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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선 교수의 건강한 피부, 건강한 삶] <79> 후각 손실은 단순 감각 문제가 아니다

 

【 청년일보 】 시력이나 청력의 저하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즉시 병원을 찾습니다. 그러나 후각이 둔해지거나 냄새를 잘 느끼지 못할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순한 감각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으나, 후각 기능의 저하는 뇌의 구조적 변화나 심리적 문제, 심지어는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징후일 수 있습니다.

 

◆ 후각, 생존과 즐거움을 책임지는 감각

 

후각은 우리가 음식을 즐기고, 위험을 감지하며, 주변 환경에 적절히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감각입니다. 음식의 맛을 구성하는 데 있어 80% 이상은 후각에 의존하며, 가스 누출이나 타는 냄새처럼 생명과 직결된 위기 상황을 인지하는 데도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후각 기능이 스트레스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요인에 의해 손상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 우울증과 스트레스, 후각 기능을 직접적으로 저하시킨다

 

우울증은 감정의 문제로만 인식되던 시기를 넘어, 뇌의 구조적 및 기능적 변화를 동반하는 복합적인 질환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뇌에서는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limbic system)와 의사결정 및 자제력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에 이상이 나타납니다. 이 두 영역은 후각 신호를 처리하는 경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해당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냄새에 대한 민감도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만성 스트레스는 체내에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만들며, 이는 후각 수용체의 민감도를 저하시켜 후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Yuan 등(2015)은 지속적인 스트레스 노출이 후각 수용체의 기능 저하와 신경세포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 신경퇴행성 질환의 조기 경고: 후각 상실

 

단순한 감정 장애를 넘어, 후각 기능의 상실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단계에서 매우 흔하게 관찰됩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병의 시작 단계에서 후각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공간 기억력이나 단기 기억력보다 더 먼저 저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에도 도파민 시스템 이상과 함께 후각 손실이 병의 초기 신호로 나타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진단 시점보다 수년 전에 후각 저하가 발생했음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후각 신경계가 뇌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감각 기관이며, 뇌의 신경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우리 몸 전체가 향을 맡는다: 후각 수용체의 확장된 개념

 

2004년, 후각 수용체의 작용 기전을 밝힌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이 수여되면서, 후각에 대한 과학적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이후 연구들은 후각 수용체가 단지 코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피부, 정자, 장, 심지어 면역세포에도 존재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들 수용체는 향기 분자에 반응하여 각 조직에서 고유한 생리 작용을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피부의 후각 수용체는 세포 재생과 관련되어 있고, 장의 수용체는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향기 성분이 단순한 감각 자극이 아니라, 몸 전체의 생리학적 반응을 유도하는 신호물질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후각의 이상, 이렇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만약 ▲좋아하던 음식에서 맛이나 향을 느끼지 못한다 ▲이전보다 음식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고 식욕이 감소한다 ▲향수, 샴푸, 커피 냄새 등이 무취로 느껴진다 ▲감기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코막힘이 아닌데도 후각이 둔해졌다 ▲우울감이나 불안감,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동반된다 등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단순한 감기나 코막힘의 문제로 넘기지 마시고 전문가와 상담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후각을 보호하고 회복하려면

 

후각 기능은 재생이 가능한 신경계 중 하나입니다. 이는 긍정적인 사실이며, ▲스트레스 관리(명상, 운동, 수면 습관 개선 등을 통해 코르티솔 수치를 낮춰야 합니다) ▲후각 훈련(에센셜 오일(예: 라벤더, 유칼립투스 등)을 정기적으로 맡으며 후각 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영양 섭취(아연, 비타민 B12, 오메가-3는 신경 재생과 후각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정기 건강검진(후각 저하가 지속된다면, 뇌 영상 검사 또는 정신건강 진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등의 실천으로 후각 건강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 후각의 변화는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후각 기능의 저하는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닌, 뇌 건강의 이상 신호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우울증, 신경계 질환 등과의 연관성을 인지하고, 조기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후각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감각입니다. 향기를 느끼지 못하는 순간, 삶의 즐거움도 함께 감소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참고문헌
Yuan et al., Chronic stress impacts on olfactory system. CNS & Neurological Disorders-Drug Targets (Formerly Current Drug Targets-CNS & Neurological Disorders), 14(4), 486-491, 2015

 


글/ 박태선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1995~)
㈜보타닉센스 대표이사 (2017~)
연세대학교 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2012~2014)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특별위원회 위원장 (2011~2013)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Editorial Board Member (2011~)
Molecular Nutrition & Food Research, Executive Editorial Board Member (2011~)
미국 스탠포드의과대학 선임연구원 (1994~1995)
미국 팔로알토의학재단연구소 박사후연구원 (1991~1994)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데이비스 캠퍼스) 영양학 박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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