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왼쪽)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내정자(오른쪽)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831/art_16281543514253_b636d4.jpg)
【 청년일보 】 정통 금융관료 출신이자 행정고시 28회 동기인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가 나란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수장에 5일 내정됐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라인업이 행정고시 동기인 경제관료로 내정되자 문재인 정부 마지막 금융정책은 '개혁'보다는 '관리와 조정'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것이 관가와 금융권의 전망이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된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표는 둘 다 재무부, 재정경제원, 금융위원회 등의 요직을 거친 재무관료 출신이다.
두 내정자는 1990년대 중반에 재경원에 함께 몸담았으며, 2000년대 초반에는 금융감독위원회 은행·비은행 과장(고 내정자)과, 재경부 금융정책과장(정 내정자)을 역임했다. 또한 2010년 이후 두 내정자는 잇따라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지내며 금융위 '한솥밥'을 먹었다.
금융위와 금감원 내부에서는 두 내정자가 모두 정통 금융관료로 비슷한 경력을 보유한 데다 서로를 잘 아는 사이여서 업무 협의·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금융업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 불협화음이나 이견이 노출된 게 사실"이라며 "두 내정자의 이력이나 관계로 볼 때 호흡을 잘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금감원 수장으로 관료 출신이 내정되면서 금감원 내부에서는 그를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또 두 내정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양 기관의 관계와 역할을 명확하게 정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금융권 안팎에서는 시민단체나 학계 출신이 아닌 금융 관료로만 금융당국 지휘부가 구성된 것은 개혁이나 새로운 어젠다 보다는 안정적 관리에 초점을 맞춘 인사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른 금융업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자칫 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금융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관리형 금융 수장을 낙점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두 내정자 앞에는 사모펀드 사태와 가계 대출 등 올해 금융권 과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고 내정자는 가계대출 관리와 자산가격 변동 등에 따른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과제가 시급하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8~9%대를 기록했다. 따라서 그에겐 연간 목표치 달성을 위해선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을 3~4%대에서 방어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정 내정자의 경우 윤석헌 전 원장 퇴임 후 3달여 간 대행 체제로 운영됐던 금감원 조직을 추스르고, 사모펀드 사태 후폭풍을 수습해야 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가장 먼저 이달 20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중징계를 취소해달라며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청구 소송에 대한 판결이 예정돼 있어 대응책을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사모펀드 사태로 임직원들이 감사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가운데 내부 반발을 잠재울 대책 마련 등 금감원 내부관리도 과제로 꼽힌다.
고 내정자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코로나19 위기의 완전한 극복, 실물부문·민생 경제의 빠르고 강한 회복을 위한 금융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가계부채, 자산가격 변동 등 경제·금융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내정자도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협력하며 리스크 요인들을 관리해 나가겠다"며 "아울러 현시점에서 금융감독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재정립하겠다"고 내정 소감을 전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