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등장으로 촉발된 생성형(generative)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열풍으로 금융업도 AI 활용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분야이다. AI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으로 업무 효율화 및 수익성 향상에 기여해 전통적인 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킬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은행, 증권, 보험사의 AI 활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미래금융 핵심 먹거리 'AI'...은행권 주도권 경쟁 본격화

(中) "업무 효율성 극대화"...증권업계, AI 기반 서비스 '봇물'

(下) "AI 기반 디지털 서비스"...보험사 핵심 경쟁력 강화에 '필수'

 

【 청년일보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이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는 은행권 미래금융의 핵심 경쟁력으로 손꼽히는 만큼, 은행들의 AI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은행권 CEO들 역시 올해 신년사 및 경영전략 회의에서 연일 AI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신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 은행권, 각종 상담서비스에 AI 활용...고도화는 숙제

 

시중은행들은 최근 AI 기술 고도화를 통해 이를 은행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I는 인간처럼 사고와 학습을 통해 판단하는 방식을 적용한 기술로, 최근 AI 기술은 전 산업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 산하의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생성형 AI의 경제적 잠재력' 보고서에서 은행권에서 생성형 AI를 전면 도입할 경우 생산성 향상을 통해 업계 연간 매출의 2.8∼4.7%에 해당하는 2천억∼3천400억달러(약 262조∼446조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에서 AI를 가장 널리 활용하는 곳은 고객상담 분야가 꼽힌다. 통상적으로 간단한 상담업무라 하더라도 인력을 동원해야 했던 과거에 비해 AI 활용으로 은행들은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키오스크를 통해 간단한 상담업무를 대신하는 AI 은행원은 시중은행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AI 은행원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은행업무가 가능한 주변기기 사용방법, 상품소개, 업무별 필요서류, 키오스크 설치 지점 위치안내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자체 개발한 금융 특화 언어모델 KB-STA를 탑재한 키오스크 형태의 AI 금융비서 '꿀비서'를 내놨다.

 

신한은행도 영상합성과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한 'AI 은행원'을 출시, 예·적금 신규, 신용대출 신청 등 총 40여 개로 확대해 화상상담 창구인 디지털 데스크에 적용했다.

 

하나은행 역시 버추얼 휴먼 솔루션 기업인 온마인드와 손 잡고 AI 은행원 구축에 나섰으며, 우리은행도 오는 3월 실제 은행 직원처럼 예금상품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AI 은행원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더욱이 은행 내부에서는 AI 고도화를 통해 업무영역의 확대가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AI 은행원이 은행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을 찾는 고객들의 대부분이 고령층인데다 키오스크 등 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RM 분석기관 세일즈포스가 발표한 금융서비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업무를 볼 때 선호하는 소통방식은 여전히 전화와 대면이 각각 54%, 50%를 차지했으며, AI를 활용한 챗봇 상담의 선호도는 39%에 그쳤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AI로 다양한 상담을 실시하고 있지만, (AI 상담기술이) 아직 맞춤상담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해 고난이도의 상담에는 아직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챗봇 상담을 하다가도 결국 상담원 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인사부터 보안까지 전방위 활용...AI 적용범위 확대일로

 

은행권에서 AI 활용분야는 간단한 상담업무를 넘어 인사시스템부터 보안, 신용평가에 이르기까지 점점 넓어지는 추세에 있다.

 

카카오뱅크는 '신분증 인식', '셀카 인증' 등 안전한 금융서비스를 위한 인증서비스는 물론, 고객들의 신용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신용평가 분야에 AI를 적용하는 연구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또 현재 신용평가모형에 설명가능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카이스트(KAIST)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금융분야 인공지능 기술을 한층 고도화하고 기술 적용범위를 넓혀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AI를 활용해 신분증 인식기술을 고도화해 성능과 편의성 개선 및 보안성 강화에 나섰다. 케이뱅크는 이를 위해 영상인식 AI 전문기업과 협업으로 빠르고 안전한 AI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AI 기술을 도입한 결과 "인식속도가 기존 대비 최대 80% 수준까지 단축됐으며, 이름과 주민번호 등 신분증 문자정보를 인식하는 정확도도 대폭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흔들리거나 빛 번짐 등 식별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식률이 거의 1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계좌개설, 대출실행 등 주요 뱅킹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분증 인식이 필수적인 만큼, 더욱 편리한 뱅킹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역시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금융회사에 흩어진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산, 재무상태를 파악해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금융상품을 골라주는 '금융상품추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또 국내 금융권 최초로 AI 기반 비대면 거래 분석시스템(AI-FDS) 구축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더욱 정확하고 안정적인 생성형 AI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담업무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서비스 완성도를 계속 높여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나은행은 금융보안 분야의 핀테크 기업들과 손을 잡고 생성형 AI를 통해 지능형 이상거래 탐지시스템(FDS)을 고도화, 잠재된 사이버 금융보안 위협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하나은행은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 암호화, 화이트해커 그룹, 사이버 대응 등 신기술 보안 스타트업들과 '미래보안 협의회'를 운영하며, 잠재된 보안 위협에 선제적인 대응도 준비하는 모습이다.

 

 

◆ 올해 은행권 핵심전략은 AI...CEO들도 '한 목소리'

 

이 같은 AI의 중요성은 은행권 CEO들의 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금융지주 회장 및 주요 은행의 은행장들은 신년사 및 전략회의 등 공식 자리에서 AI 기술발전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미래 금융으로의 도약을 준비할 것을 당부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은행권 CEO들이 세계 최대 가전 정보기술 박람회인 'CES'에 매년 참석하는 것 역시 AI를 포함,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최근 그룹 내 그룹사 CEO 및 은행, 카드의 AI, 데이터 담당 실무자들을 모두 불러 AI에 대한 토론회를 주재했다.

 

'AD(AI·Data) 캔미팅'으로 명명된 이번 행사는 그룹 내 AI, 데이터 담당 실무자들과 함께 디지털 전환을 위한 현안 및 해외 금융권 트렌드를 공유하고 전략적인 추진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진 회장은 "AI 와 Data는 그룹의 미래를 이끌 핵심 경쟁력으로 여기에 모인 직원 여러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여러분 개개인이 기술이라는 것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디자이너'로서 고객과 직원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을 이끌어 달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신한금융은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위해 경영진 및 실무자 간 현안 공유 및 소통시간을 매 분기마다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과감하고 멈춤 없는 '미래 준비' 핵심은 단연코 인공지능"이라며 "이를 활용해 고객이 기대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금융뿐만 아니라 곧 다가올 모든 산업과 서비스 대전환에서 생존을 결정지을 핵심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NH농협금융은 AI 활용이 실사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직원 역량 강화와 관련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이 외에도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올해 경영목표는 '핵심사업 집중, 미래금융 선도'로 정했다"며 "자체 IT 개발 역량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지털·IT 플랫폼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옥일진 우리금융그룹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가 IT 인력을 보강하고 클라우드를 고도화하는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기술개발 기반을 정비하는 단계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디지털 전쟁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