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부산 수영구의 관광 지형을 바꾸려는 논의가 본격화됐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최근 수영구에서 '골목상권 활성화와 복합 도시 브랜드 전략'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광안리 해변에 집중된 관광 흐름을 골목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15일 밝혔다.
광안리는 이미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최근 조사에서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58.5%가 광안리를 방문해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해변에서 머물다 돌아서는 관광이 대부분이고, 수영구 곳곳에 자리한 약 2만개의 소상공인 점포로 소비가 이어지는 구조는 여전히 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 의원은 이 지점을 '확장의 문제'로 짚었다. 관광객의 발길이 해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강변을 거쳐 골목까지 이어질 때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판단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와 현장, 행정을 잇는 인사들이 함께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으로 열린 행사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축사를 보냈고, 이정실 부산관광공사 사장이 참석했다. 정연욱 의원이 좌장을 맡아 논의를 이끌었다.
현장 세션에서는 수영구 골목을 직접 일군 상인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며 골목상권의 가능성을 보여준 백일평냉 곽동훈 대표, 100년 가게를 목표로 대를 잇고 있는 대현상회 한아름 대표, 외할머니의 레시피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동양사라다 오병규 대표가 경험을 나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골목의 흐름을 바꾼 저수지 우수원 대표와, 예술을 골목으로 끌어들인 아트살롱샘 이다정 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조병제 수영구의원과 윤태환 동의대 교수 역시 골목상권을 살릴 해법을 놓고 의견을 보탰다.
정 의원은 이 자리에서 'CPR 전략'을 제안했다. 관광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한 세 가지 방향이다.
첫째는 연결이다. 광안리 해변과 수영강변, 망미동 골목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구상이다. 점처럼 흩어진 공간을 선으로 잇겠다는 접근이다.
둘째는 사람이다. 시설과 이벤트보다 상인과 주민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미쉐린 셰프의 주방, 백년가게의 시간, 골목에서 축적된 생활의 이야기를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방향이다.
셋째는 재시동이다. 관 주도의 일회성 행사에서 벗어나 민간 중심의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고, 디자인과 마케팅, 데이터를 결합해 골목의 회복 가능성을 숫자로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시점 때문이다. 부산은 내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와 세계도서관정보대회를 연이어 개최한다. 대규모 해외 방문객이 부산을 찾을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관광 효과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느냐가 과제로 떠올랐다.
정 의원은 "국제행사로 물이 들어올 때, 그 물길을 동네 골목까지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다만 보고 떠나는 관광은 지역에 남는 것이 없다"며 "관광객이 골목 구석구석을 걸어야 수영구 경제가 온기를 되찾는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존 관광 정책이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이번 제안은 사람과 이야기라는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상인들 역시 해변 중심의 소비 구조를 넘어설 계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정 의원은 토론회에서 나온 제언을 바탕으로 박형준 부산시장과 협의를 이어가며, 예산 확보와 정책 입안으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광안리의 불빛이 해변을 넘어 골목까지 번질 수 있을지, 수영구의 다음 실험이 시작됐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