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거래소와의 신규 제휴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중소거래소는 검증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사실상 문을 닫게 생겼다 [이미지=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727/art_16257136825198_9e9ff2.jpg)
【 청년일보 】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종합검증' 역할을 은행권에 전가하면서 대부분의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신규 제휴를 사실상 중단했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검증 기회 조차 얻지 못한 채 개점 휴업 또는 폐업이 불가피해졌다.
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오는 9월 24일까지 거래 은행들로부터 검증을 마친 실명계좌를 갖추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취득해 금융당국에 사업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특금법 신고의 가장 큰 문턱인 '은행 실명계좌' 취득 문제를 두고 책임 부담이 커진 은행들이 신규 제휴에 난색을 보이면서 중견 및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생존이 불투명해졌다.
현재 금융권 안팎에선 사업자 신고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이미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업비트를 비롯해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다만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이들 거래소들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만도 아니란게 일부의 시각이다. 이달 말 은행과 제휴 계약만료가 다가오면서 재계약 여부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해당 업무가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은행권 '종합검증' 면책 요구...은성수 "생각도 하지 말라" 일축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에 대해 '은행 면책 불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1일 "(면책 특권에 대해)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다시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앞서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실명확인 계좌를 내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직접적인 과실이 없다면 '면책'을 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한 바 있다.
![기조연설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727/art_1625713807949_f8996b.jpg)
은 위원장은 지난 6일 '코로나19 대응 금융정책 평가 심포지엄'에 참석해 "거래소 사업자와 거래를 하면 우선은 은행에 이익이 되겠지만, 리스크도 당연히 분석해야 한다"며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면 금융위원회로부터 벌금을 받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선 미국 금융당국이 (문제를) 살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은행 스스로 판단이 들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청을 하면 되고, FIU는 절차에 따라 받아주면 된다"며 "그러라고 은행에 '최고 리스크 담당 책임자(CRO)'와 준법감시인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은 위원장은 은행에 가상화폐 거래소 검증 책임을 떠넘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거래소 검증 책임을) 은행한테 다 떠넘긴다고 하지 말고, 그게 은행이 할 일"이라며 "은행은 (거래 여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 가상화폐 거래소 신규 제휴 사실상 중단..."시간·여력 모두 부족"
이같은 금융당국의 강경한 입장 이후 은행권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 심사에 더욱 움츠려드는 모습이다. 새로운 거래소와의 신규 제휴는 중단하고, 기존에 맺고 있던 제휴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은행권은 실명계좌 발급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종합검증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실제로 5대 은행 중 KB·하나·우리금융그룹 등은 자금세탁 사고에 연루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소 검증 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상화폐 검증 사업이)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로우 리턴으로 보고있다"며 "거래소로 부터 얻을 수 있는 수수료 수익이 시장 환경에 따라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성을 안고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 중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있는 신한은행(코빗)과 NH농협은행(빗썸·코인원) 역시 7월 말 계약이 종료를 앞두고 재계약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제휴하고 2곳의 있는 거래소와의 연장 여부를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른 거래소와의 제휴를 검토할 시간이나 여력이 없다"고 전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기존 재계약에 대해 내부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는 상태"라며 "신규 거래소와의 제휴는 현재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또 업비트와 계약을 맺고 있는 케이뱅크 관계자 역시 "업비트와의 계약일이나 조건 여부는 공개할 수 없지만, 긍정적으로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며 "실명거래를 트지 못한 다른 거래소들이 문제일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카카오뱅크와 9월 말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도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며, 토스뱅크 역시 출범 단계인 만큼 현재까지 사업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