향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경제학적 특성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 선택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기재가 작용해 퇴직연금을 지나치게 안정적으로만 운용하면 노후를 대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지금이야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이러한 추세는 결코 장기적으로 오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노후에 대비할 돈을 충분히 마련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정적인 초저위험 상품 선택이 오히려 나의 노후를 불안하게 할 수 있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그러면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가이다. 우리나라 금융상품의 선택과정은 자신의 위험성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춘 상품을 선택하도록 제도화돼 있다. 이러한 방법을 현행 디폴트옵션 상품선택에서도 준용하고 있다.


그러면 연금 선진국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스위스에 본사를 둔 한 로봇 전문 기업의 연금플랜(Pension Plan) 적립금 운용계획서(Statement of Investment Principles)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회사의 연금플랜에는 DC형 디폴트옵션의 자동 적용과 관련해 퇴직까지 20년 이상 남은 가입자는 100% 글로벌 주식형 펀드(Passive 운용; 벤치마크의 수익을 추종하는 운용 방법)에 담고, 15년 정도 남은 가입자는 글로벌 주식형 펀드와 분산된 성장주 펀드(Active 운용;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운용)에 각각 50%씩 투자한다. 올해 은퇴하는 경우에는 분산된 성장주 펀드에 65%, 유동성 자산에 35%를 투자한다.


이처럼 선진국은 퇴직연금 자산을 가입자의 은퇴가 남은 기간에 따라 차별적,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TDF의 원리를 회사 차원의 연금플랜에 하나의 원칙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 외 디폴트옵션 상품 선정, 자산운용사 및 성과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가입자의 충분한 은퇴자산이 적립되도록 하고 있다.


디폴트옵션 제도는 가입자의 무관심에 따라 연금자산이 방치되는 것을 예방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이다. 초저위험 상품만 선택하게 되면 원금손실 위험은 줄어들겠지만, 낮은 수익률로 인해 노후대비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만 한다. 즉 초저위험이 오히려 위험이 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타깃데이트펀드(TDF)와 같이 잘 분산되고 시기에 따라 위험자산을 자동 조절해 주는 편리한 상품이 출시돼 있다. 이러한 상품의 특성과 장점을 충분히 누리면서 퇴직연금 자산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좀 더 편안한 노후를 맞이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글 / 강영선 쿼터백그룹 연금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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