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9시 49분경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인근 서울세종고속도로 9공구 공사 현장에서 교량 작업 중 교각 위 슬라브 상판 구조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209/art_17405553179192_07bdf0.jpg)
【 청년일보 】 지난 25일 오전 9시 49분경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인근 서울세종고속도로 9공구 공사 현장에서 교량 작업 중 교각 위 슬라브 상판 구조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의 원인을 두고 건설노조측은 시공상 문제점에 대한 원인규명은 물론, 적절한 공사기간(이하 공기)과 공사비 확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국내 건설현장에 내국인보다 많은 이주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고, 사고를 입는 사례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2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10명이 추락해 매몰됐고 최소 4명이 사망하는 등 다수의 인명피해 발생했다.
현장 사고 구간은 현대엔지니어링(50%), 호반산업(30%), 범양건영(20%) 컨소시엄이 공사를 진행중이었으며,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관사다.
현재 사고원인의 규명은 우선 시공상 문제점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들 회사 관계자로부터 공사에 사용한 공법이 절차에 맞게 이뤄졌는지 조사하는 한편, 안전 수칙을 준수했는지, 작업자 교육이 적절했는지, 그리고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이 어땠는지 등을 다각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및 건설토목분야 전문가에 따르면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공사현장에서 이용한 공법은 교각 사이를 잇는 상판과 보(거더)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DR거더 런칭 가설 공법(거더 등을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붕괴사고는 '런처'라고 불리는 크레인을 이용해 빔을 교각 위에 거치하던 중에 발생했다.
사고영상을 확인한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런처가 균형을 잃으면서 거더가 무너진게 원인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으로 "런처는 거더를 제자리에 갖다 놓고 그다음에 다른 거더를 또 싣고 오는 역할인데 이번 사고는 거더와 런처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방 설치한 거더에 뒤로 당겨지는 힘이 가해지니까 거더가 떨어져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교수는 "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근로자가 런처와 거더가 분리됐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채 런처 구동자에게 신호를 보냈을 수도 있다"며 "다만 이 공법은 전세계적으로 육상이나 해상공사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공법이며 난이도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특히 건설노조 측은 시공상 문제점 외에도, 사고의 원인중 하나로 기간에 쫒기듯 공사하는 현재 건설공사 관행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최근 건설현장에서 수많은 인명피해가 나오는 등 대형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이게 모두 우연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진 않았지만 해당 현장도 공사기간을 맞추려는 속도전에 쫒겼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고가 난 고속도로 현장의 경우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적정한 공사기간이 주어졌는지 조사해 보아야 하고, 인력투입과 직결되는 적정 공사비에 책정됐는지도 철저히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사고로 인해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위험요인 지목되어온 이주 노동자의 안전관리 문제도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안성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중국인 노동자 2명이 희생됐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6월 발생한 아리셀 참사에서 숨진 노동자 23명 가운데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
현재 건설현장에서는 내국인 노동자보다 이주 노동자의 비율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건설노조를 통해 올해 노동자 100명 이상 규모의 57개 사업장 내외국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9천417명 중 내국인 노동자는 3천672명(39%), 이주 노동자는 절반을 훌쩍 넘는 5천726명(61%)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경실련 측은 "건설업의 사업장 당 이주 노동자 수 증가속도는 전체업종에 비해 3배 이상 빠른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같이 국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의 수가 많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선제적으로 해결되야 할 의사소통 문제부터 관리까지 이들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지극히 미흡하다는게 건설노조 측의 주장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아리셀 참사때도 고용노동부에서 냈던 대책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어로 현장에서 안내한다'는 것이었고 이 문제도 당연히 해결해나가야 하지만 현재 맹점은, 현장에 어떤 나라의 사람이 들어와있는지 조차 파악이 안된다는 것"이라며 "이와 함께 현재 프리패스처럼 운영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기초안전보건 교육 이수 문제와 같은 구조적 원인들을 해결해야 이러한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고 발생 하루뒤인 지난 26일 현대엔지니어링은 주우정 대표이사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세종-안성 고속국도'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머리 숙여 사죄했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