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전세계적으로 K-푸드가 유행하며 김치 시장도 호조를 맞고 있다. 여전히 성장세인 국내 시장과 함께 해외 수출도 날개를 달면서 식품 기업들도 김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포장김치 시장규모는 약 6천560억원을 기록하면서, 2021년(5천370억원) 대비 22% 이상 늘었다.
최근 1·2인 가구 등 소규모 가구가 늘면서 이제는 김치를 담가먹지 않고 사먹는 추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된 것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집에서 신선식품을 편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포장김치 시장이 성장했다는 것이다.
수출 또한 호조세다. 상반기 농식품 및 전후방산업 수출액이 62억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수출 상위품목에 김치가 오르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상반기 김치 수출액은 8천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발효식품과 비건식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 대상, 국내 김치 시장 점유율 1위…소비자 접점·글로벌 시장 확대
국내 김치 시장 점유율 1위는 대상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 마켓링크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제조사 중 대상은 점유율 41.96%를 자치해 1위 자리를 지켰다.
앞서 1980년대 정부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인 김치를 알리기 위해 상품화를 추진했다.
이에 인간문화재 38호이자 조선 궁중음식 전수자인 고 황혜성 고문 등 김치 장인들이 표준화된 조리법을 만들었고, 유산균 및 종균 개발과 김치 포장 연구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뭉쳤다.
대상은 대대로 전해 내려온 손맛을 표준화한다는 의미에서 브랜드를 '종가집'으로 정했으며, 브랜드 로고에 기와지붕을 넣은 종가집 브랜드가 탄생했다.
지난 1987년부터 도입한 국내 브랜드인 '종가집'을 글로벌 김치 브랜드 '종가'와 별도로 운영해 왔지만,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일관성 있게 전개하기 위해 2022년 10월 '종가(JONGGA)'로 브랜드를 통합했다.
국내의 경우 김치에 대한 관여도가 낮은 MZ세대 등 전세대 소비층을 위해 국내 최초로 김치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는 등 소비자와의 접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열렸던 '김치 블라스트 서울 2023' 팝업스토어는 '김치, 지금껏 만나지 못한 즐거움'을 테마로 종가의 히스토리를 담았다. 당시 팝업스토어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제품을 제공하는 등 종가 김치만의 색다른 매력을 알리기도 했다.
또 영국에서도 종가 팝업스토어를 열고 현지 소비자들이 다채로운 김치 맛의 세계를 발견하고 새로운 종가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의 김장 풍경을 볼 수 있는 미니어처 전시와 포장마차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공간, 슈퍼마켓 CCTV 콘셉트의 이색 포토존 등으로 구성했다. 당시 총 5천여명의 글로벌 소비자들이 최대 45분의 세션 동안 몰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외의 경우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2022년 김치 공장 건설을 위해 폴란드 신선 발효 채소 전문업체 ChPN(Charsznickie Pola Natury)과 함께 합작법인 '대상 ChPN 유럽(Daesang ChPN Europe)'을 설립했다.
아울러 현재 폴란드 크라쿠프에 총 대지면적 6천613㎡(2천평)에 달하는 김치 공장을 건설 중이다. 폴란드 공장은 지난해 착공을 시작해 올해 하반기에 완공될 예정으로, 연간 3천t 이상의 김치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대상 '종가'는 미주와 유럽, 대만과 홍콩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이와 관련 대상 관계자는 "1988년 최초 출시 이후 종가가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것은 '100% 국내산 재료'로 김치를 담근다는 원칙"이라며 "종가 김치는 이물선별, 엑스레이, 각 공정별 위생제어시스템 등 최고 수준의 위생관리를 바탕으로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 CJ제일제당, 1위 바짝 추격…다양한 김치 라인업으로 '입맛 저격'
또 김치 시장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CJ제일제당이다. 마켓링크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제조사 중 CJ제일제당의 점유율은 37.35%로 2위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는 '고급 원재료로 제대로 담근 한식김치'를 표방하며 CJ제일제당이 2016년 내놓은 프리미엄 김치 브랜드다.
서울 및 경기식의 가장 대중적인 김치 맛의 '비비고 김치 오리지널'을 비롯해, '비비고 김치 더 풍부한 맛' 등 비비고 김치 16개 품목을 갖추고 있다.
비비고 김치는 특히 원재료, 발효, 용기 세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고급 원재료를 사용해 제대로 담근 한식김치'를 구현하기 위해 무엇보다 김치의 기본인 소금, 고춧가루, 액젓 등 기존 원재료들의 차별화에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해외의 경우 먼저 북미 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현지 김치 제조업체를 인수하며 자체 생산 역량을 높혔다. 비비고 김치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4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호주에서는 현지에서 생산한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 2종을 처음으로 선보이고, 기존 한국에서 호주로 수출하는 김치도 리뉴얼했다.
그 동안 호주에서는 한국에서 수출된 김치만 구매할 수 있었으나, 이번 제품 출시로 현지 원재료로 생산된 호주산 김치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치를 미국, 일본, 베트남, 유럽, 호주 등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 수출하며 김치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비비고 김치의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으며, 일본(31%)과 유럽(25%)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현지 김치 시장에서 62%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안정적 품질의 상온김치를 기반으로 코스트코 등 주요 채널에 입점하는 성과도 거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기존 하선정 김치가 포장김치의 표준이 되는 기본 사양 제품으로 가성비를 중요하는 소비층을 주 대상으로 했다면, 비비고 김치는 고급 원재료를 사용해 담근 한식김치 콘셉트의 프리미엄 김치로 포지셔닝해 보다 다양한 입맛의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풀무원·아워홈 등 이색 시장 공략으로 김치 사업 확대
국내 김치 시장의 경우 대상과 CJ제일제당이 양분하고 있으나 K-푸드 바람을 타고 김치가 인기를 끌며 타 식품사들도 이색 시장을 공략하며 김치 사업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풀무원의 경우 함께 먹는 메인 메뉴에 따라 다양한 맛의 김치가 필요하다는 관점으로 '페어링 김치' 라인업을 신설했다. 지난해 칼국수 김치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 4월에는 짜장라면 파김치를 출시했다.
아울러 풀무원은 김치 체험을 원하는 외국인 관람객이 증가하면서 외국인 대상 유료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실제로 풀무원의 뮤지엄김치간을 찾아오는 외국인 관람객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뮤지엄김치간을 방문한 외국인 관람객 수는 1만 4천여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만명 대비 약 40% 증가했다.
아워홈은 최근 자사 프리미엄 HMR 브랜드 '구氏반가'에 김치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프리미엄 김치 라인업을 확대 중이다.
아워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워홈 프리미엄 김치인 '갈치김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천500% 가량 늘었으며, 키워드 검색량 역시 같은 기간 300% 증가했다.
3040세대를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와 함께 백화점 식품 코너 입점, 온라인 판매채널 확대 등 고객 접점을 확대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아워홈은 최근 신제품 '청잎김치'와 '총각김치'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김치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경우 소규모 가정이 늘어나며 그에 맞는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며 "해외 김치 시장의 경우 과거에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판매했다면 최근에는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어 이들의 입맛을 잡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