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인 성장 둔화, 이른바 '캐즘(Chasm)' 현상이 심화되면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국가배터리순환클러스터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시장 조정에 흔들릴 프로젝트가 아닌 미래 산업의 헤게모니와 국가 자원 안보를 결정지을 장기적인 생존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는 이 같은 전략적 중요성을 바탕으로 지난 4일 경북 포항시 동해면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서 클러스터 개소식을 열고, 시설의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이 클러스터는 국내 배터리 순환이용 산업 육성과 안정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해 사용후 배터리 순환이용 기술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주기를 지원하는 국가 기반시설이다. 전기차 판매 둔화에도 불구하고 이 시설이 필수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먼저 폐배터리 '쓰나미'에 대한 선제적 대비다.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된 2010년대 후반 차량들의 폐배터리 발생 시점은 향후 2~3년 내로 예측되며, 캐즘과 관계없이 누적된 폐배터리 물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클러스터는 이에 앞서 안전한 수거, 진단, 재활용(Recycling) 및 재사용(Re-use)을 위한 국가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며, 2040년 수백조 원대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와 국제 표준을 선점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다음으로는 핵심 광물 '자원 독립' 및 경제 안보 강화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이차전지 핵심 광물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은 국내 '도시 광산'으로서 역할을 한다. 이는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망으로부터의 자원 독립성을 확보하며,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광물이 신규 광물 대비 안정적인 공급망을 제공함으로써 배터리 생산 원가 절감에 기여해 전기차 캐즘 극복에도 간접적으로 힘을 보탠다.
마지막으로 크러스터는 글로벌 규제 장벽에 대한 선제적 돌파다. 미국 IRA 및 EU 배터리 규정 등 주요국들은 재활용 원료 사용 의무를 강화하고 있으며, 클러스터는 이 규제에 부합하는 고효율 재활용 기술을 실증하고 국내 기업을 지원하는 규제 대응 플랫폼 역할을 한다.
약 1.7만㎡ 규모의 클러스터 연구지원단지에는 사용후 배터리 성능평가, 블랙매스 제조(유가금속이 고농도로 포함된 검은색 분말), 유가금속 추출 등 전 공정에 대한 실증연구 장비를 갖춘 자원순환연구센터가 마련됐다.
이는 자체 연구시설 구축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실증연구 장비를 공동 활용하고, 미래폐자원거점수거센터의 배터리를 연구 목적으로 공급받아 사업화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내년부터 재생원료 생산인증제가 시범 운영되어 시장 활성화 기반을 조성한다.
하지만 클러스터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순환경제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선결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또한 폐배터리 발생부터 최종 처리까지 이력 추적 및 관리가 가능한 법적/제도적 시스템을 신속히 확립해야 한다. 특히 모호한 폐배터리 '소유권' 및 '운반 기준'에 대한 명확한 규정 마련과, 재사용·재활용된 배터리의 안전 및 성능 평가 국가 표준 및 인증 체계 조속한 마련이 필수적이다.
고난도 기술 개발 및 전문 인력 확보: 재활용 공정 효율을 높이고, 특히 잔존 가치가 낮은 배터리에서도 경제성 있는 광물을 추출할 수 있는 고도화된 기술(예: 습식 제련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또한,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대학, 연구기관, 기업 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김고응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배터리 순환이용은 안정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한 미래 전략산업”이라 강조하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정부·민간기업·대학·연구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내 배터리 순환이용 생태계 조성과 순환 경제 전환을 가속화하고 기업 수요에 맞는 기술적·정책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