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시중은행들이 올 하반기 대출 옥죄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반면 케이뱅크 및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은 중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상품의 다변화를 꾀하고 나서 주목된다.
인터넷뱅킹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에 맞게 중금리 대출 공급을 확대하라는 주문과 함께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대출 시장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는 하반기 중금리 신용대출은 물론, 전세 대출 등 대출 상품 라인업 강화하며 고객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선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 전세대출과 청년 전세대출을 출시한다. 이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를 담보로 지원하는 상품으로, 신청자는 임대차 계약서와 계약금 영수증만 사진으로 촬영해 제출하면 간편하고 편리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대출 대상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주택이나 빌라 등도 가능하다. 또한 두 상품 모두 중도상환해약금이 면제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하반기 KT 통신데이터, BC카드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모델(CSS) 고도화를 바탕으로 한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8년 초 이미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을 활용한 전·월세 대출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2월에는 해당 대출 상품의 적용 대상 범위를 근로사업자에서 사업소득자로 확대하는 한편,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카카오뱅크가 출시한 두 상품은 모두 중도상환해약금이 없다는 점이 주요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아울러 카카오뱅크는 이달 중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및 소액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을 새롭게 선 보인다. 이 상품은 근로소득자를 위한 '자체 중신용대출' 상품이란 평가다. 연소득 2천만원 이상, 재직기간 1년 이상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기존 중신용대출보다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또 지난달부터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하고 중‧저신용 고객 대상 '중신용대출상품'의 최대 한도를 1억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동시에 가산금리를 최대 1.52%포인트 인하했다. 지난달 13일 기준 최저금리는 3.138%다.
오는 9월 출범을 앞두고 있는 토스뱅크 역시 주력 상품을 연이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과 고신용·고소득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을 동시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 처럼 인뱅사들이 대출시장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반면 기존 시중은행들의 경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3~4%대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대출시장 확대에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부동산 시장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목표를 연 5~6%로 밝혔는데 올 상반기 증가율을 연으로 환산하면 8~9% 정도"라며 "즉 연간 5~6%가 되려면 하반기에는 결국 3~4%대로 관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니 하반기엔 (가계부채를)더 엄격하게 줄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7월에 접어들면서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2일 기준 7월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 30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월에 비해 6조2009억원 증가한 수치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 5월 4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꺾이며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3조원 이상 감소했다. 이후 6월에는 가계대출 증가액이 1조2천996억원에 그치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풍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7월 들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각각 3조8천237억원, 1조9천728억원씩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했다.
이는 신용대출의 경우 카카오뱅크의 상장이라는 단기성 이벤트 재료가 적잖은 영향을 주었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과 전세 품귀 현상 등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증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대출 관리 요구에 우선적으로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나선 상태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신나는직장인대출'과 'NH튼튼직장인대출' 등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0.1%포인트 낮췄다. 또한 전세대출 우대금리도 0.3%포인트 내렸다.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신한·하나·우리은행 등도 우대금리를 낮추는 한편 고액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 등으로 가계 대출 증가를 차단하고 있다. 특히 영끌 수단으로 지목되고 있는 신용대출의 우대금리 축소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0.1~0.5%포인트 가량 낮췄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16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85∼3.90% 수준이다. 이는 '1%대' 신용대출 금리가 등장했던 지난해 7월 말의 1.99∼3.51%와 비교하면 하단에서 0.86%포인트나 뛰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국내 5대 은행 중 특정 은행의 경우 상반기 대출이 금융당국 권고에 육박하는 대출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며 "여신의 경우 금융당국의 가이드에 맞춰 대출을 조절해야 하는 만큼, 하반기 대출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은행권 여신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한 3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대기업의 경우 지난 분기와 동일(-3)했다. 하지만 가계(0→-18), 주담대(-9→-18), 중소기업(9→3) 등 나머지 분야에선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올해 3분기부터는 은행권의 대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