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환율 급등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주요 국내외 기관들이 내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2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주요 기관 37곳이 제시한 내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중간값은 2.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제시된 1.9%에서 불과 보름 만에 0.1%포인트(p) 높아진 수치다.

전체 기관 중 14곳이 전망치를 상향했고, 하향 조정한 곳은 3곳에 그쳤다. 나머지 기관들은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최근 원화 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가 상방 리스크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별로 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크레디 아그리콜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1.8%에서 2.1%로 0.3%p 올렸다. 노무라는 1.9%에서 2.1%로, BNP파리바는 2.0%에서 2.1%로 조정했다. JP모건체이스도 1.3%에서 1.7%로 전망치를 상향했다.

신용평가사들도 비슷한 흐름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1.9%에서 2.0%로, 피치는 2.0%에서 2.2%로 내년 물가 전망을 수정했다.

JP모건체이스는 이달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둔화 효과가 원화 절하의 시차를 둔 파급 효과로 상당 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원화 실효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전망 상향에는 한국은행의 최근 경제전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1%로 올렸다. 환율 상승과 내수 회복 흐름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달 17일 기자설명회에서 환율 변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고환율 상황은 위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걱정이 크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까지 1천47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고물가 재점화'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