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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한중 수교 29년의 '그늘'···갈수록 벌어지는 경제지표

한국 수출이 6.7배 증가하는 사이 중국은 65.1배로 폭발적 성장
한국 경제, 중국 의존도 미국의 두 배···외교적 무기 활용 가능성

 

【 청년일보 】 올해는 한중 수교 29주년이 되는 해다. 1992년 8월 한국과 중국 정부는 베이징에서 호혜평등과 평화공존의 원칙에 입각한 선린우호 관계를 수립하고, '하나의 중국'과 '평화적 남북통일'을 상호 지지하는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경제 분야에서 더욱 밀접하고 중요해졌다. 현재 한국의 대중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며,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대미, 대일 수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에게는 한국이 수입 1위, 수출 3위 국가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은 서로 상당한 영향력을 주고 받는 관계이지만 한중 수교 후 29년 간 중국이 다수 경제지표에서 한국을 추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오는 24일로 한중 수교 29주년을 맞아 한중 간 경제·경쟁력 격차 변화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중국은 한중 수교 후 국내총생산(GDP)에서 한국을 크게 추월했다. 명목 기준 한국의 GDP는 1992년 3560억 달러에서 2020년 1조6310억 달러로 4.6배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중국은 4920억 달러에서 14조7230억 달러로 29.9배 폭증했다. 이에 따라 한중 간 명목 GDP 격차는 같은 기간 1.4배에서 9.0배로 벌어졌다.

 

명목 기준 1인당 GDP도 한국은 1992년 8126달러에서 2020년 3만1497달러로 3.9배 늘었지만 중국은 420달러에서 25배인 1만484달러로 급증했다. 1992년 한국의 5.2%에 불과했던 중국의 1인당 GDP가 2020년에는 33.3% 수준까지 쫓아온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대외부문 지표도 마찬가지. 한국에 비해 중국의 성장세가 훨씬 가파른 것이다.

 

한국의 수출액은 1992년 770억 달러에서 2020년 5130억 달러로 6.7배 성장했지만 중국은 860억 달러에서 5조5980억 달러로 무려 65.1배나 증가했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이 비슷한 수준이었던 교역액도 2020년 한국은 981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중국은 7.8배인 7조6580억 달러에 달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격차가 벌어졌다.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1992년 10억200만 달러에서 2020년 92억2400만 달러로 9.2배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은 110억800만 달러에서 1493억2400만 달러로 13.6배 늘어 한국보다 성장률이 높았다.

 

한 나라의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순위도 중국은 한국을 앞질렀다. 한국의 순위는 1994년 32위에서 2021년 23위로 9계단 올랐다. 하지만 중국은 34위에서 16위로 18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제조업 경쟁력을 분석해 국가마다 순위를 부여하는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의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도 2018년 중국이 2위, 한국이 3위를 기록했다. 특히 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수와 세계 수출시장에서의 점유율 1위 품목 수도 중국이 한국보다 많아졌다.

 

실제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수는 1995년 한국이 8개, 홍콩을 포함한 중국이 3개였지만 올해는 중국이 135개로 한국의 15개를 크게 앞섰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는 2019년 69개로 중국의 1759개에 비해 크게 뒤졌다.

 

한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다. 한국에 '한강의 기적'이 있다면 중국에는 '양자강의 기적'이 있는 셈이다. 다만 한국의 경제가 급성장한 시기가 1970~1990년대인 반면 중국은 1990년대부터 급성장이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한국 경제력은 지난 1995년 인구 수 차이가 27배 가까운 중국 경제력의 76%에 달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고 난 후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저성장이 이어지는 동안 중국 경제는 무섭게 성장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경제 규모는 중국의 11%에 불과하다.  

 

문제는 앞으로 경제 규모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여전히 6~7%의 고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 2~3% 수준으로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연구개발(R&D) 1000대 기업 수도 2019년 기준으로 중국이 168개에 달한 반면 한국은 25개에 그치고 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은 중국의 급성장을 반면교사로 삼아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 진출을 통한 지속 성장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중 관계의 현실을 인정한 상태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현재의 상황이 이어질 경우 최소한 경제 규모로는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막대한 구매력은 한국의 경제를 부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미국 의존도의 2배를 뛰어넘은 상황이다.  

 

한국은 나름대로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이 워낙 빠른 관계로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더구나 외환보유액 세계 1위인 중국은 지난 2016년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상장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가 됐다. 문제는 중국이 이를 외교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중 수교 29년의 현주소이자 '그늘'인 셈이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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